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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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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인사들 ‘친명’하려고 정치하나

단 한 명에게 ‘몰빵’하는 대안 부재론이 대안 부재를 낳는 악순환
등록 2024-06-28 13:49 수정 2024-06-29 04:36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2024년 6월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2024년 6월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슨상님’도 ‘짱’도 아닌 ‘아버지’라니. “더불어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님”이라는 칭송이 새로 지명된 최고위원의 입에서 나왔을 때 뭔가 ‘웃기려고’ 저러나 여겼다. 반전을 기다렸는데…, 그게 다였다. 어안이 벙벙했다. 더 놀라운 것은 당내에서 그 발언을 대놓고 탓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되레 역성드는 말만 들렸다. 현역 의원 사이에서 나온 비판은 “좀 그렇다, 과했다” 정도였다.

발언 즉시 제지당하거나 무마됐어야 했다. 때를 놓쳤다면 당의 공보라인이 해명 메시지라도 냈어야 했다. 과문한 탓인지 들은 바 없다. 이런 민주당, ‘쎄’하다. 뭔가 오작동 하고 있다.

“대단히 박력 있고 대단한 직관을 가진” 윤석열 대통령이 벌이는 일에 연일 ‘놀라는’ 사이, 민주당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총선에서 크게 이긴 정당에서, 역대급으로 낮은 지지를 받는 정권 치하의 제1야당에서, 왜 대권 주자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을까, 이재명 외에는. 재보궐선거나 다음 지방선거도 뻔히 유리한 판국인데 왜 아무도 대표를 맡겠다고 나서지 않을까, 이재명밖에는.

이 전 대표는 2024년 6월24일 당대표직을 사퇴했다. 연임 여부에 대해서는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확정했다면 사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연임을 못박았다. 여론의 눈치를 보는 기색도 없다. 덩달아 당도 조용하다. ‘또대명’(또다시 대표는 이재명) 깃발만 나부낀다. 그 많던 당권·대권 주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

누군가는 이를 ‘의리’라고 부른다. 고초를 겪는 리더를 보호해야 한다고.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민주당 계열 정당은 ‘의리’로 움직인다는 말이 그럴싸하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여의도 ‘도시 전설’일 뿐이다. 이재명과 각을 세우던 이들에게는 이런 의리, 조금도 적용되지 않았다. 박용진은 날리고, 설훈은 내치고, 이낙연은 안 잡았다. ‘선택적 의리’는 의리가 아니다.

누군가는 대안 부재를 든다. 이재명 아니면 당을 힘있게 이끌 이가 없다고. 그런 리더가 왜 굳이 오랜 ‘집단지성’의 결과물인 당헌·당규를 무리하게 바꿔가며 연임과 대권 도전에 꽃길을 깔도록 해, ‘사당’을 넘어 ‘맞춤당’ 소리를 듣게 할까. 이 전 대표는 주변에서 자기를 옹립해주는 걸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사법 리스크가 고조된 처지에서 합리적 선택일지 모른다. 그런데 과연 민주당에도 좋은가. 단 한 명에게 ‘몰빵’하는 게 공당의 전략일 수 있나. 어쩌자고 최고위원 하겠다고 나선 이들마저도 ‘오직 이재명’만 앞세울까. 공천에 목매는 처지도 아니고 선거가 지났는데, 심지어 이겼는데, 입 꾹 닫고 있는 민주당 인사들은 어떤 생각일까. ‘친명’이 정치의 목적이었나.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상임위 운영 방식을 두고 민주당 지지자들도 의견이 엇갈렸다. 모욕과 망신 주기를 동반한 ‘쇼맨십’이라서 불쾌하다는 평가와 과거 국민의힘 법사위원장들의 뭉개기를 떠올리면 얼음물 들이켠 것처럼 시원하다는 평가가 나란했다. 이처럼 같은 정치 사안에도 전혀 달리 반응하는 지지자들의 마음을 따라가다보면 서로 ‘가닿지’ 못하는 두 견해가 있다. 이재명(만)으로는 안 된다 vs 이재명(만)이어야 한다.

이재명을 빼고 보면 더 잘 보이지 않을까. 단 한 명이 절대화되고, 제도와 규칙이 그 한 명에게 유리하게 바뀌는 것. 우리는 이를 ‘독재’라 부른다. 민주당은 지금 어떤 모습인가.

김소희 칼럼니스트

*김소희의 정치의 품격: 격조 높은 정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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