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이 폐패널로 만든 퇴비장. 이웃 어르신이 “음식쓰레기 집도 만들어줬다”며 웃으셨다.
배추 수확을 마치고 나니 굳이 밭에 갈 일이 사라졌다. 날이 추워지기도 했고 바쁜 일이 겹치기도 해서 3주간 진부에 가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전에 물탱크의 물도 비우고 배추밭의 비닐도 벗겨버리고 나름 겨울날 준비를 해놓고 오기도 했다. 올여름엔 거의 매주, 못해도 2주에 한 번씩은 다녔던 터라 이젠 좀 맘 놓고 쉬자 싶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음식물쓰레기(음쓰) 처리.
제1455호 농사꾼들에 썼듯이, 나는 음쓰를 모아 밭에서 퇴비를 만들고 있다. 처음엔 흙 한 켜, 음쓰 한 켜 번갈아 통에 담았는데, 매번 밭에서 흙을 퍼오는 것이 번거롭고 음쓰통도 무거워 다른 방법을 찾았다. 다이소에서 물 배출 구멍이 있는 5천원짜리 양동이 두 개를 샀다. 음쓰 담고 퇴비 제조용 미생물 분말 가루를 뿌려두면 발효 과정에서 물이 생기는데, 물 배출 구멍으로 빼준다. 이건 희석해 액비로도 쓸 수 있다는데 따로 모으는 게 일이라 그냥 버린다. 이런 식으로 음쓰를 가득 채워두면 썩지 않고 시큼한 냄새를 풍기며 발효된다. 이렇게 만드는 걸 ‘보카시 퇴비’라고 한단다.
보통 2주간 두 통을 채워 밭에 갈 때 가져가 나무 패널(팔레트)로 만든 퇴비장에 버리고 흙으로 덮는다. 지천으로 널린 풀을 마구 뽑아 덮기도 한다. 이렇게 해두고 2주 뒤 와보면 쌓였던 흙더미가 쑥 주저앉아 있다. 음식물이 분해되면서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실 냉장고에서 이미 반쯤 썩은 채소를 넣기도 하고, 짠 음식을 헹궈 넣기도 하고, 고양이가 토한 사료도 넣고 하여간에 썩을 것 같은 물질은 다 넣어 가져다 버리는데 이게 과연 퇴비가 될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지난가을 수확을 마친 밭에 퇴비장의 퇴비를 섞어보기로 했다. (이게 무엇이든 간에) 더 많은 흙과 섞이면 낫겠지 싶었다.
삽으로 위쪽에 쌓인― 그러니까 최신의― 퇴비를 옆으로 걷어내고 중간 지점부터 퍼서 외발수레에 담았다. 두 삽쯤 뜨고 비명을 내질렀다. 흙 속에 바글바글한 지렁이가 삽날에 끊어졌기 때문이다. 조심한다고 될 일이 아닐 정도로 음쓰였던 흙에 지렁이가 많았다. 퇴비가 될까 싶었는데 아주 잘되고 있었다. 이때부터 확신을 가지고 음쓰 퇴비화에 더 열을 올렸다. 커피찌꺼기, 과일씨앗 한 알까지 ‘모으면 양분’이라는 생각으로 음쓰통에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밭에 못 간 지 3주가 되니, 음쓰통 두 개는 꽉 찼고, 따로 모은 채소 껍질이 비닐봉지에 가득 찼다. 지난 토요일 바람도 쐴 겸 당일로 진부에 다녀왔다. 엄마가 우리 옆 묵은 밭에 나물이 있을 거라며 신이 나 동행했다. 이상고온이 계속되는 겨울 초입, 밭은 봄날처럼 따뜻했다. 나는 음쓰통을 비우고 마른풀을 모아 잘 덮어줬다. 엄마는 기어이 달맞이 꽃대를 한 봉지 뜯어 무쳐 먹을 생각에 입맛을 다셨다.
안다. 자연의 순환이라 해도 음쓰를 버리기 위해 150㎞를 달려가는 게 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걸. 내가 한 주에 2~3ℓ쯤 음쓰를 버리지 않아도 거대한 음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꿈꾼다. 모두가 다섯 평쯤 텃밭을 끼고 사는 세상을. 자기가 만든 쓰레기는 스스로 순환할 수 있는 환경을. 도시를 벗어나 멀리 갈수록 땅은 많고 사람은 드물다. 수도권에 아파트 공급만 늘리지 말고 저 넓은 땅을 어떻게 활용해볼 수는 없을까.
글·사진 김송은 송송책방 대표
*농사꾼들: 농사를 크게 작게 지으면서 생기는 일을 들려주는 칼럼입니다. 지역이 다른 네 명의 필자가 돌아가며 매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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