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노동조합 김일섭 위원장 “노조원들만 때려잡지 말고 김우중부터 잡아라”

요즘 대한민국에서 정치인보다 미움을 받는 집단이 있다. 바로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이다. 채권단이 요구한 자구계획 동의서 제출을 노조가 거부함에 따라 지난 9일 최종부도가 결정난 뒤 대우자동차 노조는 순식간에 나라를 말아먹는 ‘주적’이 돼버렸다. 신문마다 채권단과 정부, 경영진의 이야기는 연일 1면 톱을 장식하고 있지만 어디에서도 노조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다. 이들은 정말 천인공노할 이기주의자들일까? 확실한 건 김우중 전 회장이 베트남에서 바둑을 두고, 프랑스 니스의 해변을 거닐며 ‘근신’하고 있는 이 순간 이들은 난방도 들어오지 않는 노조 사무실에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실직의 공포에 떨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일섭 노조위원장(36)으로부터 왜 이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가며 ‘버티기’ 를 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들어봤다.
정말 ‘노조 동의서 거부’가 원인인가
김규항: 대우자동차에서 일한 지 얼마나 됐나요?
김일섭: 자동차에서는 10년 됐구요. 그 전에 대우조선에서 7년 일했어요.
최보은: 지금처럼 간부는 아니더라도 노동운동가의 생활을 한 지는 몇년 됐나요?
김일섭: 워낙 당하고 살았기 때문에 87년에 분풀이라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가라뫼’라는 노동자 경비대를 만들었어요. 이것이 사측에 의해서 무너지고 또 산악회를 조직해서 산에도 좀 다니다가 또 깨지고, 노래패 활동도 했었지요.
김규항: 노동운동에 뛰어들고 정권이 여러 번 바뀌었지요. 그 사이 사회 전체적으로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이루어진 부분이 있긴 합니다. 근데 노동자 입장에서 느끼는 차이라면 어떤가요? 나아진 면이 있나요?
김일섭: 87년 이전보다 어찌보면 정신적으로 더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처음 인천에서 근무할 때 첫 봉급이 8만원이었어요. 그런데 급여가 늘어난다고 해서 생활 수준이 나아진다는 느낌은 별로 안 들어요. TV, 냉장고 같은 건 있으니까 일상적인 불편함은 없지만 상대적 빈곤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 같구요. 그리고 그때는 노동자들 사이에 정이나 유대감도 있고, 종종 소주 한잔 마시면서 회포도 풀었는데, 지금은 그런 면에서 더 척박해졌다는 느낌입니다.
김규항: 노동자들에게는 불리해진 분위기가 있죠. 그전에는 저쪽이 표면적으로 극악스럽게 나오니까 여론도 심정적으로는 노동자들에게 동조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절차적으로 나아졌다는 시각이 팽배하다보니까 투쟁을 통한 문제해결이 낡아보인다는 여론이 있죠.여론이라기보다는 여론조작이지만 말입니다.
최보은: 최근 언론을 중심으로 대우자동차 노조에서 동의서를 거부했기 때문에 결국 부도가 났다는 식의 여론이 조성되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노조쪽 입장은 어떤가요?
김일섭: 최종부도 가기 전에 노사간에 풀 수 있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언론은 논의 잠깐 한 걸 가지고 잠정 합의했다 하고 좀더 접근된 얘기를 하면 이미 끝났다고 보도하니까 중간에 오해들이 많이 생겼고 논의하는 과정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김규항: 노조동의서 거부가 부도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말씀이신데요.
김일섭: (한숨을 쉬며) 그게 원인이면 여태껏 동의서 수천번 써줬겠죠. 제가 일하는 동안 단 한번도 흑자 났단 얘기를 못 들었어요. 계속 적자, 적자였죠. 25만대 만들 때는 35만대 만들면 흑자로 전환된다, 35만대 되면 45만대 되면 흑자된다. 45만대되니까 50만대, 60만대까지 갔습니다. 해외진출했을 때는 전체 200만대 생산체계를 갖추면 세계 10위 안에 든다, 이런 얘길하면서 계속 공갈을 친 거죠. 몇년 전에 단체교섭 대표로 협상에 간 적이 있었는데 해외경영이다 하면서 엄청나게 빚을 끌어다가 해외에 처바르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 공장만 해도 수십년 동안 적자를 냈다는데, 어떻게 또 해외진출에 돈을 쏟아붓느냐, 밑빠진 독에 물붓기 아니냐”고 말하니까 경영진 한 사람이 “밑빠진 독에 물이 새나가는 것보다 쏟아붓는 게 많으면 채워질 수 있는 게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길하더군요. 그런데 정부도 그런 경영방식을 계속 용인해주고, 은행도 의심 한번 하지 않고 그냥 돈을 집어줬으니 정부, 채권단, 김우중 전 회장 이하 경영진의 총체적인 책임인데도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고 하는 거죠.
