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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은 자기 집에 1장은 이웃에게”

등록 2014-10-17 15:10 수정 2020-05-03 04:27

비정규직 설치·수리 기사들을 응원하는 ‘진짜 해피콜’ 캠페인에 든든한 응원부대가 합류했다. 조합원 20만여 명이 함께하는 아이쿱(iCOOP)생협이 주인공. 그중에서도 생활 속 윤리적 소비운동을 앞장서 고민해온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가 ‘진짜 해피콜’ 스티커 부착운동(제1031호 참고)에 동참하기로 했다. 지난 10월8일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에 위치한 고양·파주 아이쿱생협에서 오미예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회장과 허선주 고양·파주 아이쿱생협 이사장을 만났다. 이날 탄현점 매장에는 76개 아이쿱 지역생협 가운데 처음으로 ‘진짜 해피콜’ 스티커가 붙었다. 2000년 창립한 고양·파주 아이쿱생협의 조합원은 4100여 명에 이른다.

캠페인의 취지, 협동조합 사상과 맞닿아

오미예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회장이 경기도 고양·파주 아이쿱생협 탄현점 출입문에 ‘진짜 해피콜’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오미예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회장이 경기도 고양·파주 아이쿱생협 탄현점 출입문에 ‘진짜 해피콜’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인터넷 개통·수리 기사들이 각각 10월6일과 10월8~10일 사상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아이쿱생협이 캠페인에 동참해줘서 큰 힘이 될 것 같다.

오미예(이하 오): 생협 운동의 뿌리는 사회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의, 약자들끼리의 연대였다. 우리 조합원들이 먹을거리에 관심 있어서 아이쿱생협에 가입했지만 그건 1차적인 욕구다. 보편적이고 인간을 존중하는 운동이라는 측면에서 캠페인의 취지가 협동조합의 사상과 맞닿아 있다고 판단했다.

-설치·수리 기사들의 노동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

허선주(이하 허): 고양·파주 생협 매장만 해도 설치·수리 기사들이 자주 온다. 인터넷도 2개 회사 망을 깔아놨고, 기계 종류가 많아 사후관리(AS) 받을 일도 많다. 그러다보니 설치·수리 기사들과 접촉이 많다.

: 얼마 전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이 서울 강남 삼성 본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할 때, 우리밀로 만든 빵과 식혜 1천 명분을 지원한 일이 있다. 그날을 계기로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설치·수리 기사들은 소비자와 굉장히 가깝다. 그런데 내가 서비스를 받는 것에만 급급하진 않았나, 우리 이웃일 수도 있는 그분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무심했구나 반성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예의 바른 설치·수리 기사들이 ‘친절하구나’ 생각만 할 뿐이지, 협력업체를 통한 착취나 비정규직 문제가 있다는 건 드러나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서비스 문제를 보면서 이걸 그냥 모른 척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이런 캠페인이나 실천을 많이 하나.

: 먹을거리 안에 사람과 노동의 문제, 식품 안전, 한국 농업을 지키는 문제가 다 들어 있다. 모두 생활과 밀접한 이슈다. 올해는 세월호를 비롯해 사회공공성이란 의제에 집중하고 있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강좌나 교육을 한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선 조합원 1만여 명이 가입된 소비자활동연합회를 통해 움직이고, 경남 밀양 등 지역의 문제는 지역생협이 독자적으로 대응한다.

: 사실 아이쿱생협의 실천 단위는 마을모임이다. 지역생협마다 30~40개의 마을모임이 움직이고 있다. 매달 전국에서 2500여 개의 마을모임이 운영되고, 여기에 참여하는 조합원이 1만 명이 넘는다. 작은 단위로 움직이다보니 의미 있는 실천 방식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물품 사가는 조합원에게 ‘홍보’ -‘진짜 해피콜’ 캠페인에는 조합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동참할 수 있을까.

: 지역생협의 매장은 물품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 홍보 공간이 되기도 한다. 직원들이 물품을 사가는 조합원에게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스티커를 나눠줄 수 있을 것이다. 하루에 매장을 방문하는 조합원이 200여 명이다. 스티커 1장은 자기 집에, 1장은 조합원이 아닌 이웃에게 나눠주자고 하면 어떨까.

: 설치·수리 기사들의 문제는 조합원들이 현실에서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문제다. 생협 운동은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구체적으로 묻고, 고민한다. 지역생협마다 조합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줄 것 같다.

고양=글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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