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구시의 새로운 청사 터를 결정하는 과정은 ‘숙의민주주의’의 결정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시 대구시 8개 구·군 가운데 절반이 신청사 유치를 희망했습니다. 권영진 전 대구시장은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를 꾸리고 시민의견 기초조사, 시민원탁회의를 거쳤습니다. 8개 구·군 주민과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등 250명이 모인 시민참여단을 꾸려 2박3일 합숙 토론을 거쳐 현재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터를 신청사 터로 결정했는데요. ‘대구광역시 신청사 건립을 위한 조례’를 만들고 이전 터를 결정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문제는 신청사 건립 예산이었습니다. 대구시는 2012년부터 신청사 건립기금을 모아 1765억원을 적립했는데요. 2020년 코로나19 대응으로 건립기금 일부를 사용해 현재 397억원만 남으면서 청사를 예정대로 짓기 힘들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홍준표 시장은 부족한 예산에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합니다. 대구시는 2022년 9월 옛 두류정수장 터 15만8천여㎡(4만8천여 평) 가운데 6만8천㎡(2만여 평)는 청사로 사용하고, 나머지 9만㎡(2만7천여 평)는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한 뒤 매각해 부족한 사업비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매각하는 터에는 호텔 등 상업시설을 유치한다는 계획도 덧붙였습니다. 청사 터 일부 매각 방안은 곧바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달서구 주민들은 물론 달서구를 지역구로 둔 지방의원들도 나서 반발했습니다. 애초 대구시는 청사를 짓고 남는 터를 상업용지가 아닌 시민과 공무원이 함께 사용하는 ‘복합 행정 공간’으로 구상했는데요. 공공성은 사라지고 경제성만 내세운 계획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2022년 12월 대구시의회는 대구시의 올해 본예산을 심사하면서 신청사 설계비 130억4천만원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신청사 터 일부를 파는 방안을 전제로 한 예산이라는 이유에서인데요. 하지만 시의회도 부족한 예산을 마련할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시의회가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 홍준표 시장은 신청사건립과에 근무하던 공무원을 모두 다른 부서로 발령 내버렸습니다. 그는 “(예산 삭감으로) 1년간 할 일이 없어져 부서를 잠정 폐쇄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 와중에 달서구는 12월22일 구청 내 화단에 1.5m 높이의 ‘대구광역시 신청사 달서구 유치 기념비’를 세우는 웃지 못할 코미디를 벌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무런 대안도 없이 신청사 건립 추진은 잠정 중단됐습니다.
대구=김규현 <한겨레>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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