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학자 한서설아와 함께 여성의 몸에 대한 억압에 딴죽을 걸어보자

전쟁은 보스니아나 팔레스타인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 여성은 국지전이든 전면전이든 또는, 심리전이든 모두 전쟁중이다. 살과의 전쟁. 한 나라의 장관이 다른 나라의 여성장관 젖가슴을 평가하는 시대에 사는 여성들은 텔레비전과 신문, 잡지의 시도 때도 없는 중간 평가를 받으며 ‘더 길게, 더 가늘게, 더 빵빵하게’를 향한 싸움을 벌인다. 이 싸움에 동참하는 남성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성들은 단순히 아름다움에 대한 본능적 욕망이나 건강 관리 차원에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일까? 젊은 여성학자 한서설아(30)씨는 아니라고 답한다. 그는 저서 를 통해 외모 관리는 “자신의 몸을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철저한 비하의 경험이고, 자신의 욕망을 존중하지 않고 억압하면서 몸과 마음을 극단적으로 황폐하게 만드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여성 스스로 원해서, 열렬히
김규항: 책을 쓰게 된 동기에서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에 대한 혐오가 들었다고 쓰셨는데요.
한서설아: 책에도 썼지만 내 몸을 정말 혐오하고 있었구나라고 깨달은 것은 페미니즘 공부를 하고 나서도 한참 뒤였어요. 연애를 하거나, 취직을 생각하는 동안 저에 대한 불만, 스스로를 존중하게 안 되는 문제들이 되풀이되더라구요. 문제의 핵심에 여성성이라는 문제가 놓여 있었구요. 여성성, 여성다움이라는 것이 단지 성격이라든지, 스타일이 아니라 내 몸하고 연결이 돼 있었다는 거죠.
최보은: 그러면 한서설아씨는 전에 살을 빼려고 노력해본 적 있어요?
한서설아: 그랬죠. 대학만 들어가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던 삶을 살다가 여자대학에 딱 들어왔는데 그때부터 달라지는 거예요. 저에 대한 생각이.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어떤 기준에 맞는 여자여야 한다는 생각이 20대 내내 저를 괴롭혔어요. 내놓고 그러지는 않았지만 은밀하게 신경쓰고 나중에는 단식원까지 들어가게 만들었고요.
최보은: 나는 한참 살쪘을 때 남들이 지나가면서 한마디 던지는 말도 굉장히 재수없더라구. 니가 나 살찌는 데 보태준 거 있어? 이런 생각 하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남자들도 외모가 중시되고, 여자들끼리도 얘기하다보면 남자들 외모 가지고 많이 따지잖아요. 이제 다이어트라면 여자들의 전유물이 아니고 뱃살 사이트가 생길 정도로 남자들도 큰 고민거린데 이게 페미니즘하고 연결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정도의 차이 때문인가요?
한서설아: 몸이라는 것이 한 사람의 정체성이나 존재조건을 결정하는 데 얼마나 결정적인가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 큰 차이가 있지요. 예를 들어 여자는 몸을 가늘게 만들고 남자는 근육을 만드는 양상에는 분명히 성별간의 관계가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우선순위라든가 결정적인 순간에 그 사람의 남성성을 결정하는 것, 그 사람의 힘을 결정하는 토대에서 여전히 보이는 차이들을 얘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최보은: 그런 질문조차도 하나의 미필적 이데올로기 조작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잖아요. 남성들의 외모에 대한 고민을 부각시키는 것 자체가 다이어트나 몸에 대해서 남성과 여성이 받는 차별, 또는 정도의 차이 등을 가릴 수 있다는 얘기죠?
한서설아: 예를 들어서 여성이 구타를 많이 당하잖아요. 그런데 요즘 매맞는 남편도 있다고 얘기를 한다고 해서 매맞는 아내의 문제가 매맞는 남편의 문제와 똑같거나 상쇄되는 게 아니듯 남자들도 외모에 신경을 쓴다거나 여자가 남자를 외모로 본다는 얘기를 한다고 해서 기존에 있는 권력 관계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요.
