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을 지나 연말이면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히겠지만 경기침체가 숙제로 남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2년 7월13일 한 말입니다. 이날 오전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 0.5%포인트 올렸습니다. 추 부총리는 물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인상은 불가피하지만 그 뒤 찾아올 경기침체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금리를 올리면 빚낸 사람들은 이자 부담이 커지기에 씀씀이를 줄입니다. 기업도 대출받아 투자하려는 계획을 접게 됩니다. 소비·투자가 줄면 경기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겠죠. 고물가를 치료하다가 경기침체라는 또 다른 병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만약 경기침체가 오면 그 고통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까요. 제1421호 표지이야기 ‘인플레이션의 습격’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 인플레이션처럼 경기침체도 두 개의 세상으로 갈라져 나타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말마다 도로에 차가 가득하고, 1박에 40만원 하는 펜션은 대기예약도 힘들다. 한 끼 3만원 맛집은 1시간 이상 대기줄이 즐비하다. 여기도 대한민국이다.”(네이버 아이디 hzco****)
고물가에 아우성이라지만 돈 있는 사람들은 별다른 타격 없이 여가활동을 즐기고 소비를 계속한다는 뜻이죠. 이들의 수요가 여전히 있는 한, 외식 등 서비스 물가가 쉽게 내려가겠느냐는 회의적인 전망이 깔려 있습니다. 비슷한 관점에서 이런 얘기도 있었습니다. “돈 있는 자에게나 외식 물가가 올랐다고 난리지 원래 외식 안 하던 사람은 감흥 없다. 기름·식료품·전기·가스 가격 인상이 제일 무섭네.”(asha****)
지난 수년간 집값이 급등했던 국면과 지금 인플레이션 상황을 비교한 댓글도 재미있었습니다. “그 난리쳤던 부동산은 사실 현실의 문제가 아니었지. 코로나19와 저금리, 유동성으로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것뿐이었는데…. 지금 이 인플레이션은 바로 오늘내일 밥 굶을 수 있는 문제인데 이상하게 부동산에 비해 별로 난리를 안 치네.”(taoi****)
당시 언론은 2030세대가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고, 남들에게 뒤처질까봐 일단 사고 보는 ‘공황매수’를 한다고 보도했죠. 하지만 그들은 대출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일부였을 뿐입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이들에게는 5억원짜리 집이 6억원으로 오르는 것보다 5천원짜리 백반이 6천원으로 오르는 게 당장 내 삶을 위협하는 문제입니다.
이런 점을 보면 물가가 6% 올랐느니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내렸느니 하는 숫자가 실제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게 분명해집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졌습니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전혀 다른 ‘세계관’ 속에 사는 셈이죠. 우리는 정부 관료들의 말과 행동에 더 주목해야 합니다. 그들이 펴는 물가안정 대책이나 경제성장 정책이 실제 누구에게 영향을 미치고 누구의 이익으로 돌아가는지 말입니다. 물가상승률이 6%에서 3%로 내렸다 해도 그건 전체 평균을 낸 결과 그렇다는 뜻이지 누군가는 여전히 고통스러울 수 있으니까요.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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