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권 한겨레21 편집장 jjk@hani.co.kr
오랜만에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의 을 펼쳐봤습니다. 며칠 전 뜯어본 편지 한 통 때문입니다. 발신일이 4월10일이니 한참이나 지나서 읽게 된 편지입니다. 보낸 이는 대전교도소의 무기수 이아무개씨. 6년째 수감 생활을 하고 있고, 대입 검정고시반에서 공부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편지의 요지는 매주 한 권씩 을 보게 해줄 수 없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형기의 3분의 2 이상이 지난 재소자는 전일근로나 외부 작업장 노동을 통해 월 12만~25만원 정도를, 일반 수용자들은 2만여원을, 기술 습득을 목표로 자격증반에 있는 훈련생들은 8천~1만2천원을 각각 지급받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처럼 학과 공부를 바라는 교육생은 월급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잡지를 구독할 여력이 없다는 거지요.
왜 을 보고자 했을까요? 그는 “동료 재소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술 마시고 놀던 얘기에는 말이 통하지만, 시사나 경제, 정치 같은 얘기가 나오면 자꾸 뒷전으로 밀려나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아, 세상 돌아가는 걸 좀 알아야겠구나 하고 느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바깥세상과 교감하고픈 한 무기수의 열망이 묻어납니다. 그것은 기실 바깥사람들과 어깨를 겯고픈 바람일 터이지요.
그는 자신의 운명을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평균적으로 무기수가 (감형이 돼) 20년을 산다고 볼 때 전 이제 6년째이니 14~15년은 더 살아야 합니다.”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수였던 신영복도 20년20일을 옥살이한 뒤에야 열린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의 글 가운데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84년 3월 대전 중촌동의 교도소에서 대정동의 새 교도소로 ‘이사’하기 위해 20분 동안 호송차를 탔을 때의 느낌입니다. ‘구 교도소의 철문을 버스로 나올 때 우리들은… ‘사회’를 보는 기쁨에, 옥담 벗어나는 해방감(?)에 저마다 흐르는 물이 되어 즐거운 소리를 내더니 저만치 새 교도소의 높은 감시대와 견고한 주벽(周壁)이 달려오자 말수가 줄면서 고인물처럼 침묵하고 맙니다.’ 감옥이라는 고통의 심연에서조차 지혜의 정수를 길어낸 신영복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사회’는 즐거움이자 기쁨이었던 겁니다.
하물며 편지를 보내온 이씨에게 바깥세상은 얼마나 큰 그리움일까요? 은 그와 바깥세상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겠습니다. 그가 어떤 일로 ‘무기수’라는 큰 짐을 지게 됐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가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한다는 것, 그리고 그 소통을 위해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우리네 삶도 많은 징검다리를 필요로 하는데, 손을 내밀어 진솔하게 도움을 청할 ‘용기’가 있는지 자문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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