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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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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 인권영화제 하겄네!

등록 2000-10-10 00:00 수정 2020-05-02 04:21

4년째 총기획자 김정아씨 “올해는 제발 꽉꽉 채웠음 좋겠어요”

찬송가를 준비했다.

게스트도 알고 있었다. 김규항과 최보은이 보내는 한없는 호의의 텔레파시. 그래서 할말이 뻔했는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간파한 게스트는 오히려 공세적으로 나왔다. 자문자답을 하기도 했다.

인권운동사랑방과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주최하는 제5회 인권영화제 총기획자 김정아(34)씨.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라는 이름을 얻으며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이때, 다른 한편에서 ‘인권영화제’라는 가난한 축제가 마련되고 있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까. 인권운동사랑방의 상임활동가이기도 한 그는 4년째 이 영화제를 담당해 왔다. 누구보다 그 속사정과 우여곡절의 역사를 많이 아는 셈이다. 인권과 영화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순수한 예술행사가 아니다?

김정아: 인권영화제 와 보셨어요?

최보은: 제가 소녀가장이라서 처자식(처자식?)을 먹여살려야 하는 관계로. (웃음) 돈벌이에 관련된 행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못 가보는 경우가 많아요. 죄송합니다.

김정아: 이런 식으로 제가 기선을 잡고…. (웃음)

김규항: 인권영화제를 왜 하는 겁니까? 입장료도 안 받고. (웃음)

김정아: 그렇게 힘들게 뭐하러 하느냐 그런 말씀이시죠. 거기엔 거창한 이유와 사소한 이유가 얽혀 있겠죠. 첫 번째로는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인권의식을 전달해야겠다 하는 게 깔려 있는 거구요. 우리가 말하는 ‘인권’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좀더 많아지기 위해서. 또 하나는 이걸 계기로 ‘표현의 자유’가 실현되도록 ‘푸시’해야 하겠다…. 그런 거대한 이유들과 함께, 사소한 이유는… 시작했으니까! (웃음)

김규항: 끝장을 봐야 한다?

김정아: 관둘 명분이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거든요. 인권영화제를 통해서 인권운동사랑방이 많이 알려지기도 했구요. 인권운동사랑방을 알리는 것이 곧 인권운동을 알리는 것의 기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도 인권영화제를 계속하는 이유가 되겠죠.

김규항: 그러니까 순수한 예술행사가 아니군요. (웃음)

김정아: 그렇죠. 저희는 순수한 예술행사라고 할 수 없어요. 저희는 인권과 영화 양자를 다 만족시킬 수 있는 행사가 되고자 노력합니다.

김규항: (최보은을 보며) 말씀하시죠. 제발 말 좀 해! (웃음)

최보은: 때가 되면 하는데 왜 자꾸 보채고 그래…. 보이콧이 아니라 난 지금 워밍업이 필요해.

김규항: 내가 말을 길게 하면 그만하라고 하면서….

최보은: 나는 약간 ‘전희’가 필요하거든. 그런데 김규항은 조루인가봐. 시작하자마자 “뭐해” “왜 안 해” “빨리 해”, 거의 그런 식이죠. 솔직히 인권영화제에 대해서는 전폭적으로 공감하기 때문에…. 그래서 김정아 선생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풀어나가는 게 재미있지 않을까 싶네요.

김정아: 저는 인권운동 때문에 첫발을 이쪽으로 들인 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인권운동사랑방에 온 것도 인권영화제 땜에 왔거든요.

최보은: 아, 원래 영화계통에 계셨어요?

김정아: 영화홍보사에도 있었고, 영화서적을 만들기도 했고…. 그러다가 인권영화제쪽에서 제의가 와서 이 일을 하게 됐죠. 그때가 97년이었고, 그야말로 수난의 해였잖아요. 굉장히 몸도 힘들고 두렵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그랬는데, 한편으론 그때의 경험이 굉장히 익사이팅했어요. 재미있었어요.

최보은: 좀 피가학형 성격이시군요. (웃음)

김규항: 그때 서준식 대표가 구속됐죠? 문제가 됐던 영화가 4·3항쟁 등룬 그….