김규항: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사회가 진행된 게 동서양을 막론하고 굉장히 오래됐는데요. 여자는 항상 남자한테 대상화되고 종속적인 존재였기 때문에 외모가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건 어제 오늘 일은 아닌 것 같은데 현대사회에서 특별히 다르거나 문제가 되는 건 뭔가요?
한서설아: 이미지 중심의 소비사회라는 얘기를 하면서 비주얼시대의 몸의 중요성, 그런 얘기도 많이 하는데 단순히 상품화되는 시대는 아니라고 봐요. 자신에게 중요한 삶의 조건이나 자원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원칙적으론 열린 사회인데도 불구하고 왜 이 문제가 여성한테는 여전히 중요하게 떠오르느냐는 거죠. 원하지 않는데 강제적으로 맞춰가야 하는 문제였다면 사실 저 자신의 문제도 해결하기가 좀 쉬웠을 것 같은데 그런 게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너무나 열렬하게 그런 기준들을 수용하게 되는 게 문제지요.
날씬함을 원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살찐다
김규항: 미적 기준을 보면 늘 변하는데 근대 이전에 서양미술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요즘 말로 하면 뚱뚱하잖아요. 허리도 없고.
한서설아: 미의 기준이라는 게 한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반영하잖아요. 먹을 게 부족했을 때는 마르는 걸 추구하지 않죠. 살빠질까 봐 밤에 먹는 이탈리아 귀족여성들도 있었다잖아요. 또 마릴린 먼로가 대표적인 예인데 모성을 여성한테 유달리 요구할 때는 특히 가슴과 엉덩이에 강조가 많이 된데요. 그러면서 한편으로 허리가 아주 가늘어서 남자가 여자를 한팔에 안을 수 있기를 요구하는 거예요. 현대사회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났으니까 공적인 영역에서는 남자들처럼 슈트가 어울리면서 사적인 공간에서는 섹시하게 보일 수 있는 속에 감춰진 성적인 매력, 특히 가슴에 많이 포커스를 두는 식으로 여성성이 좀 바뀐 거죠.
최보은: 옛날에 내가 부처출입기자 시절에 이런 말도 들었어요. 남자가 못생긴 건 개인의 수치지만, 여자가 못생긴 건 만인에 대한 죄악이다.
김규항: 유지태가 무슨 광고에서 날씬하면 고맙지 했는데 말은 고맙지지만 실은 날씬하지 않으면 용서 안하겠다는 얘기지. 결국 그런데 쭉빵이라는 말도 있지만 날씬하면서도 가슴과 엉덩이는 크길 바라죠. 요즘의 기준이란 모성이나 생산성하곤 상관없이 어로지 섹스용도야.
최보은: 그러면 살찐 사람은 살을 빼지 말아야 하는 건가? (웃음) 우리 주변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여자들도 다 살찌면 빼려고 노력하거든. 특히 요즘 몸에 대해서 자기관리의 성실성의 문제로 많이 치환시켜서 비판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너는 왜 그렇게 무너졌냐 이런 식의 공격들.
한서설아: 그게 저도 항상 고민이 되는 부분이죠. 왜 살이 쪘느냐에 대한 개인의 이유를 아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여성들이 비만이 되는 경우는 많은 경우 스트레스성이라고 하는데 그 스트레스가 어디로부터 오는 거냐를 분석해보면, 이 사회에서 계층적으로 박탈당한 남자들이 알코올중독에 빠지듯이 미적인 정형에 들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는거죠. 사실 몸 신경 안 쓰고 사는 게 여성들이 가장 원하는 거 아니에요? 밥 아무리 먹어도 살 안 쪘으면 좋겠는데 의식하고 신경을 쓰면 쓸수록 음식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워낙 소비사회라는 게 엄청나게 음식에 대한 탐닉을 조장하잖아요.
최보은: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다이어트를 엄청나게 강요하고.
