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청과 제주도의회, 제주도교육청을 낀 제주시 신제주로터리. 제주도 제공
2026년 6월 치르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제주시장과 기초의원을 주민이 직접 선출할 수 있을까. 제주도가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서 폐지했던 시·군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형 행정체제’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행정체제 개편은 민선 8기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 출범 때 행정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명분으로 해방 이후 존속돼온 시·군 체제(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의 기초자치단체를 없애고 대신 도지사가 시장을 임명하는 2개 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 체제로 바꿨다. 기초의회도 폐지됐다.
그러나 1946년 ‘제주도(島)’가 ‘제주도(道)’로 승격된 뒤 60년 동안 지속한 제주도 내 기초자치단체의 폐지 이후 인구 증가와 투자 확대 등 지역 성장과 행정 효율성을 가져왔으나 여러 문제도 동시에 드러났다. 기존 시·군 체제에 익숙했던 주민들이 특별자치도에 문화적·정서적 괴리감이 있고, 기초자치단체 폐지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시장까지 제주도지사가 임명권을 행사하면서 도지사의 권한이 커지고, 행정만능주의, 지역 불균형 심화 등의 문제도 나타났다. 또 기초의회, 시장·군수 등을 거쳐 정계로 진출하려는 정치 신인들의 길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 이유로 지방선거 때마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주요 공약이 됐다.
오영훈 지사는 2022년 7월 민선 8기 제주도지사에 취임하자 곧바로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행개위)를 발족했다. 행개위는 2024년 1월17일 그동안의 논의를 모아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대안으로 ‘기초자치단체 및 3개 행정구역 도입’을 오 지사에게 권고했다. 행개위가 권고한 내용은 제주도를 가칭 ‘동제주시’와 ‘서제주시’ ‘서귀포시’ 3개 행정구역으로 나누고, 지금의 행정시 체제가 아닌 법인 격을 갖춘 기초자치단체로 만드는 방안이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관건은 행정안전부가 제주도의 행정체제 개편 필요성을 인정하느냐다.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를 하려면, 주민투표법에 따라 행안부 장관이 도지사에게 주민투표를 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따라서 행안부를 설득할 논리가 필요하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따른 예산,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중앙정부로부터 넘겨받은 국가사무와 통합된 지방사무, 재정과 조직도 다시 나눠야 한다.
제주도는 행안부와 협의해 2024년 하반기에 주민투표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2026년 지방선거 때부터 개편된 행정체제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2024년 상반기 안에 정부와 주민투표에 필요한 내용을 협의하고 필요성을 설명해야 한다. 집약된 도민의 목소리를 전달해 행정안전부 장관이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주=허호준 <한겨레> 선임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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