97년, 그 악몽

김정아: 였죠.

김규항: 실제 구속이유는?

김정아: 5가지인가 혐의가 있었고, 지난해 재판에서 두 가지 유죄가 인정됐죠. 하여튼 여러 가지 죄에 얽혀 있었는데, 그때 마침 인권영화제가 좋은 먹이였을 거예요. 그래서 그쪽에서 먹이를 문 거고, 우리는 물린 거죠. 근데 장기적으로는 그때 탄압이 우리한테 굉장히 큰 역할을 해줬어요.

최보은: 예전에는 개인적으로 어떤 운동을 위해서 콩밥을 자청해 먹어본 경험이 없으신가요.

김정아: 전혀 없구요. 그렇다고 해서 온실 속의 꽃처럼 산 것도 아니고요. 운동권이 된다는 건, 집단 속에 나를 맡기는 것 같아서 싫었어요.

김정아씨는 97년 이야기를 했다. 경찰의 압력으로 인해 행사장인 홍익대에서 발전기의 소음 속에 영화를 돌리던 일, 그 발전기의 플러그마저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에 툭하면 끊어지던 일, 결국 막판 행사중단으로 눈물을 쏟던 일, 서준식 대표가 구속되면서는 오히려 전투력이 솟던 일 등등. 게다가 빚도 엄청나게 졌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그는 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의도야 선의였지만, 부산영화제와 대비시켜 “인권영화제가 힘들다”는 보도를 지나치게 해 관객동원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 빚을 지난해에야 완전히 갚았다고 한다. 서준식 선생의 사재까지 털어서….

최보은: 서준식 선생이 사재가 있나요? (웃음)

김정아: 공작금이 있나보죠. (웃음) 서준식의 사재라는 게, 정말 서준식 선생이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뭐 꿔온 거죠.

김규항: 인권영화제 부대사업 중에 영화테이프 파는 거 있잖아요. 운동권 일반에서는 저작권 개념 같은 게 약한 편인데, 인권영화제는 외국의 저작권자와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더라고요. 참 특이하다고 느꼈는데…. 인권운동사랑방이 국내법은 안 지키는 걸 자랑으로 여기면서 외국법은 왜 그렇게 지킬려고 노력하는 거죠. (웃음)

김정아: 저는 카피 레프트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보은: 농담은 가려 들으세요. 대답할 필요가 없어요. (웃음)

김규항: 죄송합니다만 농담 아닙니다. (웃음)

김정아: 근데 그런 지적을 하는 분들이 계세요.

최보은: 김규항 같은 사람들이 많군요. (웃음) (김규항을 보며) 화내지마, 화 내면 무서워!

김정아: 해외 섭외할 때 굉장히 어려움이 많아요. 속인다… 뭐 이런 이미지를 주면 절대로 안 되거든요. 클리어한 이미지를 줘야 하는데.

김규항: 모든 거래는 신용이죠.

김정아: 똑같은 배급사라도 부산영화제에서 연락하면 아주 쉽게 돼요. 저희 영화제에서 연락하면 까다롭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투명하게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줘야 하거든요. 그러니 해적판을 팔 수 있겠어요?

감격스러운 첫 35mm 상영

김규항: 그런 부대사업이 수입이 좀 됩니까?

김정아: 상업적인 포인트까지 올라가지는 않을 거라고 보고요. 아무리 우리가 잘한다 하더라도 영화제가 2회 때 진 빚을 갚을 정도의 수익은 됐습니다.

최보은: 참고로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의 밥벌이는 어느 정도 수준이 되나요?

김정아: 저희는 활동비라고 말을 하는데요. 35만원.

최보은: 그럼 어떻게 먹고살아요?

김정아: 그래도 우리 사무실에 뚱뚱한 사람 많이 있어요. (웃음)

김규항: 서준식 선생이 몇년 전 어딘가에 칼럼을 쓴 적이 있는데, 활동가나 활동조직은 활동으로 밥벌이를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했지. 그러면 활동이 밥벌이되는 쪽으로 가게 된다고. 서준식 대표는 아예 안 받죠?

