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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군’ 윤석열의 ‘뚱딴지 썰’은 왜 계속되나

‘갈라치기’가 기본값 된 정부… 세금 뜯기는 자와 뜯는 자로 국민도 갈라
등록 2024-01-19 17:41 수정 2024-01-20 12:24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3년 11월9일 소방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소방대원 가족들의 손을 잡고 서울 용산어린이공원 잔디마당으로 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3년 11월9일 소방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소방대원 가족들의 손을 잡고 서울 용산어린이공원 잔디마당으로 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쯤 되면 알 만도 하지 않나. 대통령이 어떤 자리인지.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영 어려운 모양이다. 절대 해선 안 되는 일을 2024년 연초부터 연타로 해버렸다. “72억 벤틀리” 발언으로 국민을 세금 뜯기는 자와 뜯어내는 자로 갈랐다.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도 모자라 법무부를 대통령 부부의 대변인처럼 아내 방탄에 사실상 동원했다.

그는 1월10일 ‘국민이 바라는 주택’ 민생토론에서 다주택자나 고가 차량에 대한 세금 중과를 “중산층과 서민을 죽이는 것”이라며, 집을 많이 짓고 비싼 차를 만들면 일자리가 생기는데다 징벌적 과세는 임차인에게 전가되므로 약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세금을 덜 거둬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아무도 다주택자가 부도덕하기 때문에 세금을 걷는다 생각하지 않는다. 다주택자 중과세는 투기를 막고 집값을 안정시키려 우리 사회가 큰 비용을 치르며 합의해온 정책이다. 그런데 “뜯어낸다”는 ‘저렴한’ 표현을 써가며 가진 사람을 괴롭히는 구습인 양 치부했다. 이 자리에서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아주 확 풀어버리겠다”고도 호언했다. 경기 부진, 원자재값 상승, 고금리 여파 등으로 그나마 부동산 거품이 걷히는 와중에 ‘가진 자를 미워하면 안 된다’는 논리를 갖다붙이며 집값 떠받치기에 애썼다. 역대급 세수 펑크도 아랑곳없어 보인다. 이날 ‘뚱딴지 썰’의 백미는 이 모든 걸 영국 국빈 방문 때 비싼 벤틀리를 타보며 깨달았다는 것이다.

민생토론 형식을 띤 새해 업무보고는 이렇듯 대통령의 ‘아무 말 대잔치’로 점철되고 있다. 1월15일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에서는 민간기업의 투자마저 정부 치적인 양 포장해 재탕 짬뽕을 내놓았다. 탈원전 하면 반도체 생산을 못한다고 겁박도 했다. 전세계의 반도체 투자 생산 수출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넘어 의무화 단계인데, 외면한다. 지난 대선 토론에서 그 망신을 당하고도 여전히 ‘RE100’(재생에너지 전력 100% 사용)을 모르는 것 같다.

뭘 조금 알면 다 아는 것처럼 굴고, 아무도 믿지 못하면서 모두가 자기 말을 따르길 바라며,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되지도 않을 일을 맥락 없이 늘어놓고 집착한다. 철저히 자기 욕구 중심이다. 전형적인 ‘혼군’이다. ‘혼군’ 치하에서는 ‘신하들’도 어리석어진다.

‘갈라치기’가 기본값이 됐다. 국방부 장관은 국군 장병을 문재인 정부 용사와 윤석열 정부 용사로 갈랐다. 법무부 장관 출신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친정인 검찰조차 갈랐다. 검찰이 주가조작 사건 재판에 대통령 처와 장모의 23억원 상당 차익을 밝힌 의견서를 제출했음이 드러나자 이를 “문 정권 당시 의견서 아닌가요”라며 둘러댔다. 그가 법무부 장관이던 윤석열 정권 검찰이 만든 문서이다.

법무부까지 전 정권, 현 정권으로 갈라 김건희 여사를 방어했다. 법무부는 1월5일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자마자 굳이 성명을 냈다. 대통령실의 논리와 표현을 ‘복붙’한 듯 “문재인 정부 당시 2년 넘게 수사하고도 기소는커녕 소환조차 못한 사건”이라 규정했다. 그렇다면 검찰은 왜 지금이라도 불기소 처분을 하지 않나.

‘자연인 윤석열’이 있는 사람 편, 자기 아내 편인 건 놀랍지 않다. ‘대통령 윤석열’이 편협하고 위험한 세계관을 대놓고 드러내고, 사실상 국가기관을 동원해 결행까지 하는 건 놀랍고도 두렵다. 국민을 편 가르고 국가기관을 사유화하는 것은 국기문란이다.

잘못은 제 발밑부터 허물기 마련이다. 진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듯이.

김소희 칼럼니스트

 

*정치의 품격: ‘격조 높은’ 정치·정치인 관찰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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