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24년 6월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패배는) 오로지 저의 책임이다. 민심에 반응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민의힘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으로 진짜 책임을 다하려 한다”며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위원장은 출마 선언과 함께 정치권의 2대 논란거리인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이 직접 특검법안을 발의하고 대법원장과 같은 제3자가 특별검사를 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지금 단계에서 특검을 도입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선 한 전 위원장의 당대표 선출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 전 위원장의 출마 선언 전후인 6월22~24일 <스트레이트뉴스>와 조원씨앤아이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 전 위원장이 32.2%를 얻어 당대표로 가장 적합한 후보로 꼽혔다. 그다음으로 원희룡 전 장관 11.1%, 나경원 의원 10.4%였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한 전 위원장이 63.0%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원 전 장관은 18.1% 지지를 받았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은 당원 투표 80%, 국민 여론조사 20%로 결정된다.
현실 정치의 논리로 보면, 한 전 위원장의 다음 당대표 출마는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눈을 돌려 한국 정치의 미래나 사회 정의의 관점에서 보면 한 전 위원장의 출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한 전 위원장의 당대표 출마와 당선은 국민의힘뿐 아니라 한국 정치에 어두운 미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으로서 한 전 위원장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한 전 위원장의 국민의힘 대표 출마가 우려되는 첫째 이유는 검사 정치가 연장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은 선거라는 합법적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집권 과정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가족, 지인들에 대한 특수부(특별수사부) 검사들의 전면적인 수사로 시작됐다. 당시 조국 대표 등에게 범죄 혐의가 있었다고 해도 수사의 규모와 강도가 과도했다는 점은 이제 많은 이가 동의한다.
이렇게 윤 대통령은 2019~2022년 조국 사건 수사를 계기로 정권을 잡았고, 2022년 이후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대한 수사를 통해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국 사건 수사 때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이재명 전 대표 수사 때는 법무부 장관으로 이들 사건 수사를 주도한 사람이 바로 한 전 위원장이다. 다시 말해 한 전 위원장은 조국 대표와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검찰의 과도한 수사와 관련해 윤 대통령 다음으로 책임이 큰 사람이다.
더욱이 윤 대통령 집권 뒤 한 전 위원장을 포함해 검사들이 집단적으로 윤 정부에 참여했다. 2024년 5월10일 참여연대가 종합한 통계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 집권 2년 동안 정부에 임명, 파견된 전현직 검사와 검찰 공무원은 201명이다. 현직에 있는 검찰 출신 인사도 195명에 이르렀다.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 이어 검사 정부를 재창출한다면 대한민국은 2024년 3월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의 우려처럼 ‘독재화’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의 정치가 우려되는 둘째 이유는 공직자로서 권한 남용과 사유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2년 4월 국회에서 개정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등 2차 검찰개혁법의 내용을 한 전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 시행령으로 무력화한 일은 법무를 담당한 최고 공직자로서 불법적이고 권한 남용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이 개정 법률의 핵심은 검사의 수사 범위를 6개 범죄에서 부패, 경제 등 2개 범죄로 축소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 장관은 2022년 9월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법률에 포함되지 않은 범죄를 검사의 수사 범위에 대거 포함했다. 심지어 2023년 3월 헌법재판소는 “행정부 내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의 조정·배분은 헌법 사항이 아닌 (국회의) 입법 사항”이라고 명확히 결정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법무부는 해당 시행령들을 고치지 않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 시절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이나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사건 등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은 법 위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또 한 전 위원장은 추미애 법무부의 윤석열 검찰총장 비위 징계 사건에 대한 재판에 성실히 대응하지 않아 1심에서 승소한 사건을 2심에서 패소했다. 직무를 유기해 윤석열 총장의 징계를 취소해준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의 정치가 우려되는 셋째 이유는 민주주의 정치에 대한 무지다. 한 전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을 지냈지만 법치주의나 검찰개혁에 무지하다. 그는 법치주의에 대해 “누구든 법을 지키지 않으면 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어야 (…) 법치주의다”라고 주장했다. 엉터리 주장이다. 누구든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준법주의’, 법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받는 것은 ‘형사처벌주의’ ‘형벌주의’다. 반면, ‘법치주의’란 국가 권력 행사는 권력자가 자의적으로 해서는 안 되고 법에 따라 해야 한다는 현대 정치의 원리다. 대통령이나 장관에게 부과된 ‘법치주의’를 ‘준법주의’ ‘형벌주의’로 탈바꿔 시민들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살아 있는 권력 비리라도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궤변이다. 노무현 정부 이후 검찰개혁의 핵심은 애초 기소 기관인 검찰이 가진 수사권, 영장청구권 등 지나친 권한을 줄여 권한 남용과 부패를 해소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고 기소권이나 영장청구권을 제한하려는 것이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과연 한 전 위원장이 이런 내용을 모르는 것인지 부정하려는 것인지 정말 모를 일이다.
