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진중권을 옹호함.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작가를 옹호해야 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작가와 인문학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작업에 가치를 부여하는 습성에 장단을 맞추기 위해서는 아니다. 진정한 작가는 사회를 관통하고 제도를 구성하는 무의식적 욕망들을 해독(解讀)하고 비판하는 일을 한다. 아마도 사드 백작의 경우가 가장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사드의 일대기를 다룬 대중적인 영화로는 가 있다. 사드는 성적인 장면을 노골적으로 묘사한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감금당한다. 갖가지 강제에도 불구하고 그는 글쓰기를 멈출 수가 없다. 펜과 종이를 빼앗기면, 닭뼈에 포도주를 찍어 침대 시트 위에 적어 내려간다. 때로는 자기 몸에 소설을 적는다. 그마저 불가능해지면, 옆방에 수감된 환자들에게 이야기해 받아적게 한다. 급기야 고립된 독방에 알몸으로 감금당하자, 자신의 배설물을 잉크 삼아 벽에 적어 내려간다.
텍스트와 신체가 구분되지 않는 이 ‘글쓰기 기계’를 두려워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자신의 도덕적 위선이 폭로될까 두려워하는 권력자, 다른 이들의 신체를 움켜쥐지 않고서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의사·고문기술자, 빈민과 평민이 욕망의 평등성을 깨닫고 생을 찬미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귀족이다. 이들은 사드의 소설이 정신병원의 창살 사이로 빠져나와 사회로 흘러 들어오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글쓰기를 허용하는 것은 오로지 환자 개인의 차원에서 그의 기괴한 관심과 욕망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때뿐이다.
작가를 옹호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 우리는 때로 주저한다. 그것은, 그들의 글쓰기가 사회의 질병을 진단하는 데 개입하는지 아니면 자기 자신의 가치 상승을 위해 사용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중권씨를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할 때, 그가 사회적 제도에 끊임없이 글쓰기를 투여한 작가라는 걸 부정할 사람이 있을까. 그의 작업은 박정희 우상화 비판에서부터 촛불집회 현장 중계까지 텍스트 안팎으로 걸쳐 있다.
그가 전화로 홍익대 강의가 취소되었다는 걸 통지받았다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사유가 뭔가요?” “(머뭇머뭇) 중앙대 일도 있고 뭐….” “예, 알았습니다.” 이런 카프카적인 상황이라니. 카프카 소설의 주인공들은 호출을 당하지만 사유도 알지 못한 채 문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권력은 이런 방식으로 작동한다. 문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하라고 명령하지 않는다. 문 앞에서 소심하게 문지기에게 대답 없는 질문을 던지며 초조하게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 그렇게 인생이 끝나면 그제야 문지기는 의자를 접어들고 사라진다.
그러므로 이에 맞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미련 없이 문을 떠나든가, 아니면 문을 부수든가. 아마도 진중권씨 본인이 택한 방법은 전자인 듯하고, 우석훈·홍기빈씨 등이 제안한 서명운동은 후자일 것이다. 문을 떠날 때 그려지는 궤적을 들뢰즈과 가타리는 ‘도주선’이라고 불렀다. 그것은 눈앞에 있는 문제를 회피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권력에 의해 길이 막혔을 때, 그것을 우회하며 새로운 창조의 작업을 실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삶의 방식의 분화(分化)이다. 반면, 문을 부수어야 하는 이유는 그 안으로 들어가 더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냥 이대로 둔다면 문이 무수히 많이 증식해 모든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을 부수는 일은 혼자서 할 수 없다.
물론 이 글은 작가 진중권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는 성명에 지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다. 이 기회에 이런 점을 새롭게 새긴다면 좋겠다. 문을 떠나거나 부수는 것, 다시 말해 창조하고 연대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 삶을 강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며, 반동의 시기를 관통해가는 전략이다.
이찬웅 프랑스 리옹고등사범학교 철학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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