한서설아: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폭식과 절식을 반복하면서 자기 몸의 통제를 못하는 거죠. 자기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게 또 많은 경우 스트레스가 되는 거예요. 다이어트 실패를 거듭한 사람들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속으로는 굉장히 자존감이 낮아요. 그런 사람들 가운데 살찐 사람이 많지도 않거든요. 그러니까 “형편없이 뚱뚱하다”는 식의 외부 평가 때문에 오는 자존감은 이미 피상적이고, 나는 내몸 하나 제대로 관리 못하나 하는 자존감의 상실이 오는 거죠.
‘몸매’란 매우 계급적인 문제

김규항: 오늘 신문 보니까 멜라니 그리피스라는 배우가 다이어트약을 과다복용해서 또 입원했다고 하대. 남편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더군.
최보은: 그런 사례가 많죠. 거식증으로 죽은 카펜터스 멤버도 있고 폴라 압둘도 먹고 토해내는 병, 불리미아라고 커밍아웃한 적이 있었어요.
한서설아: 어제 영화 를 봤는데 장만옥이 거의 완벽하게 만들어진 몸매로 평범한 캐릭터의 연기를 하니까 현실감이 없어서 별로 감정이입이 안 되던걸요. (웃음) 연예인들이나 패션 모델한테는 그런 식의 몸만들기라고 하는 게 직업의 일부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그게 보편적 기준이 된다는 거죠.
최보은: 이제는 몸관리도 자본과 시간이 투여되기 때문에 말하자면 중상층 이상의 전유물이 되어가고 있거든. 잘사는 사람은 헬스라든가 스킨게어라든가 성형을 할 수 있는 반면에 없는 사람들은 몸매가 하릴없이 무너져도 아무런 대책없이 자기 몸을 방치하는, 몸의 계층화라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그런 지적도 나오잖아요.
김규항: 최선배가 그런 훌륭한 말을 하다니(웃음). 성실함, 의지의 문제로 포장되지만 사실은 매우 계급적이에요. 다이어트란 게 유한해야 하고 경제력이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 많지. 노동 자체를 치뤄내기에도 힘든 사람으로서는 아무리 성실하고 의지가 있어도 도무지 해당이 안되는 얘기고.
한서설아: 먹는 음식부터 다르잖아요. 부자들은 유해한 걸 다 차단하고, 패스트푸드를 먹고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바쁘고 노동강도가 센 사람들이지요. 제가 단식원에 있을 때 중견기업을 경영하는 분을 만났어요. 그냥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아줌마의 몸이었데 그런 몸을 가지고는 비즈니스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스스로 느끼셨나봐요. 얼마 전에 여성잡지에 왜 상류층 여자들은 뚱뚱한 여자가 없을까 하는 기획기사가 나온 걸 봤는데 이 기사 역시 그런 현상을 보여주는 거 아니겠어요?
김규항: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유별난 데가 있어요. 미국 친국가 그러더군요. 한국 아가씨들은 어떻게 하나같이 다 날씬하냐고.
한서설아 : 서구의 경우는 근육질, 탄탄한 몸만들기, 이런 것 때문에 운동중독이 나올 정도로 운동에 대한 굉장한 강박이 또 생기고 있거든요. 한국 여성들 같은 경우는 완전히 지방과 근육이 제거되고 가슴에만 남아 있는 몸매를 지향을 하는 편이고. 미국 여성들이 근육이라든가 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도 한국과는 또다른 조건이 아닌가 해요.
최보은: 한국 남자들이 작으니까. (웃음) 그 체형에 맞게, 거기에서 조금 더 쏙 들어오는 걸 찾아서 그런가봐요.
한서설아: 남녀관계만 보더라도 외모에서 남자는 키가 커야 하고 여자는 그 키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커야 한다고 생각하고 남자가 어느 정도 풍채가 있을 때 여성이 비슷하거나 더하면 이성애 커플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잖아요. 또 고용기준 따위를 분석한 걸 보면 남성성이 요구되는 직업은 어느 정도 이상이어야 하는 최소 사이즈가 기준이 돼 있고 여성성이 요구되는 직업은 최대 사이즈, 그걸 넘으면 안 되는 기준이 있죠.
