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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연세로, 자동차 안 다녀 상권 쇠락했다?

서대문구,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추진
등록 2022-09-23 17:31 수정 2022-09-24 08:17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 정문까지 이어진 연세로 전경,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 정문까지 이어진 연세로 전경,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서울에 하나뿐이자 국내에서 두 번째로 도입된 대중교통전용지구(이하 대중교통지구)인 ‘연세로’가 일반 차도로 바뀔 위기에 놓였다. 2022년 7월 취임한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연세로의 대중교통지구 해제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과 구의회, 연세대 총학생회 등은 반대 의견을 밝혔으나, 서대문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연세로는 2014년 1월부터 평일엔 대중교통지구로, 주말엔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해왔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세로 대중교통지구 해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8월5일 신촌 상인 1984명은 연세로에서 일반 차량 통행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냈다. 서대문구청은 9월 초 서울경찰청의 교통 심의에서 일반 차량의 통행을 승인받았다. 구청은 9월22일 신촌 파랑고래에서 공청회를 열어 주민과 대학생, 일반 시민의 의견을 들었다.

최대 쟁점은 대중교통지구 시행으로 신촌 일대 상권이 위축됐느냐다. 시민단체와 서대문구의 의견은 갈린다. 시민단체가 제시한 서울연구원 자료 ‘걷는 도시 서울, 정책 효과와 향후 정책 방향’ 보고서를 보면, 2017~2018년 연세로 주변 상권의 매출액은 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시 평균 2.7% 증가보다 훨씬 더 컸다. 그러나 서대문구는 서울시의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 서비스’를 인용해 연세로가 있는 신촌동의 2021년 점포 수가 2019년보다 3.3%나 감소했고 이는 서울시 전체 평균 0.7% 증가보다 훨씬 낮다고 밝혔다. 2020~2021년은 코로나19로 영업 제한이 있던 시기다.

여론은 시민과 대학생-상인 사이에서 크게 갈렸다. 8월23~24일 서울환경연합이 서울시민 1010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서울시민의 68.5%가 연세로 대중교통지구 해제에 반대했다. 서대문구가 2022년 8월 ㈜지앤컴리서치에 맡겨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상인의 67.1%가 대중교통지구 해제에 찬성했다. 그러나 연세대 교수와 학생, 직원은 69.9%가 해제에 반대했다.

김정현 서대문구 교통행정과장은 “새 구청장 취임 뒤 상인 1900여 명이 연대서명으로 민원을 냈다. 대중교통지구를 시행하면서 접근성이 떨어져 연세로 주변 상권이 위축됐다는 것이다. 10월9일부터 대중교통지구를 해제하고 일반 차량의 통행을 허용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애초 연세로 대중교통지구 사업을 주도한 서울시는 서대문구의 움직임에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김규룡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은 “서울시는 이 정책에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해왔다. 서대문구가 공청회 등 절차를 밟아 해제를 공식 요구해오면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연합 등 9개 시민단체는 2022년 9월15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를 비판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2014년 시행된 연세로 대중교통지구는 보행자 편의와 안전 개선, 자동차 통행 감소, 미세먼지 감소, 문화공간 제공 등 큰 효과를 낳았다. 상권 위축이라는 상인들의 주장만으로 대중교통지구를 해제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은 “세계의 많은 도시가 기후위기를 맞아 다양한 차량 이용 축소 정책을 쓰고 있다. 이미 시행하는 대중교통지구를 없앤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한국 도시의 교통정책이 퇴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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