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이 디지털성범죄를 정리하고, 앞으로 기록을 꾸준히 저장할 아카이브(stopn.hani.co.kr)를 열었습니다. 11월27일 나온 <한겨레21> 1340호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이후 1년동안 일궈온 성과와 성찰, 그리고 여전히 남은 과제로 채웠습니다. 이곳(https://smartstore.naver.com/hankyoreh21/products/5242400774)에서 구입 가능합니다.
디지털성폭력 피해자 4명이 ‘너머n’에 6통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준 가해자, 같은 아픔을 가진 또 다른 피해자,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연대자들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제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가 될 줄 몰랐습니다. 저도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일하고 놀고 어울리며 사는 여성이었습니다. 그러다 삶은 한순간에 전복됐습니다.
후원금 내는 자리에 있어봤지만 누군가에게 도움받기는 처음입니다. 하루라도 피해를 떠올리지 않았으면 하는 게 최초 유포 피해 이후 꾸준한 소망입니다. 피해를 승화하는 일도, 치유하는 일도, 피해로부터 파생된 그 어떤 것도 하기 싫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게 된 건 연대자 여러분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피해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직접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제가 여태 살아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여러분의 든든한 지지 덕분입니다. 고마운 마음을 담아 피해자의 입으로 말을 건넵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에 끝이란 없습니다. 인터넷에 업로드되는 순간 촬영물은 여기저기 퍼집니다. 사진 속 여성은 시간이 지나도 ‘야한 물건’으로 소비되고, 현실의 여성은 자신의 피해가 계속될 것을 알기에 한쪽 발이 꽉 묶인 채 인질로 잡힌 느낌으로 살아갑니다. 글로 읽기만 해도 답답하고 거북합니다. 더 알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토록 힘든 이야기에 공감하고 관심 가져주심에 감사합니다.
피해 초기, 제가 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더러운 사람, 멍청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영원히 숨어 살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주변인들 도움으로 처음의 두려움을 조금씩 걷어냈고, 시간이 지난 지금은 먼 곳에서 오는 지지를 느낍니다. 변화를 촉구하는 행동도, 피해자 안위를 걱정하는 댓글도, ‘반성한다’는 말도, 그 모든 응원이 마음에 하나씩 쌓여 저는 견고한 안정감을 느낍니다. 왜 유니세프 후원 문구가 ‘여러분의 관심이 이 아이를 살립니다’인지 이해합니다. 따뜻한 관심 하나가 절 살렸다고 느낍니다.
연대자님, 지지하고 행동하는 과정에서 무력감도 느끼실 겁니다. 우리는 악착같이 노력하는데 변화는 미미하고 여전히 분노를 유발하는 가해, 판례, 사람들 천지니까요. 그럼에도, 사회는 분명 변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올해 4월 관련 법이 바뀌는 것을 보며 ‘아, 내 피해가 조금이라도 늦게 터졌다면 가해자를 엄벌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이제는 내 피해물을 소비하는 애들을 잡을 수 있겠다’ 생각했거든요. 무엇보다 그 과정 자체가 위로가 됐고 치유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떻게든 버텨야지’에서 ‘자유롭게 잘 살아야지’까지 욕심낼 수 있게 됐습니다. 사회로 나와도 무섭지 않을 때가 올 수 있겠단 생각을 합니다. 가난했던 마음이 차오릅니다. 연대자님이 아니었다면 제게 이런 변화는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연대자님들이 주시는 따뜻한 힘을 기억하며 살아가겠습니다. 기죽지도 숨지도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겠습니다. 나중엔 피해의 얼룩짐보다는 연대의 포근함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느낌을 나누고 싶습니다. 피해자 연대자 할 것 없이 하나가 되어 춤추는 풍경을 보고 싶습니다. 그때가 되면 푸른 언덕에서 우리가 일군 풍경을 보며 함께 기뻐합시다.
그때까지 모두 건강히 지냅시다. 저 또한 연대자님과 함께하고, 연대자님을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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