여성국회의원들은 왜 죄다 이쁜거냐
김규항: 이를 테면 살찐 여자 승무원은 안 뽑고 남자 승무원은 너무 왜소하면 안 뽑겠지. 여성 승객조차도 그런 스튜어디스를 보면 무슨 스튜어디스가 저래 그러고 남자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의 부인이 텔레비전이나 신문에 나왔을 때 야 어떻게 저런 여자하고 살아 막 그런 이야기를 한다구.
한서설아: 예를 들어 요즘 평등한 이력서 만들기 운동을 하잖아요. 미국 같은 경우는 사진을 요구할 수 없고 몸무게나 키 같은 걸 적지 못하거든요. 가족관계를 절대 적을 수 없고. 그렇게 했다가는 다 소송감이에요. 그런데 한국은 그런 게 아니라 가족관계부터 시작해서 사진도 대문짝만하게 붙여야 하고, 서류에서부터 그게 걸리니까 시험의 기회도 차단되는 거죠. 그래서 여성민우회에서는 요즘 이력서 바꾸기 위한 샘플 만들기를 하기도 해요.
김규항: 여자 상업고등학교 졸업한 친구들은 취업의 관건이 거의 키더구만. 165cm 정도가 안 되면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취업이 거의 어렵대요.
한서설아: 그거 소송할 때 한 부모님이 오셔서 “내가 못 낳아줬기 땜에 그렇게 된 거 아니에요”라고 울면서 이야기하더라구요. 다른 경합할 수 있는 자원이 없을수록 외모가 더욱 결정적인 요소가 되지요.
최보은: 지금 우리 국회에 여자 국회의원들 얼마 안 되잖아요. 그런데 딱 한 부류에요. 김영선 의원, 추미애 의원, 박근혜 의원처럼 예쁘거나 옛날에 김옥선 의원이나 한영애 의원처럼 완전히 남성화된 명예여성, 그 완충지대는 없어.
한서설아: 소수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여성이란 대표성이 너무 강하잖아요. 그러니까 여성성에 대한 기준도 훨씬 더 강하고 조금만 잘못하면 욕을 먹고. 보통 여성 내의 다양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정도가 30%라고 들었어요. 여성이 30%는 들어가야 한 여성이 여성 전체를 대표하지 않고 여성들 사이의 다양성이 인정되는 분위기가 있을 수 있다는 거죠. 그 조사에 근거해서 여성할당제를 30%로 잡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거든요.
김규항: 본능적인 취향까지는 바꿀 수 없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일 잘하고 건강한 게 진짜 아름다운 거라는 말하는 건 쉽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어렵죠. 그러나 제도화되어 있는 부분은 분명히 바꿀 수 있죠.
최보은: 극장에 가면 20대 관객들이 많잖아요. 나는 한국사람인데도 구분이 안 돼. 너무나 패션도 똑같고, 화장도 똑같고 몸매도 똑같고 키도 비슷비슷하고 거의 복제인간들처럼 다녀가지고 구분이 안 돼요.
좀더 세련되고 정교해진 성차별
김규항: 그런 것이 여성의 외모에 대한 성정치적인 함의 외에 오랜 군사 파시즘 치하에서 길들여진 집단주의적 정서가 작용하죠. 이를테면 요새는 스트레이트 파마한 긴 생머리가 거의 대부분이고 차림새도 거의 비슷하고.
한서설아: 그 문화적 코드를 벗어나면 굉장히 이상해지고 심지어는 기괴한 사람으로 취급받잖아요. 유행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이 곧 개성을 가지는 길이지. 엄청한 이탈이 되고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행위가 되는 거죠. 그러다가 어떤 사람들이 자본을 투여해서 코드를 바꿔나가면 이게 또다른 개성이구나 하는 식으로 흐름이 바뀌는 거죠.
