“고민요? 돈이오!”
17살, 최대 고민이 뭐냐는 첫 질문에, 후지이 히사시는 주저 없이 “돈”이라고 대답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용돈 독립선언을 하다
고향 후쿠오카현 가고시마에서 도쿄로 상경해 인접한 사이타마현의 사립학교인 ‘지유노모리(자유의 숲) 고등학교’로 진학한 터라, 집세와 학비를 지원하는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려야 한다. 누나 둘, 동생과 함께 사는 네 식구 아파트의 월세가 월 7만엔(약 98만원). 사립학교 학비는 1년에 60만엔이 든다. 용돈을 포함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주 3회 5시간씩 야키니쿠야(고깃집) 아르바이트로 월 2만엔 조금 넘게 받는다. 고교 1년 1학기까지 한 달 용돈 1만엔을 받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용돈만큼은 ‘독립선언’을 했다. 아르바이트하는 것은 힘들지 않지만, 더 열심히 하고 싶은 학교 부활동을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사이타마현의 사립학교인 지유노모리(자유의 숲) 고등학교의 17살 후지이 히사시
중학생 때까지는 등 떠밀려 학교에 다니는 느낌이었지만, 고등학교는 사뭇 달랐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새 친구들과 만나 의견을 듣고 느끼면서 충실하게 생활하고 있다. 후지이는 정말이지 “가고 싶어서” 학교에 다닌다. 그런 만큼 학교 생활에 “대만족!”이다. 지유노모리 고등학교는 3년 연속 같은 급우와 담임을 유지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시험과 성적 순위 매김도 없다. 모든 것을 리포트로 작성해 교사와 끊임없이 소통한다. 민주적 토론이 몸에 배고, 자신의 최대 장점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무엇보다 입학식, 졸업식, 음악제, 체육대회, 학원 축제 등 학교의 모든 행사가 학생 주체의 ‘실행위원회’ 체제로 운영된다. 교장의 인사말까지 실행위원회가 결정한다.
지유노모리에서 후지이는 ‘사립학교 학비 무상화’ 부활동의 대표주자다. 올해 1월4일에 있었던 사립학교 학비 무상화를 요구하는 현청 마라톤 행동대회 ‘68’의 마지막 주자였다. 68이란, 사립학교 1학년 입학금 80만엔 중 국가 지원 12만엔을 제외한 개인 부담 68만엔을 말한다. 현청 건물을 사이타마현 고교생 대표 총 68명이 한 바퀴씩 도는 행사의 마지막 68바퀴째를 후지이가 마무리하면서 큰 목소리로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외쳤다. 일본에서는 공립고교 입학시험에서 떨어지면 거액을 부담하며 사립고등학교를 다녀야 한다. 부담 없이 평등하게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를 위해 학생들이 나선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로 현 의회나 국회의원이 나오는 공청회에 참가하면 관료들이 후지이를 어린애 취급해 화가 난단다.
정해지지 않아 더 풍부한 꿈
대학 진학과 미래의 직업은 확정하지 않았다. 남은 고교 생활 동안 더 많이 고민해서 정할 생각이다. 후지이에게 대학의 의미는 ‘고등학교보다 더 전문적인 배움터’다. 대학 졸업 뒤에는 돈을 모아 3개월 정도 외국 여행을 할 생각이다. 더 넓은 세계와 다양한 사람들을 접해, 더 넓은 시야와 깊은 사고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을 발판으로 후지이는 ‘토론의 달인’이 되고자 한다.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끝까지 들어주며, 다르더라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토론’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내 ‘일’이 되고 ‘생활’로 이어질 수 있다면, 흐응~ 얼마나 좋겠어요!” 후지이는 이런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도쿄(일본)=황자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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