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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기자회견 열고 ‘윤-명태균’ 통화 공개
박근혜 전 대통령 ‘공천 개입’으로 징역형 선고
등록 2024-11-01 16:54 수정 2024-11-04 20:13
윤석열 대통령과 김영선 전 의원. 김영선 전 의원 보좌관 페이스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과 김영선 전 의원. 김영선 전 의원 보좌관 페이스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월1일 치른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영선 전 의원의 국민의힘 공천을 직접 지시한 내용이 담긴 육성이 공개됐다. 명태균씨의 통화 음성을 통해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이 당무와 국정 개입 의혹으로 확장된 상황에서 윤 대통령까지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한 의혹이 드러나면서 대통령 부부의 위법한 정치 개입 파문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임기 첫날 ‘김영선’ 공천 실행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24년 10월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2022년 5월9일 이뤄진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가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통화에서 “공관위(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그러자 명씨는 “진짜 평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한다. 이 통화는 명씨가 윤석열 대선 후보를 위한 여론조사를 시행하고 그 대가로 김건희 여사로부터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아 왔다는 그동안의 한겨레21 보도와 맥락이 이어지는 핵심 증거다. 앞서 강혜경씨와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은 명씨와 김 여사가 공천을 논의한 정황을 보여주는 김 여사의 “오빠 전화 왔죠? 잘될 거예요”라는 통화 음성을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민주당이 추가로 공개한 녹음 파일에서 명씨는 윤 대통령과 통화한 경위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명씨는 같이 있던 누군가에게 “지 마누라(김건희) 옆에서 ‘아니 오빠 명 선생님 그거 처리 안 했어? 아침에 어?’ 이래서 놀라서 전화 오게끔 만든 것”이라며 김 여사가 “오빠, 이거 오빠 대통령으로 자격 있는 거야?”라고 말한 것이라고 통화의 맥락을 설명한다. 그는 이어 “‘나는(윤 대통령은) 분명히 했다’라고 마누라보고 얘기하는 것”이라며 “바로 끊자마자 마누라(김 여사)한테 전화 왔어. 선생님, 윤상현(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한테 전화했습니다”라고 말한다. 명씨에 따르면 김 여사가 “보안 유지하시고 내일 (대통령) 취임식에 오십시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명씨와 윤 대통령의 통화가 있었던 2022년 5월9일은 윤 대통령이 취임하기 하루 전이다. 실제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은 다음날인 5월10일 이뤄졌다. 통화한 날은 윤 대통령이 대통령에 준하는 예우와 권한을 부여받은 당선자 신분이었고, 공천이 결정된 날은 현직 대통령 임기 첫날이었던 셈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정당의 공천개입을 중차대한 위법행위로 본다. 특히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을 때는 공소시효가 10년에 이른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사건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수사했다. 이에 우선은 2024년 11월14일로 예정된 ‘김건희 특검법’의 국회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불법으로 공천에 개입했고, 공천 거래가 있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자 헌정 질서를 흔드는 위증 사안임을 입증하는 물증”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0월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0월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민주당 “움직일 수 없는 공천 거래 증거”

 

대통령실은 이날 “명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며 “당시 윤석열 당선인은 공관위로부터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또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어 “당시 공천 결정권자는 이준석 당대표, 윤상현 공관위원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명씨를 2번 만났고 이후 끊어냈다’ 등과 같은 대통령실의 해명이 거짓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정국이 급속히 ‘용산을 흔드는 명태균 게이트’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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