최보은: 안티미스코리아대회처럼 미의 기준을 획일화시키려는 것을 저지하려는 운동들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줄곧 개인 차원에선 어떤 실천이 가능할 건가, 살찐 자기의 몸을 내버려두는 게 옳은 것인가 이런 문제는 결국 개인의 결단일 수밖에 없는 건가요?
한서설아: 아무리 좁은 문이라도 내가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한테는 이런 얘길 백날 해봤자 소용이 없겠죠. 그런데 그것 때문에 괴로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이제 같이 그렇게 생각을 바꿔보는 게 어떻겠냐라는 거지요. 일방적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하면 니가 해방될 수 있다 이런 메시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 문제는 사실 저를 늘 힘들게 만들었어요. 책에서 자기 콤플렉스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게 저한테는 쉽지가 않았어요. 다이어트하는 사람 많을 것 같아도 만나서 그런 얘기 듣기 어려운 건 그게 자존감에 너무나 깊숙이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거든요. 저는 이런 문제를 쓴 지금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몸에 대한 코멘트를 하면 정말 제 의식하고 상관없이 몸이 딱 얼어버리는 걸 느끼곤 해요.
김규항: 제가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현대 들어와서 전면적인 여성에 대한 차별, 사회진출을 가로막는 기준이 무너지자 여성이 남성보다 육체적으로 열등하다는 생각, 그 몸의 위계를 통한 질서가 더 자연스럽고 무섭게 작동하고 있다는 부분이었어요, 저만 해도 남녀차별 안 되지 하면서도 여자들이 힘도 약하고 생리도 하고 임신도 하니까 적절한 직업이라는 게 아무래도 좀 따로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문득 하게 되는데, 그것이 굉장히 무서운 생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서설아: 제 생각은 몸이라는 것은 자연이나 본능처럼 정말 변화할 수 없는, 딴죽을 걸어볼 수 없는 그런 실체라고 생각하는 그 생각 자체에 딴죽을 걸자는 거죠. 몸에 대해서 수천년 동안 연구를 했고 그래서 얼마든지 그 몸에 대해서 다르게 써낼 수 있고 다른 지식이나 상식을 줄 수 있는 거잖아요.
김규항: 원론적인 차원에서의 성차별, 그런 의식은 많이 개선되고 있어요. 이를테면 며칠 전에 남녀 역할이 바뀐 부부 두쌍이 텔레비전에 나왔대요. 여자는 밖에 나가서 일하고 남자는 전업 주붑니다. 아내한테 바라는 게 뭐냐 이런 질문을 했더니 두 남편 다 제발 퇴근하고 돌아와서 옷이나 양말벗을 때 뒤집어 놓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더군요. (웃음) 그렇지만 또 거기에 함정이 있는 거죠.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이 사회전반적으로 많이 개선이 된 것처럼 보이는데 유독 다이어트 같은 건 굉장히 폭력적으로 진행됨으로써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억압이 이루어진다는 거죠.
한서설아: 정치권력에서 여전히 파쇼적인 부분도 있지만 세련되고 정교하게 흐트러지면서 사람들한테 스며드는 것처럼 여성과 남성의 관계도 역사가 긴만큼 세련되게, 변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으로서는 계란으로 바위를 친 꼴인데, 대세는 굉장히 심각한 방향으로 나갈 거라는 거죠. 연령도 낮아질 거고. 외모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는 젊은 여자들, 그리고 남자들의 일부도 거기에 포섭될 거고 문제가 심각해지면 좀더 많이 드러나겠지요.
최보은:오늘의 결론.
한서설아: 언론에서는 다이어트를 조장하면서 한편으로는 문제화하는 프로그램이나 기사들이 나오잖아요.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그 안의 집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 여성이나 몸의 권력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들이 좀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김규항: 그래요. 반성하는 마초가 되겠습니다.(웃음)
최보은: 남의 살에 대한 관심을 좀 꺼야지. (웃음)
김은형 기자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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