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15일 열린 대전시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이장우 시장에게 물었습니다. “시민과 행정기관을 연결하는 사회적자본지원센터와 인권센터가 지난해 연말 문을 닫았는데, 계속 그런 기조를 가져갈 것인가?” 기자의 질문에 이 시장은 “사업 목적에 맞게 예산을 써야 하는데 인권센터와 사회적자본지원센터 등 중간지원기관은 예산의 70%를 인건비로 쓰고 사업비는 30%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인권센터와 사회적자본지원센터가 인건비만 낭비하는 조직이라 폐쇄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틀 뒤 대전시사회적자본지원센터에서 일했던 직원들은 “이 시장의 발언은 거짓”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직원들은 “사회적자본지원센터의 지난 4년간 예산집행 현황을 보면, 평균 인건비는 31.8%, 운영비는 9.2%, 사업비는 60%이다”라며 “이 시장은 일방적 센터 폐쇄도 모자라 지난 10년간 사회적 자본 확충의 필요성과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묵묵히 일해온 우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이 문제가 논란이 된 건 2023년 9월 대전시가 사회적자본지원센터에 ‘민간 위탁 종료’를 통보하면서부터입니다. 대전시의 사회적자본지원센터는 염홍철 전 시장 때인 2013년 10월 설립된 공동체 중간지원 조직입니다. 그동안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 지원, 마을활동가 교육과 마을계획 수립, 시민공유공간 지원 등 많은 일을 해왔습니다. 대전의 마을 활동가들은 사회적자본지원센터가 지역 공동체 만들기와 활동의 길잡이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읍니다.
갑작스러운 폐쇄 통보에 직원들이 반발하자 시 관계자는 “2022년 말 센터의 수탁기관을 변경하며 위탁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줄였을 때 이미 1년만 운영하고 문 닫기로 결정한 상태였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관련 조례에 사회적자본지원센터의 설치·운영·위탁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자문하는 위원회를 설치하게 돼 있지만, 대전시는 센터의 운영·위탁 종료를 결정하면서 위원회를 아예 열지 않았습니다.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기자에게 시 관계자는 “시가 그렇게 결정했으면 그만”이란 식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회적자본지원센터가 폐쇄된 2023년 12월31일, 대전시 인권센터의 운영도 종료됐습니다. 그해 설 우동뉴스로 대전시인권센터에 대한 소식을 알려드렸는데요.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애를 반대하는 개신교 계열 단체에 인권센터 운영을 맡겼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였죠. 당시 ‘인권센터를 없애려는 수순’이란 말이 돌았는데, 결국 그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시장은 “위탁하지 않고 시가 직접 사업하면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대전시의 공동체지원팀과 인권증진팀 직원은 팀장 포함 각각 3명입니다. 이제 이들이 센터에서 해온 업무까지 다 해내야 할 텐데요. 부디 이들 공무원의 건투와 대전시민의 안녕을 빕니다.
대전=글·사진 최예린 <한겨레>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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