김정아: 대표는 계속 내죠.

최보은: 그러면 대표는 어떻게 먹고살아?

김정아: 공작금 나온다잖아요. (웃음)

김규항: 사실 이미지가 좀 과장된 부분이 있어요.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라는 게 특별히 빨갛다거나 불온하다거나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김정아: 인권영화제에서 상영하는 많은 영화들이 미국 공영TV에서 했던 거예요. 불온한 게 아닌데, 서준식이 있는 인권운동사랑방이 불온하게 비쳐지는 거죠.

김규항: ‘간첩 서준식’이 있는….

김정아: 이번에 밝혀졌잖아요. 공산주의 사상을 갖고 있는 위험한 인물이다… 사찰해야 한다. (웃음)

김규항: 그 판사가 기자들한테 사석에서 그랬다면서요. “우리 마누라가 그러더라. 서준식 공산주의자라고.” 무식한 XX.

최보은: 이건 꼭 사실확인을 해서 쓰세요. 김규항씨는 심정적으로 서준식 선생을 지지하기 때문에….

김규항: 그런 풍문을 들었다고 말했을 뿐이야. (웃음)

김정아: 여기서 잠깐 홍보를 하자면, 올해 인권영화제가 다른 해와 뚜렷이 차별적인 몇 가지 점이 있어요. 물론 다른 영화제는 당연히 하는 건데 우리 영화제는 여태까지 못해왔던 거거든요. 저희가 35mm필름을 상영한 적이 없거든요. 16mm도 없고….

최보은: 그럼 8mm….

김정아: 8mm도 없어요. 우리는 오로지 VHS랑 베타테이프로만 상영을 해왔습니다. 돈 때문에. 근데 올해 영화 한편을 35mm로 틀게 됐어요.

최보은: 어떤 작품을….

김정아: 그것도 특이한 건데, 체 게바라에 대한 다큐멘터리예요.

최보은: 제가 당연히 가야겠네요. 제가 ‘최 게바라’이기 때문에. (웃음)

김정아: 스위스 감독 리처드 딘도라는 사람이 96년에 만든 인데, 외국에선 비디오로 출시될 정도로 잘 알려진 작품이죠. 이념적으로 치우쳤다기보다는, 아주 질식할 정도로 조용하고 냉정한 작품이에요. 게바라가 빨치산을 했던 산간지역을 돌면서 게바라를 복원하는 영화인데, 스위스문화원에서 필름을 무료로 빌려줬어요. 그리고 또 하나. 우리가 외국감독을 초청한 적이 한번도 없거든요. 한 감독 초청하는데 적어도 200만원은 들어요.

최보은: 그거 갖고는 안 되죠.

‘재미’에 관하여

김정아: 실비로 해야죠. 민박도 하고 버스를 타고 해서라도. 그래도 저희로선 도저히 못하는데 자비로 오겠다는 사람이 있어요. 를 만든 케빈 매케이넌이라는 저널리스트예요. 9년 동안 쿠르드족을 따라다니며 취재한 사람이죠. 호텔비만 내주고 공항에 마중이나 나와달라 그러더라고요.

김규항: 공항에 마중은 나가야지. (웃음)

최보은: 마중 나갈 사람 없으면 제가 시간이 좀 빌 것 같은데, 절 좀…. (웃음)

인권영화제의 큰 장점 중 하나는 공동으로 출품작을 고르는 것이라고 했다. 서준식 대표와 푸른영상 대표 김동원씨 등 자문위원, 그리고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일일이 영화시사회를 갖고 토론회를 거친다는 것이다.

김정아: 인권영화제 작품들을, 솔직히 얘기해서 보고 싶으세요? 아 나 이거 보러가고 싶어…. 누구랑 술 약속 있는데 걔랑 같이 가야지, 또는 그 약속 취소하고도 어떤어떤 작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세요?

최보은: 저는 보고 싶어요. 딸들하고도 함께 가서 보고 싶고. 개봉작 영화도 그렇고요.

김정아: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저희 영화제가 질타를 당하는 부분도 많다는 거예요.