“언론이여 ‘소설’을 쓰지 마라“
김규항: 동의서를 안 써서 최종부도가 났다고 저쪽에서 주장을 하지만 회사가 망해도 해외유람을 할 수 있는 사람과 회사가 망했을 때 당장 생존권이 박탈되는 사람 가운데 누구에게 더 회사가 필요한가를 따져보면 문제의 본질은 명확해지죠. 노조측에서 동의서를 거부했다는 건 뒤집어 말하면 이전에 노조측의 의견이 거부됐다는 얘긴데요. 최종부도까지 가지 않기 위해 어떤 안을 냈습니까?
김일섭: 일단 저희들은 빨리 공장을 정상화시키고 그리고 판매대수를 늘리고 고용창출을 많이 해야 된다, 이렇게 생각을 했구요. 그렇다 하더라도 자동차 경기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런 판단 속에서 그럼 인력효율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측은 충분한 논의를 하기도 전에 인력감축안을 들이밀었지요. 사측의 자구계획 내용에 보면 ‘내년 1월부터 2월까지 인원감축’ 이렇게 돼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외에도 연월차휴가 금지, 휴업 확대 등 여러 가지 안이 있었어요. 그런데 언론에는 무조건 3500명 감축할 계획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채권단과 정부쪽에는 동의서 문제만 부각시킨 거죠.
김규항: 지난해 8월부터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1년 이상 정부와 채권단이 회사를 운영한 셈인데, 신문을 보니 2조∼3조원 이상의 돈이 들어간다고 하더군요. 그 막대한 돈으로 대체 뭘 하고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다 뒤집어 씌우는 겁니까?
김일섭: 돌아오는 진성어음을 막는 데 다 허비했고, 2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도 다 안 지켰습니다. 공장 운영하는 데 드는 전기세라든가 수도세 같은 기초 비용만 주고 이후 기술개발투자 같은 부분은 아예 중단시켜 버렸습니다. 거기다 노동자들도 3년 동안 70%가 휴무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임금도 동결을 했고 후생복지도 후퇴하고…. 그만큼 많은 양보를 했음에도 지난 3개월은 급여도 받지 않고 일을 했지요.
최보은: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지금이 제2차의 IMF 위기국면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이 전체노동자들의 선봉에 서서 싸움을 하게 된 셈이었는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언론은 완전히 여론의 향방을 기득권에 유리하도록 바꿔놓았잖아요. 예를 들어서 금융계에서 대규모 인원감축이 있을 때는 장은증권에서 직원들이 퇴직금을 당겨서 수억 받았다더라 이런 보도들을 대서특필했구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여론 싸움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이렇게 정치적인 문제가 개입됐을 때는 더욱 그렇겠지요. 홍보대책 같은 건 없었나요? 불가항력이었나요?
김일섭: 저희 집행부 임기가 시작된 지 오늘이 꼭 24일쨉니다. 사실 제대로 체계만 잡혔으면 노조쪽의 입장 홍보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럴 경황이 없었지요. 그리고 협상과정이나 기자회견에서 나온 이야기의 앞뒤 부분은 다 절단되고 각각의 언론들이 임의대로 윤색한 내용만 기사로 많이 나왔습니다. 특히 , , 같은 데는 소설 써대는데 거기에 대한 저희들의 대책이라야 항의전화 몇통 정도밖에 없지 않습니까?
인원감축만 하면 모든 게 정상화될까
최보은: 항의전화하면 기자들이 뭐라 그래요?
김일섭: 담당기자들은 사실보도했는데 기사를 올리면 부장급 선에서 다 잘려 가지고 내용이 바뀐다, 다 이런 얘길합니다. 도 마찬가지예요.
최보은: 이거 꼭 써야 돼. 실명으로. (웃음)
김규항: 여론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이슈는 대우자동차의 하청 협력회사 노동자 문제죠. 1,2,3차 협력사 다 합치면 70만명 정도 되는데, 대우자동차가 부도나면 연쇄부도가 난다, 그런데 대우차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익만 생각해서 이기적인 행동한다는 식으로 몰아가면서 어떻게든 부도는 막았어야 한다는 것이죠.
김일섭: 만약에 동의서에 합의해서 부도를 막았다 하더라도 또다시 다른 식의 동의서 요구를 줄기차게 했을 것입니다. 지금 법정관리 가느냐 마느냐 하는 안이 있는데 청산절차 밟을래 법정관리 갈래 또다른 동의서를 요구할 거고. 동의했다 하더라도 법정관리 가는 과정에서 기업을 회생시키려면 이런 것이 정리돼야 된다, 이것에 대해서 동의할래 말래 이런 동의서를 계속 요구할 겁니다.
