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시민들이 2023년 12월1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 공여지 반환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동두천시 제공
경기도 동두천시 민심이 들끓고 있습니다. 미군기지 때문입니다. 동두천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군기지가 있던 곳입니다. 총 5곳. 시 전체 면적(95.66㎢)의 42.47%(40.63㎢) 수준입니다. 2002년 한국 정부와 주한미군의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합의로 미군은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했지만, 여전히 미군기지 공여지의 완전한 반환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공여지는 미군이 주둔을 위해 한국으로부터 빌려 쓰는 땅입니다. 동두천시 시민들은 이 공여지를 돌려받지 못해 지역사회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동두천시 중심에 있는 캠프 케이시(14.15㎢)는 위치적 특성에 평지라는 지형적 이점이 더해져 노른자위 땅으로 꼽히지만, 미군은 여전히 이 땅을 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정작 반환된 공여지(23.21㎢)는 대부분 산업적 활용 가치가 적은 산악지대입니다.

캠프 케이시 위치도. 경기도 제공
정부는 2014년 동두천시에 공여지 반환과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약속했습니다. 미군이 빠져나가면서 지역 경제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미군기지 자리에 산업을 유치하도록 국가가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기약 없는 약속을 기다리는 동안 동두천시는 활력을 잃어갔습니다. 시의 재정자립도는 2014년 17.3%에서 2022년 13.1%로 떨어졌고, 인구는 2023년 6월 8만8600명을 기록해 15년 만에 처음으로 9만 명 선이 무너졌습니다.
2023년 말 나온 정부 발표는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정부는 주한미군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통해 경기도 연천군, 경상남도 창원시, 서울 용산구 등에 있는 미군기지를 돌려받기로 합의했다고 2023년 12월20일 밝혔습니다. 반환되는 공여지는 모두 합쳐 약 0.29㎢ 수준입니다. 하지만 정작 돌려받을 땅(17.42㎢)이 가장 많이 남은 동두천시는 유일하게 반환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시와 시의회는 반발했습니다. 박형덕 동두천시장은 정부 발표 뒤 기자회견을 열고 “5천만 국민이 나눠야 할 국가안보의 몫을 동두천시가 묵묵히 짊어진 결과, 시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승호 동두천시의회 의장은 “70년 미군 주둔, 갑작스러운 미군 철수 모두 정부가 강제로 결정했다”며 “미군이 평택으로 이전했으면 기지라도 반환해달라는 게 욕심인가?”라고 했습니다.

경기도 동두천시 시내에 주민들이 공여지 반환을 요구하는 펼침막을 걸어놓았다. 동두천시 제공
지역사회에선 2024년 반드시 공여지를 돌려받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동두천시지역발전범시민대책위원회는 1월9일 캠프 케이시 정문 앞에서 성명을 내어 “정부의 무시가 계속된다면 동두천 시민 모두가 목숨을 걸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공여지 반환에 부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2024년엔 정말 이 땅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동두천=이준희 한겨레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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