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편집장 k21@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사장님, 그래도 됩니까?”
한겨레신문사 사장께 물어보았습니다. 따진 건 아닙니다. 언론사 경영진의 한 사람에게 의견을 듣고 싶었습니다.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그곳 사장님처럼 하고 싶으신지…. 사장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습니다.
과 동종업계에 있는 을 이 지면에서 화제로 올리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모른척 피해가기에는 사안이 너무 중대합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기자들은 요즘 사장실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합니다. 가 “시일야방성대곡” “심야의 쿠데타” 따위의 제목들을 붙인 걸 보면, 대충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건의 개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른바 ‘뒷구멍 기사 삭제 사건’. 은 지난주 발간되는 호에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의 인사 문제를 비평하는 3쪽 분량의 기사를 게재하려 했습니다. 중앙일보 출신으로 삼성 고위층과 친분이 두터운 금창태 사장은 난색을 표했습니다. 편집국장에게 삭제를 권유했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결국 인쇄기가 돌아가기 직전 편집국장 몰래 해당 기사를 광고로 대체하도록 했습니다. 뒤늦게 이를 안 이윤삼 편집국장은 경악했습니다. 그리고 6월19일 아침, 항의성 사표를 던졌습니다. 다음날 사표는 수리됐습니다.
편집권이 절대 불가침의 성역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민감한 기사가 실릴 때, 경영진은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권리가 있습니다. 광고영업 파트와 편집 쪽이 갈등을 빚을 수도 있습니다. 한겨레신문사라고 해서 ‘무풍지대’는 아닙니다. 특히 삼성 관련 기사를 둘러싼 긴장관계가 한 번도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겁니다. 삼성 쪽의 언론 플레이도 강력합니다. 언론이 당당해지기 위해 정치권력보다 거대자본의 산을 먼저 넘어야 하는 건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 산을 넘으려면 경영진이 최소한의 상식을 갖춰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편집 책임자를 왕따시키고 기사를 삭제한 금창태 사장의 행위는 몰상식의 표본으로 기록될 만 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신선합니다. ‘언론 탄압’의 본래 어감을 되찾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언론 탄압’ 어쩌고 하는 어젠다를 조·중·동이 독점하다 보니 헷갈렸습니다. 언론이 탄압을 당하는 건지, 언론이 오히려 정부와 여론을 탄압하는 건지…. 제대로 된 ‘언론 탄압’의 전형을 오랜만에 보여준 금창태 사장님께 감사드려야 할 것만 같습니다.
‘고위층’에 비하면 기자들은 양질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승리는 그들의 몫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널리즘이 변절하는 시대, 좋은 시사주간지 친구 하나를 잃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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