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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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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인권 지원센터는 예산 낭비”라는 이장우 대전시장

2024 설 - 대전 편
집권 1년 반 만에 사회적자본지원센터·인권센터 모두 폐쇄
등록 2024-02-03 16:16 수정 2024-02-07 09:46
대전 지역 84개 마을 공동체와 단체가 참여한 대전공동체비상회의가 2023년 11월2일 대전컨벤션센터 앞에서 출범 선언을 하고 ‘1차 공동행동의 날’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정권에 따라 만들었다가 없앴다 하는 선심성 정책이 아니”라고 대전시를 비판했다. 최예린 기자

대전 지역 84개 마을 공동체와 단체가 참여한 대전공동체비상회의가 2023년 11월2일 대전컨벤션센터 앞에서 출범 선언을 하고 ‘1차 공동행동의 날’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정권에 따라 만들었다가 없앴다 하는 선심성 정책이 아니”라고 대전시를 비판했다. 최예린 기자


2024년 1월15일 열린 대전시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이장우 시장에게 물었습니다. “시민과 행정기관을 연결하는 사회적자본지원센터와 인권센터가 지난해 연말 문을 닫았는데, 계속 그런 기조를 가져갈 것인가?” 기자의 질문에 이 시장은 “사업 목적에 맞게 예산을 써야 하는데 인권센터와 사회적자본지원센터 등 중간지원기관은 예산의 70%를 인건비로 쓰고 사업비는 30%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32%인 인건비 비중을 70%로 부풀려 폐쇄 이유로 설명

인권센터와 사회적자본지원센터가 인건비만 낭비하는 조직이라 폐쇄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틀 뒤 대전시사회적자본지원센터에서 일했던 직원들은 “이 시장의 발언은 거짓”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직원들은 “사회적자본지원센터의 지난 4년간 예산집행 현황을 보면, 평균 인건비는 31.8%, 운영비는 9.2%, 사업비는 60%이다”라며 “이 시장은 일방적 센터 폐쇄도 모자라 지난 10년간 사회적 자본 확충의 필요성과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묵묵히 일해온 우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2024년 1월15일 대전시청 브리핑룸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이 시장은 대전시인권센터와 사회적자본센터 등의 폐쇄와 관련해 “인건비만 70%인 조직”이라며 “시에서 직접 사업하면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이장우 대전시장이 2024년 1월15일 대전시청 브리핑룸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이 시장은 대전시인권센터와 사회적자본센터 등의 폐쇄와 관련해 “인건비만 70%인 조직”이라며 “시에서 직접 사업하면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이 문제가 논란이 된 건 2023년 9월 대전시가 사회적자본지원센터에 ‘민간 위탁 종료’를 통보하면서부터입니다. 대전시의 사회적자본지원센터는 염홍철 전 시장 때인 2013년 10월 설립된 공동체 중간지원 조직입니다. 그동안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 지원, 마을활동가 교육과 마을계획 수립, 시민공유공간 지원 등 많은 일을 해왔습니다. 대전의 마을 활동가들은 사회적자본지원센터가 지역 공동체 만들기와 활동의 길잡이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읍니다.

갑작스러운 폐쇄 통보에 직원들이 반발하자 시 관계자는 “2022년 말 센터의 수탁기관을 변경하며 위탁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줄였을 때 이미 1년만 운영하고 문 닫기로 결정한 상태였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관련 조례에 사회적자본지원센터의 설치·운영·위탁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자문하는 위원회를 설치하게 돼 있지만, 대전시는 센터의 운영·위탁 종료를 결정하면서 위원회를 아예 열지 않았습니다.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기자에게 시 관계자는 “시가 그렇게 결정했으면 그만”이란 식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대전 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대전인권비상행동이 2023년 9월23일 대전시의 인권센터 폐쇄 결정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대전 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대전인권비상행동이 2023년 9월23일 대전시의 인권센터 폐쇄 결정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사회적자본지원센터가 폐쇄된 2023년 12월31일, 대전시 인권센터의 운영도 종료됐습니다. 그해 설 우동뉴스로 대전시인권센터에 대한 소식을 알려드렸는데요.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애를 반대하는 개신교 계열 단체에 인권센터 운영을 맡겼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였죠. 당시 ‘인권센터를 없애려는 수순’이란 말이 돌았는데, 결국 그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시가 직접 사업한다지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시장은 “위탁하지 않고 시가 직접 사업하면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대전시의 공동체지원팀과 인권증진팀 직원은 팀장 포함 각각 3명입니다. 이제 이들이 센터에서 해온 업무까지 다 해내야 할 텐데요. 부디 이들 공무원의 건투와 대전시민의 안녕을 빕니다.

대전=글·사진 최예린 <한겨레>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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