최보은: 정부와 채권단의 주장은 말하자면 고용불안정이 필요하다는 논리잖아요. 노조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어야 외국에서 인수한다는 건데, 그 논리가 굉장히 허구적인 면이 있어요. 쉽게 말하면 정부와 언론은 잡을 수 있는 한 사람, 김우중은 안 잡고, 1만9천, 더 나아가서는 70만 노동자들을 때려잡고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1천만 노동자와 가족, 국민 대다수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영향이 있는 건데, 언론은 표피적으로 대우차문제에만 한정시켜서 노조가 버틴다, 꿈적도 않고 있다, 이런 표현으로 대우차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 문제로 왜곡시키고 있지 않습니까?
김일섭: 사실 인원정리가 돼서 정상화된다면 모르는데 그것도 아니에요. 정부와 채권단쪽은 가공만 겨우 시켜서 해외매각하면 끝난다 이거지요. 그렇지만 자동차산업이 무너지면 모든 경제기반이 몰락하는 유기적인 관계에 놓여 있지 않습니까. 요즘 언급되는 GM이 만약에 들어온다고 칩시다. GM이 들어오면 자본력 있겠다, 기술력 있겠다, 현대, 기아, 모두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동차 시장이 미국에 의해서 장악이 될 것이고, 자동차 경기가 호황일 때는 잘 나가겠지만, 불황일 때 바로 자본 철수하면 끝난다는 얘기죠. 그때 가서는 어떻게 할 겁니까? 이런 문제들을 내다보지 않고 단순논리로 앞뒤를 다 쳐버린 매스컴만 접하는 국민들은 당연히 노조가 버티고 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최보은: 근데 대우차만 문제가 아니잖아요. 금융권도 마찬가지고 삼성 상용차도 퇴출됐고, 퇴출기업이 수십개가 되니까 어쩔 수 없나보다. 나라가 살아야지, 대우차라고 특별히 예외가 되겠느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깁일섭: 대우자동차뿐만 아니라, 1차 협력 부품사가 1만여개쯤 된다고 봐요. 그뿐 아니라 대우자동차 판매나 건설이 있지 않습니까, 건설업체는 또 하도급 1, 2, 3, 4차 업체들이 쭉 있지 않습니까. 엄청난 수치죠. 우리는 가족들 포함해서 200만 정도 이야기하는데, 그것까지 다 계산하면 엄청난 수치라고 봅니다. 이것이 일시적으로 무너졌을 경우 국민적 파급효과는 지대한데 정부쪽이 이 파장을 제대로 계산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노동자 부부가 사는 풍경

김규항: 대우자동차 노동자가 1만9300여명이라는데 위원장님 말은 여론과 달리 이 싸움이 2만명이 아니라 70만 노동자들을 위한 투쟁이라는 뜻입니까?
김일섭: 지금도 돈이 없어서 일자리 찾고 다니는 조합원들이 많습니다. 부천의 종합경기장 공사현장과 이 근처 대우아파트 건설현장에 우리 조합원들이 일하고 있다기에 어제 가봤습니다. 그런데 그쪽 건설과장이 대우자동차 부도나서 자재 공급이 안 돼 이 아파트 다 지을 수 있을까 그런 얘길하더라구요.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람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규항: 지금 벌어지는 문제들이 단기간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벌어진 정부의 재벌위주 정책이라든가 김우중씨의 이른바 세계경영의 결관데요. 세계경영은 알다시피 정경유착, 부패경영 이런 거고….
최보은: 밑빠진 독에 물을 새나가는 것보다 더 많이 부으면서?
김규항: 이 사람이 몇달 전에는 베트남에서 바둑기사를 초청해가지고 한달 동안 바둑둔다고 하더니, 얼마 지나니까 프랑스에 있다고 하고 지금은 또 독일에 있다 그러더라구요. 얼마든 간에 남겨놓은 게 있다면, 당연히 환수해야 하는데, 김우중씨가 숨겨놓은 재산은 파악이 됩니까? .
김일섭: 바빠서 재산파악은 할 처지가 안 되고, (웃음) 조합원들이 억울한데 이러고 있지 말고 김우중을 잡으러 가든가, 재산환수조처를 취해야 할 것 아니냐 흥분해서 이야기하기도 하지요. 어제는 결사대를 조직해서 김우중 잡으러 독일에 한번 갈까 이런 얘길 던져봤는데 하도 막막해서인지지 다들 가만히 있더라구요. (웃음)
최보은: 자꾸 언론 얘기를 하게 되는데, 평소에 민주노총이나 노동단체들이 언론개혁에 좀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였으면 이렇게까지 언론으로부터 비난받지는 않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언론개혁 이야기하면 제도 언론쪽에서 코방귀를 켜요. “노동자들이 다 봐.” 그런 얘길하거든요. 위원장님도 집에서 보세요?