한 전 위원장의 정치가 우려되는 넷째 이유는 그가 경험 없는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현재 경험 없는 대통령이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국가의 중대사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낱낱이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를 잘 이끌지 못하는 것은 역량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윤 대통령이 그런 중대사를 다뤄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공공적 사안이 가진 복잡성, 그로 인해 파생하는 2차, 3차 영향을 미리 살필 혜안이 없다. 모든 의사 결정과 집행이 단순 무지하다.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보다 더 젊고 더 말을 잘하지만, 이런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는 같다. 예를 들어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이 추진한 ‘마약과의 전쟁’이 어떤 나비 효과를 일으켰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2022년 10월13일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한다”며 마약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어 10월21일, 10월24일 윤석열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달라”고 힘을 실었다.
그리고 닷새 뒤인 10월29일 서울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에 참여한 시민 159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현장엔 경찰관 137명이 배치됐는데, 이 가운데 50명이 마약 단속 경찰관이었고 시민들의 안전을 살필 경찰기동대는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 이날 마약 단속 실적은 한 건도 없었는데, 마약 단속 경찰관은 암행해야 해서 인명 구조에도 제때 투입되지 못했다.
또 한 전 위원장은 총선 기간인 2024년 3월27일 “분절된 국회가 아닌 완전한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해서 세종을 정치 행정의 수도로 완성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이 공약엔 많은 전제가 필요하다. 국회를 세종으로 완전히 옮기려면 2004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헌법을 개정해 수도 조항을 넣어야 한다. 또 헌법을 개정해 세종을 수도로 만들면 국회뿐 아니라 대통령실도 함께 세종시로 가야 한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수도엔 국회와 대통령실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2018년 수도 조항을 포함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을 반대해 걷어차버린 정당은 바로 국민의힘이었다. 그는 이 문제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관심 정책이나 말 한마디가 세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은 아직도 모를 것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범죄 사실을 찾아내는 데는 ‘선수’다. 그러나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국가의 중대사를 푸는 데는 아마추어다. 아마추어에게 정부를 맡겨서는 안 된다.
한 전 위원장의 정치가 우려되는 다섯째 이유는 증오의 정치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해 “중범죄가 확정적인, 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는 후보”라고 주장했고, 취임한 뒤 2년 동안 만나지 않았다. 정치가 마비됐다. 한 전 위원장도 윤 대통령 못지않은 막말을 했다. “검사 독재였으면 이재명 대표는 감옥에 있을 것이다.”(2024년 2월7일 관훈클럽 토론) “김준혁과 이재명의 쓰레기 같은 말들이 그 사람들이 권력을 잡았을 때 (…) 정치에 구현할 철학이다.”(2024년 3월30일 경기 부천 유세장)
총선을 앞두고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지만, 상대방을 경쟁자보단 적으로 여긴다. 이런 막말을 하면서 여야의 대표가 만나 대화와 타협을 할 수 있을까? 협치할 수 있을까? 물론 야당인 민주당이나 이 전 대표에게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상대를 파괴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정치인이나 정당이 있다면 이 사회에서 쫓아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의미심장한 것은 민주화 이후 상대 정당과 정치인을 파괴하는 데 사용된 주요 수단이 이명박, 문재인, 윤석열 정부를 막론하고 모두 검찰이었다는 점이다. 검찰 출신 정치인이 당대표나 대통령이 되는 것에는 그런 근본적인 우려가 있다. 한국 정치가 협치나 연정을 하려면 검찰뿐 아니라 검찰 출신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좀더 온건한 정치인과 정당이 더 중요한 노릇을 하도록 해야 한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참고문헌:
<한동훈 스피치 1·2>, 편집부, 투나미스, 2022~2023
<포스트 윤석열>, 황형준, 인물과사상사, 2024
*시사 오랑캐 : 오랑캐처럼 자유로운 외부자의 눈으로 세상사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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