김규항: 어떤 부분?

김정아: 두분처럼 인권영화제에 대단한 지지를 보내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질타를 경험하기가 쉽지 않은데…. 또 영화제가 무료니까 나쁜 말 많이 못하시고 가시는 것 같아요. (웃음) 그래도 질타가 있어요. 첫째는 홍보를 못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재미없다는 거예요. 인권을 얘기하면서도 꼭 그렇게 해야겠느냐, 이런 얘기들을 하시거든요. 첫 번째 문제야 우리 손발이 달리고 게을러서 못하는 부분이 있고요. 두 번째 부분은 이게 과연 진짜 재미없는 거냐…. (웃음) 저는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곰곰이 생각하게 돼요. 그래서 오늘 혹시 그런 얘기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웃음)

김규항: 자문자답으로 패널을 무색하게 하시네. (웃음) 저는 그걸 트렌드라고 봐요. 저는 90년대 들어 다른 386들처럼 안이하고 졸렬하게 살아왔죠. 제가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정신을 추스린 게 2년 반 전인데, 재미있는 건 이라는 영화를 3년 전 봤을 때는 참 따분했어요. 요즘도 저런 소릴 하나 싶고. 근데 지난해에 다시 봤을 때는 가슴이 뛰더군요. 결국 저의 트렌드가 바뀐 거죠. 이를테면 저는 요즘 퀴어영화제에 대한 언론의 각광 같은 것도 동성애에 대한 인식의 발전보다는 결국 그 트렌드에 맞기 때문이라고 봐요. 인권영화제는 오늘 한국인들의 트렌드와 덜 맞는 거죠. 알고보면 인권영화제엔 좋고 재미있는 영화들이 많죠. 는 길지만 참 재밌고….

최보은: 재미의 잣대라는 게 워낙 개별적이니까…. 사실 인권영화제라는 타이틀 자체가 일반사람들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계몽주의적이라는 선입관을 갖기 좋죠. 지금과 같은 탈정치적이고, 말하자면 일거에 모든 정치관심이 다 해체되는 이런 운명에서는 어렵게 느껴지는 그런 문제가 아닐까. 재미 이야기를 좀더 해주시죠?

김정아: 저는 우리가 갖고 있는 재미의 잣대가 과연 옳은 것인가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얼마 전 택시를 타고 가면서 택시기사 아저씨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인권영화제 얘기까지 나왔어요. 그분이 “그런 영화는 재미없을 것 같다. 난 그냥 할리우드영화들이 재미있다”고 하시면서 미안해 하더라구요. 영화제 가도 재미없고 졸 것 같다면서. 그래서 제가 그랬죠. “아저씨가 만약 할리우드영화를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지 않고 이런 영화부터 보는 걸로 시작했다면 그래도 계속 할리우드영화만 재미있을까요? 그게 참 궁금하네요.” 외국에는 저희 영화제같이 재미없는 영화제들이 많이 있거든요. 사람들도 무척 많이 오고….

당신을 후원회원으로!

김규항: ‘재미없는 영화제’라는 표현은 삼가주십시오. (웃음) 근데 입장료를 아예 안 받는 게…, 공짜는 하찮게 여기는 그런 게 있잖아요.

김정아: 그런 게 있죠.

김규항: 소액의 입장료를 받는다고 해서 그게 꼭 뭐 상업적인 것도 아닌데, 지나친 결벽 아닌가요.

김정아: 관객이 영화를 보다가 재미없으면 그냥 팍 나가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남아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불쾌할 정도로. 입장권이라는 걸 안 받기 때문에 통제가 잘 안 되거든요. 그래도 문제는, 우리가 돈을 받을 만한 뚜렷한 이유가 안 생기는 거예요. 우리가 무료상영을 내세웠던 일차적 이유가 “이건 교육이다”라는 거거든요. 인권교육은 누구나 다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문턱이 전혀 없어야 한다… 홈리스도 와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김규항 선생님이 말씀하신 건, 이 명분을 깰 만한 이유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최보은: 인권운동사랑방이든 인권영화제든, 기업협찬 같은 건 제의도 들어오지 않고 받지도 않는 상태인가요?

