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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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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개발은 국가의 30년 사기…담수화가 사기란 거 몰랐나”

등록 2023-12-01 12:17 수정 2023-12-09 05:33
2023년 8월 <한겨레21>과 새만금호 수질을 조사 중인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 김양진 기자

2023년 8월 <한겨레21>과 새만금호 수질을 조사 중인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 김양진 기자

2023년 11월27일 오후 예산철을 맞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좀처럼 듣기 힘든 “예산 완전 삭감하라”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전북 군산 수라갯벌에 들어설 ‘새만금 신공항’ 공사에 맞선 시민운동가와 주민들이다.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 등을 이유로 새만금 신공항 공사 예산을 89% 삭감(580억원→66억원)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예산 전액 복원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 공사로 죽임을 당하게 되는 흰발농게·도요새 같은 수라갯벌의 무수한 생명은 이래저래 기댈 곳이 없다. 집회 다음날 전화를 걸었다. “새만금호를 담수화(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일)한다면서 시작된 새만금(공사) 30년은 한마디로 사기였습니다. 사기 같은 범죄 현장에 예산을 쓴다는 겁니다. 말이 안 되잖아요.” 넉 달 전 <한겨레21>에 ‘새만금 개발 공사 32년의 거짓말’을 고발한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단장이다.

-그래도 국가기관에서 한 일인데, 사기라고요?

“새만금호처럼 간척한 지역의 하구 쪽은 염분 농도가 높고 물이 썩기 때문에 담수화가 불가능합니다. 과학적·역사적으로 반복해 검증된 일입니다. 일제강점기 옥구 간척의 경우에도 하구 쪽이 아니라 상류 쪽에 저수지를 따로 만들어서 농업용수를 공급했어요. 1960년대 개화도(전북 부안군 새만금지구) 간척할 때도 하구 쪽은 담수화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어요. 시화호 실패 사례(1987∼1994년)가 또다시 증명됐어요. 그래도 새만금호 담수화를 계속 시도합니다. 결국 정부는 (2021년) 새만금호를 포기하고 금강에서 농업용수를 끌어오기로 계획을 바꿉니다. 어떻게 하면 매립을 많이 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하구 쪽 유수지를 담수화하겠다는 계획이 나왔고, 불가능한 목표임을 알면서도 반생태적 방식을 계속 고집한 거죠. 이게 사기 아닌가요?”

-영화 <수라> 개봉 등으로 새만금 공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이전보다 커진 것 같습니다. 전북 지역 정치인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앞에선 ‘(새만금호) 해수 유통 중요하다’는 둥 듣기 좋은 소리도 합니다. 그런데 공식 발언을 보면 ‘예산 복구해서 새만금 매립을 더 하게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결국 총선(2024년 4월)을 앞두고 알게 모르게 힘을 써줄 대기업 편을 또 드는 거죠.(국감 자료를 보면 1991∼2018년 새만금 공사 착공 이후 투입된 4조5100억원의 70% 이상이 대형 건설사로 흘러들어 갔다.) 정치인은 국민을 깨우기보다 눈치만 보며 따라가는 존재 같아요. 특히 새만금호가 이렇게 썩어갈 때 전북의 민주당 의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새만금 담수화가 사기라는 거 정말 몰랐나요? 지금이라도 민주당이 책임지고 생태복원에 앞장서야 하지 않나요? 대기업들에 돈을 주면서도 환경을 지키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개발 예산을 생태복원 예산으로 바꿔서 대기업이 역할을 하게 하면 됩니다. 이번 국회 집회에서 새만금 관련 예산을 모두 ‘갯벌 생태복원 예산’으로 전환하라고 주장한 이유입니다.”

-<한겨레21> 등 언론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지난 30년간 지역 언론에 많이 실망했습니다. 개발세력과 연결돼 개발 관련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지역 언론은 개발론자 편을 들었어요. 그래도 언론이 계속 싸워줘야 합니다. 국민이 느끼는 새만금에 대한 감정과 국민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을 언론이 대신 발표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정치가 바뀌고 국토교통부도 눈치를 보고 꼬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꼭 제가 ‘새만금 개발은 사기다’라고 했다고 써주십시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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