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선 요즘 국내 두 번째 높이의 ‘마천루’ 건설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인천시 산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2022년 1월7일 송도국제도시 6·8공구(128만㎡)에 높이 420m인 103층 규모의 랜드마크 타워를 짓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103층 타워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555m·123층)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입니다. 이 건물에는 호텔, 전망대뿐만 아니라 업무·주거·쇼핑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2015년 151층 규모(610m)의 ‘인천타워’ 건립 사업이 무산된 지 7년 만에 다시 초고층 건물 건립 계획이 나온 것입니다. 당시 인천시는 사업성과 안전성, 탄소중립 등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인천타워 계획을 백지화했습니다. 당시와 별다른 여건 변화가 없는데 건물 높이만 낮춘 채 다시 건립에 나선 것에 후폭풍이 거셉니다. 2015년 인천녹색연합·인천평화복지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유엔 녹색기후기금과 유엔기후기술협력 이행기구인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 협력연락사무국 등이 있는 송도국제도시가 대량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기후악당도시’가 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탄소중립 등 환경특별시를 선언한 인천시의 정책에도 반합니다.
인천경제청이 2021년 11월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전문가들 역시 “151층 초고층 건물을 건립하려면 최소한 10년 이상 걸리며, 100층 이상 건물은 공사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경제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높이에 집착하지 말고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처럼 누구나 찾아가고 싶은 랜드마크를 건설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반대의 반발도 나왔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올댓송도’ 등 송도국제도시 4개 주민단체는 2022년 1월13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송도에 세워질 타워는 국제도시의 위상에 걸맞게 국내 최고 높이로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민 4명은 이 자리에서 삭발까지 했습니다. 현재 계획된 높이(420m)가 인근 청라국제도시에 지어질 448m 높이의 시티타워보다 낮다는 것도 송도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주민단체는 “인천경제청의 수익을 인천타워 건설에 배분해서 원안(610m)대로 건설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런 논란을 자초한 인천경제청은 정작 ‘장밋빛 청사진’만 보여준 채 이 사업의 토지 공급가격과 아파트 분양 물량, 전체 사업비 등은 공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2015년 인천타워를 백지화하면서 민간사업자에게 설계비 등을 지출한 재정 낭비만 860억원에 달했습니다. 마천루를 둘러싼 행정 과실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인천=이정하 <한겨레>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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