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용인 노매드 미디어&트래블 대표 www.nomad21.com
세상의 아내들은 내 남편만은 바람이 나지 않기를 바란다. 설령 바람이 나더라도 쉬 지나가는 바람이기를 원한다. 나 아닌 다른 여자를 사귄 배신감이 첫 번째 몸 떨림이라면, 그 몸 떨림 이후에 나타나는 증상은 내 남편 탈환하기다. 결혼이란 제도 속에서 ‘유륜’의 지위를 획득한 아내들은 ‘불륜’을 저지른 나쁜 년을 응징하고 도덕성을 들이대며 남편에게 항의한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의 경쟁성을 점검한다. 나쁜 년에 비해 늙었고, 덜 예쁘며, 덜 날씬하다는 열등성을 확인하면서 도덕성의 무게는 더 커진다.

가끔 TV 드라마에서는 속 뒤집힌 본처의 모습도 등장한다. 딱 걸린 불륜 현장에서 딱 잡힌 불륜녀의 모습이 기대 이하일 때, 본처는 안도와 모욕을 동시에 느낀 표정으로 남편에게 일갈한다. “야, 이 쪼다야. 세상에 바람 피울 여자가 없어서 저렇게 볼품없고 못생긴 여자와 바람이 났냐?”
바로 이 부분에서 유륜의 아내들이 단단히 착각하는 것이 있다. 바람 피우는 남자들은 자기 아내가 늙어지고 못생겨져서 바람을 피울까?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내 주변 바람쟁이들과 ‘100분 토론’ 해보면 바람의 기저에는 공통점이 있더라.
중년이 되면서 발현되는 남성의 여성성을 융은 ‘아니마’라고 표현했다. ‘내 안에 여자 있다’는 그 아니마다. 아니마가 대상에게 꽂혔을 때 바람이 난다. 그런데 대부분 자신의 아니마가 투사되는 대상은 융이 말한 아니마의 첫 번째 단계, 즉 어머니상에 묶여버리는 ‘이브의 단계’다. 예쁘고 젊은 여자를 향하는 ‘헬레나 아니마’는 ‘이브의 아니마’와 싸웠을 때 백전백패다.
즉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면, 젊은 여인의 미모가 아니라 점점 소외되는 중년의 위기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따뜻함으로 감싸주는 그 여인의 모성애 때문일 수도 있다. 그 모성애가 비아그라 되어 점점 쪼그라드는 남편의 수컷 성을 발딱 일으켰을 수도 있다. “마누라와 애들 앞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행복을 왜 자기에게서 느낄까?”라고 행복해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를 어쩌나. 걱정 뚝, 어텐션 컨티뉴다.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유륜녀와 불륜녀의 싸움에서 유륜녀가 연전연승하는 이유이며 유부남이 조강지처 있는 곳으로 컴백홈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중년들은 모성애의 갈구자이자 머더 콤플렉스의 각인자들이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는 마마보이만이 머더 콤플렉스가 아니다. 아기 때부터 엄마가 준 편안함과 엄마에게 들었던, “낯선 곳은 가지 마라” “집만이 니가 쉴 곳이다” 등등의 훈육이 바로 머더 콤플렉스의 정체다. 바람 피우는 남자는 호텔과 교외의 모텔을 전전하면서도 자기 집의 편안한 침대를 그리워한다. 이 밤을 홀랑 불 싸지르고픈 욕망 뒤에는 익숙한 곳에서 아침을 시작하고픈 마음이 늘 함께 있다. 고로 혹 당신 남편이 지금 누군가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면, 분노의 칼 대신 한동안 쓰지 않았던 모성애를 꺼내들어라. 남편을 가장 잘 아는 아내가 꺼내든 그 카드는 남편의 바람을 빨아들이는 특효 진공청소기다. 팰 거라면, 그 담에 패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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