김일섭: 저는 신문을 많이 볼 수 있는 여유가 없는데 설사 있다 하더라도 특히 , , 에서 와서 신문보라고 하면 평생동안 공짜로 보래도 안 본다고 말하고는 쫓아내버립니다. (웃음)
최보은: 그렇게 오랜 세월을 노래패다 산악회다 하면서 노조운동까지 했는데 가정은 안녕하세요?
김일섭: 결혼하고 초창기에는 부부싸움이 잦았지요. 매일 늦게 들어가고 또 서로 이해 못하는 부분도 있고, 지금은 거의 반 포기 반 이해, 이런 상태입니다.
김규항: 앞으로도 상당 기간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을 텐데…. 아이가 지금 몇살인가요?
김일섭: 아홉살 여자아이 하나 있고, 그리고 또 일곱살….
김규항: 그 아홉살짜리 따님이 아빠가 지금 뭐 하는지 압니까?
김일섭: 집회 때 몇번 데리고 갔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오늘 안 들어온다 그러면 “아빠, (주먹을 치켜올리며) 이거하러 가?” 이렇게 말합니다. (웃음)
최보은: 두달 넘게 월급을 안 받으면 다들 생활은 어떻게 해요?
김일섭: 저부터 이야기한다면 집사람이 인천 남동공단의 밸브 만드는 공장에 다닌 지 6개월이 됩니다. 최근에는 허리를 다쳐서 침맞고 파스 붙이느라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더 많기는 하지만요. 열악한 조건 속에서 부인들까지 산업전선에 내몰릴 수밖에 없고 당사자들도 온갖 공사판을 전전하고 있는 형편이지요. 그것도 나이나 젊어야 써먹을 수 있고, 나이 든 선배님들은 한푼이라도 벌려고 나갔다가 쫓겨나 할일 없는 회사를 찾아옵니다. 회사 오면 밥이라도 주니까 하는 생각으로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미어지지요.
김규항: 노조 전임자 13명에 대해서 임금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더군요. 일부러 자극하자는 얘긴데 참 치사한 놈들입니다.
더 이상 빼앗길 게 없다
김일섭: 본부뿐만 아니라 지부마다 다 그렇게 조처를 취했고, 군산, 창원 공장은 가동되니까 그쪽 전임자들은 가만 놔둡니다. 거기 건드리면 공장이 안 돌아갈 수 있으니까 내버려 두고 여기야 뭐 돌리든 말든 너네 맘대로 해라 이런 식으로 하는 거죠. 그런데 별로 와닿지도 않더라구요. 여지껏 안 줬는데.(웃음) 뭐 지급하나 마나.
김규항: 아까 노동강도가 그쪽이 훨씬 나쁘다고 했는데, 이유가 뭔가요?
김일섭: 50% 가까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중국동포, 폴란드인 할 것없이 잡탕이죠. (웃음)
최보은: 고용안정이 안 되니까 투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겠지요.
김규항: 어쨌거나 최종부도는 노조 입장에서도 최악의 상황인데, 앞으로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 계획입니까?
김일섭: 사측에서 현장 조합원을 노동조합에서 떼놓으려고 많이 움직일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빨리 퇴직 안 하면 아예 퇴직금을 못 받는다, 집회에 참여하면 제일 먼저 짤린다라든가 이런 식으로 말이죠. 어쨌든 선전 방송을 꾸준히 하면서 간부들이 현장을 뛰고 집회가 있을 때 많이 모일 수 있도록 뛸 겁니다. 대우자동차 정상화를 돕는 시민단체와도 연대해서 대우자동차 부도의 본질적인 원인과 해결점들을 설득해나갈 예정입니다.
최보은: 1차 IMF 국난 때 수백만 노동자들이 쫓겨났는데, 금방 체념하는 분위기에다 곧 잊혀졌잖아요. 그 중에서는 개별적으로 1년 넘게 천막농성을 하면서 투쟁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언론이 외면하니까 세상이 외면하고, 잊혀졌지죠. 이번이라고 별다른 희망은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그런 것도 각오하고 있나요?
김일섭: 예, 그건 이미 수년 동안 경험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도 대우자동차 공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파장 효과가 엄청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쟁으로 해외자본에 매각시키려 하는 의도를 분쇄하면 어느 정도 승리의 지점들이 나타날 거라고 자신합니다.
최보은: 오늘의 결론.
김일섭: 앞으로 단 한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대우차 투쟁의 진행과정을 관심있게 봐주시고, 올바른 보도가 될 수 있도록 많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최보은: 언론 개혁 없이 노동자의 권리 없다.
김규항: 더이상 빼앗길 건 없다.
김은형 기자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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