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일 입줄에 오르고 있다. 윤 대통령은 2023년 4월6일 부산 ㅇ횟집에서 전국 광역 시·도지사, 한동훈 등 일부 장관, 장제원 등 부산 지역 국회의원 등 40여 명과 함께 만찬을 했다. 애초 비공개이던 만찬은 주변 시민들이 사진 찍고 이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공개되고 말았다.
이 행사는 대한민국 1번 공무원인 윤석열 대통령의 스타일을 잘 보여줬다. 만찬이 열린 횟집은 부산에서 가장 번화한 해운대에서도 꽤 유명한 곳이어서 비공개는 쉽지 않았다. 과거 대통령들은 공개된 장소에서 공개 행사는 열었지만, 비공개 행사를 이런 공개된 곳에서 여는 일은 드물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만찬을 마치고 횟집 앞으로 나와 참석자들과 일일이 인사한 뒤 차에 오르는 ‘대담함’을 보였다. 통상 대통령은 실내 행사장에서 인사하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차에 오른다. 안전을 위해 외부 노출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만찬 장소인 횟집도 직접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는 해운대 중심가의 다른 횟집을 대통령실에 추천했다. 그러나 결론은 ㅇ횟집이었다. 대통령이 ㅇ횟집을 ‘찍어서’ 예약해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이런 윤 대통령의 스타일은 전임 문재인 대통령과는 상반된다. 문 전 대통령도 비공개 외부 식사를 했지만 공개된 적은 거의 없었다. 어떻게 그랬는지 당시 청와대에서 일한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에게 물어봤다. “문 대통령의 비공개 식사 자리는 90% 이상 청와대 안 관저에서 이뤄졌다. 외부에서 열리더라도 공개되지 않도록 많은 준비를 했다”고 그는 답변했다. 생각해보면 대통령의 비공개 만찬은 공개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
탁 전 비서관은 문 전 대통령이 비공개 식사 자리가 공개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한 다른 이유도 설명했다. “대통령과의 비공식 식사 자리가 알려지면 참석자의 권력이 될 수 있다. 문 전 대통령은 특정한 사람에게 그런 힘을 싣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공식 행사 외엔 식사 자리가 공개되지 않도록 했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 식사 자리와 술자리를 정반대로 활용한다. 2022년 11월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새 관저에서의 첫 만찬으로 이른바 ‘윤핵관’인 권성동, 장제원, 이철규, 윤한홍 의원 부부를 초대했다. 이어 정진석, 주호영 등 여당 지도부도 초대했다. 이런 초대 순서는 당연히 여당 지도부보다 ‘윤핵관’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됐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사진 논란도 만만치 않다. 대통령실 누리집에서 3월의 ‘사진뉴스’ 메뉴를 찾아봤다. 김 여사의 `독사진’이 46장이나 됐다. 여기서 독사진이란 혼자만 나오거나 다른 사람이 거의 나오지 않는 사진을 말한다. 특히 3월17일 일본 도쿄의 일본민예관을 방문했을 때는 전체 사진 21장 중 12장이 독사진이었다.
독사진들은 대부분 사적인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일본민예관이나 3월31일 전남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에서 찍은 김 여사의 독사진들은 공식 행사 사진으로 보기 어렵다. 개인이 여행 가서 찍은 사진 같다.
노무현·이명박·문재인 대통령 시절 9년 동안 청와대에서 사진 담당 행정관을 지낸 장철영 행정사는 “대통령실 누리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공 사이트다. 여기에 사적인 사진을 올리는 일을 이해할 수 없다. 촬영 중 사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영부인에게 따로 전달하는 것이 상식이다. 과연 에디터가 누구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함께 나오는 사진 가운데 김 여사에게 초점을 맞춘 사진이 22장이나 됐다. 이 사진들에서 윤 대통령은 흐릿하게 나오거나, 얼굴이 나오지 않거나, 사진 주변에 배경처럼 서 있다. 특히 3월24일 천안함 용사 묘역 참배 사진은 15장 가운데 10장이 윤 대통령이 아니라 김 여사를 중심에 두고 있다.
장 행정사는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는 반드시 대통령이 중심이다. 대통령이 배경이 되거나 뒷모습이 나온 사진은 쓰지 않는다. 영부인이 함께 참석해도 보조적 역할에 그치는 게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부산 횟집 만찬은 공적인 행사를 매우 사적인 방식으로 연 경우로 볼 수 있다. 또 비공개로 추진했던 행사를 쉽게 공개되도록 한 점도 보안이나 경호상 문제가 있었다. 반면, 김 여사의 사진 게재는 사적인 활동을 하는 데 공적인 자원을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 부부가 ‘공사 구분을 못한다’는 지적은 임기 초부터 계속 나왔다. 2022년 11월 국외 출장 때 문화방송(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금지하고, 전용기 안에서 특정 언론사의 기자들을 따로 불러 만난 일이 대표적이다. 전자에 대해 윤 대통령은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 후자에 대해 “개인적인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두 사례 모두 사적 욕망을 실현하려 공적 권력을 남용한 사례로 비판받았다.
김건희 여사도 마찬가지였다. 2022년 8월 한남동 관저의 인테리어 공사를 맡은 회사나 용산 대통령실 리모델링의 설계와 감리를 맡은 회사는 모두 김 여사의 개인 회사와 업무상 관련돼 있었다. 또 2022년 7월 대통령의 국외 출장 땐 자신의 지인이자 대통령실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부인인 민간인을 대통령 전용기에 임의로 태우기도 했다.
이 모든 일에 앞서 윤 대통령은 청와대의 대통령 집무실을 공론화 없이 정부서울청사로 옮기려다 결국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겼다. 동시에 윤 대통령 부부는 청와대 안에 있던 대통령 관저 역시 공론화 없이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거쳐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옮겼다. 마치 개인의 집을 이사하듯 말이다. 이 모든 결정과 집행이 공공적이기보다는 사사로웠다.
공사를 구분 못하는 윤 대통령 부부의 태도는 개선될 수 있을까? 문 전 대통령 시절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먼저 윤 대통령이 지난 70년 넘게 발전해온 정부 운영 시스템을 존중해야 한다. 둘째로 공사를 구분하려면 견제 세력을 대통령실 안에 둬야 한다. 지금처럼 핵심 자리에 모두 검찰 출신을 두면 아무도 견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부인 문제를 통제하려면 반드시 영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을 따로 둬야 한다. 그래야 영부인 활동이 대통령 업무에서 분리되고 대통령 활동이 중심에 놓이게 된다. 지금은 한 부속실이 대통령 부부를 모두 보좌하다보니 각자 역할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관후 건국대 교수(정치학)는 이렇게 말했다.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대통령 부부의 언행에 계속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그래도 대통령이 말을 듣지 않으면 2024년 국회의원선거에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여당도 대통령을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시사 오랑캐 : 오랑캐처럼 자유로운 외부자의 눈으로 세상사를 봅니다. 4주에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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