김정아: 제의가 들어온다면 신중히 고려를 해봐야겠죠. 그 기업이 어떤 기업인지… 무슨 생각으로 하는 건지… 돈을 얼마나 댈 건지 등등. 우리가 한 4천만원 드는데 4천만원 다 대겠다? 이건 절대 안 되는 거죠.

최보은: 아, 전체 예산이 4천만원 정도 들어요?

김정아: 네. 거기서 왔다갔다 해요.

최보은: 후원회원은 어느 정도?

김정아: 1회에 비해서 많이 떨어져나갔어요. 지난해에 300∼400명 정도 됐나?

김규항: 후원회원은 어떤 식으로 하는 겁니까?

김정아: 저희한테 소액권 회비를 내시면 되는 거죠. 1만원을 내도 되고, 2만원을 내도 되고, 10만원을 내도 되고요. 그러면 저희가 선물을 드리는 거죠.

김규항: 뭐 주시는데요? (웃음)

최보은: 경품 보고 하려고? (웃음)

김정아: 저희가 배급하는 비디오테이프를 드리죠.

김규항: 뭐 남습니까? 1만원 받고 테이프를 줘버리면.

김정아: ‘쪼금’ 남겨요. (웃음)

김규항: 영화제는 언제 어디서 합니까?

김정아: 10월27일부터 11월1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그 다음 지역으로 내려가는데 그건 아직 확정 안 됐어요.

김규항: 어린이 대상 영화도 있나요?

김정아: 있어요. 유니세프가 만든 아동인권교육용 애니메이션 지요. 일요일 오후 1시로 잡아놓았어요.

최보은: 대부분의 영화들에 성과 폭력이 배제됐나요?

김정아: 저희 영화제 작품들은 거의 다 모든 가족들이 다 볼 수 있는 거구요. 물론 분쟁을 다룬 영화 중에 끔찍한 장면도 있지요. 타이 군사정권 시절에 공개처형을 한다든지, 전쟁터에서 팔이 잘려나간다든지…, 그런 장면들이 여과없이 막 나오면 당혹스럽죠. 그래서 이걸 상영해야 하느냐 논쟁도 했어요. 결론은, 우리가 광주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보여줘야 한다, 청소년을 위해서. 어쨌든 끔찍한 장면이 나올 경우엔 사전에 공지를 해요. 성적인 표현은 거의 없구요.

끔찍한 장면은 ‘광주비디오’처럼…

최보은: 삭제나 검열은 일체 안 하는 거죠?

김정아: 그럼요.

최보은: 저는 7살과 6살 딸을 키우는데, 딸들한테 영상물을 많이 접하게 해주려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같은 거 외에 일반 극장에서 상영되는 애니매이션과 영화를 보여주고 싶은데 정말 없어요. 1년에 두편이 될까말까. 이런 행사가 있다면 단풍구경을 갈 이유가 없죠. 인권영화제에 꼭 가겠습니다.

김정아: 저의 소망은 올해 한번 꽉꽉 채워봤음 좋겠다는 거거든요. 사실 요새 대학에서 저희 영화제 상영작들을 교재로 삼으려는 움직임들이 있어요. 상영작의 대중성 같은 걸 반영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죠. “인권영화제는 소수만의 행사니까 우리는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제발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최보은: 제가 일가족을 솔가하고 한 귀퉁이를….

김규항: 최 선배는 조직이 많으니까, 다 동원해. (웃음)

최보은: 사조직… 술집을 중심으로…. 왜 가을에 술을 먹냐 이거죠.

김규항: 먹잖아. (웃음)

최보은: 인권영화제 보고 난 다음에 먹어야지. (웃음) 술은 참았다가 뒤풀이로 마십시다.

김규항: 오늘의 결론.

최보은: 가을에 단풍구경 가서 물류비용 증가시키지 말고, 인권영화제 보러 가자!

김규항과 최보은은 쾌도난담이 끝난 뒤 오늘의 출연료 전액을 인권영화제 후원금으로 기탁했다. 얼마냐고? 비밀!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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