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9.(토) 10:08경. (경기도) 양주 채석장 내 천공작업 중 토사 붕괴되어 천공기 2기, 굴삭기 1기 조작하던 작업자 3명이 토사에 매몰됨(1명 구조 후 병원 이송, 2명 구조 중) *피해 현황 파악 중’
설 연휴 첫날인 1월29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누리집 ‘사망사고 속보’ 게시판에 ‘또’ 사고 소식이 짧게 업데이트됐다. 사고 경위와 사망자 수를 짧고 건조하게 알리는 이 게시판은 한국 사회에서 일하다 죽은 이들의 ‘부고란’을 연상케 한다. 2022년만 해도 양주 채석장 사고 이전까지 33명이 끼이고, 깔리고, 떨어져 숨졌다. 2월2일 마지막 실종자가 발견되며 양주 채석장 사고의 피해 현황은 ‘사망자 3명(28살, 52살, 55살)’으로 수정됐다. 2022년 1월 한 달, 노동자 36명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들의 죽음은 대부분 사망사고 속보에 게시되는 한두 문장 안에 갇혀 공론화되지 않는다. 간혹 어떤 이들의 죽음만 ‘위험의 외주화’나 ‘무너진 청년의 꿈’ 같은 수식어를 동반하고 사회적 조명을 받는다. 대부분은 계속 올라오는 사망사고 속보에 밀려 사라진다. 사고의 원인과 책임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채.
그러나 이제부터 이들의 죽음이 좀더 공론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1월27일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 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인명 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중대재해처벌법 제1조)
양주 채석장은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인 삼표산업의 사업현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고용노동부는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책임자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중대재해처벌법 1호 수사에 착수했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와 함께 삼표산업이 산재 재발 방지 대책을 제대로 수립했는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했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만약 삼표산업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결론 나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기소 1호’가 된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에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그물은 아직 성기다. 법은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다. 50명 미만 사업장은 2024년부터 적용되고, 그마저도 5명 미만 사업장에는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노동부의 2020~2021년 산재 사망 통계 등을 보면, 약 80%의 사망사고가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법은 사업주가 산재를 예방하는 노동환경을 구축하고, 안전 감시에 소홀하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감시체계다. 존재하되 적용 대상은 없는, 법 적용 2호·3호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그런 법이 돼야 한다. 사망사고 속보 게시판이 업데이트되지 않는 날이 계속되도록 말이다.
이승준 <한겨레> 사회부 이슈팀장 gamja@hani.co.kr
*뉴노멀: 이주의 주요 뉴스 맥락을 주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코너로 김규남 기자, <한겨레> 이승준, 장수경 기자가 돌아가면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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