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현재 17개 시도의회 선거구는 위헌!

헌법재판소 지방의회 선거구 간 인구편차 3 대 1로 제시한 뒤 치러지는 첫 선거, 국회가 통과한 법안 속 17개 선거구는 헌재 기준 벗어나
등록 2022-05-25 17:03 수정 2022-05-25 23:37
6·1 지방선거를 보름 앞두고 세종특별자치시선거관리위원회 등이 2022년 5월17일 국립세종수목원에서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6·1 지방선거를 보름 앞두고 세종특별자치시선거관리위원회 등이 2022년 5월17일 국립세종수목원에서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4월20일 국회는 공직선거법 제22조 1항(시·도의회 의원 정수)을 개정해서, 인구 5만 명 이상의 자치구·시·군에서는 최소 2명의 시·도의원을 두도록 했다. 기존에도 아무리 인구가 적은 자치구·시·군이라도 1명의 시·도의원을 두도록 하는 규정이 있었는데, 도시와 농촌의 격차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인구소멸지역의 정치적 대표성을 더욱 보장하자는 취지로 이뤄진 법 개정이라고 한다.

최소선거구 기준 벗어나는 충남 금산, 서천군, 대전…

문제는 인구소멸지역의 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한 공직선거법 규정을 두더라도 시·도의회 선거구의 인구편차는 헌법상 평등선거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인구비례 2 대 1까지만 허용하지만, 지방의회 선거에서는 3 대 1이라는 다소 넉넉한 기준을 제시했다. 2018년 헌법재판소는 지방선거 유권자가 서울시의원 선거구별 인구편차가 너무 커서 ‘평등권과 선거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을 기각하면서도 “헌법이 허용하는 인구편차 기준을 인구비례 4 대 1에서 3 대 1로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회는 공직선거법 제22조 1항 단서조항을 핑계 삼아 실제 선거구획정 과정에서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충청남도는 2021년 10월 기준 인구 212만3365명으로, 지역선거구 43곳이 배정됐다. 선거구별 인구수 평균값(인구/선거구)을 계산하면 4만9381명이 되고 이를 ±50% 하면 최대선거구(상한) 7만4071명, 최소선거구(하한) 2만4691명의 기준이 산출된다. 따라서 충남 도의회의 모든 선거구는 인구 2만4691~7만4071명이 존재할 때만 합헌이다. 그런데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충남 금산군 제2선거구의 선거 인원은 2만803명이고 충남 서천군 제1선거구는 2만3723명이다. 최소선거구 기준(3 대 1 기준)을 명백히 벗어난다. 충남 금산군, 서천군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대구 중구, 인천 옹진군, 경기 동두천시와 연천군, 충북 옥천군, 전북 무주군·장수군, 경북 군위군·영양군·울릉군, 경남 의령군·고성군·거창군까지 전국적으로 17개 시·도의회 선거구가 인구편차 3 대 1 기준을 벗어난다. 국회가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기준을 일탈해 위헌적인 선거구획정을 한 심각한 사태다. 이번 대구, 인천, 경기, 충북, 충남, 전북, 경북, 경남 시·도의회 선거는 위헌인 셈이다.

6·1 지방선거는 헌재가 지방의회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3 대 1로 제시한 이후 치러지는 첫 선거인데, 농어촌 지역에 시·도의원 수가 줄어들 것이 예상됐다. 이에 국회는 농어촌 지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알면서도’ 위헌적 선거구획정을 했다. 해당 법안은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처음 발의했지만, 여야 모두의 묵인하에 이뤄진 야합이라고 할 만하다.

지방선거가 다가온 지금 당장 법 개정은 어렵고, 결론적으로 향후에 이런 위헌적 선거구획정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해 보인다. 위헌적 선거구획정을 해결하는 데 다양한 방법이 있다. 우선 가장 손쉬운 방안은 시·도의원을 증원하는 것이다. 만약 충남 금산군에도 2명의 도의원을 배정하려면, 국회는 충남 도의회에 43명이 아닌 52명의 지역구 의원을 배정하면 된다. 필자도 주민자치 증진과 ‘표의 등가성’ 확대를 위해 충남 도의원 10여 명 증원에 반대할 생각은 전혀 없다.

시·도의원 증원? 선거구 통합?

그러나 문제 해결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경북 같은 경우 전국적으로 인구가 가장 적은 울릉군(2021년 10​월 기준 8903명) 선거구가 존재한다. 만약 울릉군에 1명의 경북 도의원 선출권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3 대 1 기준을 맞추려면 현행 55명의 경북 도의회의 지역구의원을 148명으로까지 늘려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현실적이지가 않다. 더욱이 향후 도농 격차가 더 격심해질 것을 고려한다면 의원정수 확대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것 같지도 않다.

다른 방법으로 지역대표성을 보장하자는 취지의 공직선거법 제22조 1항 단서조항을 삭제하고 선거구를 통합하는 것이 있다. 이 방법은 다른 부작용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전북의 인구과소지역인 무주군과 장수군의 경우 두 군이 통합 선거구를 구성할 텐데, 장수군 출신과 무주군 출신의 소지역주의 선거로 도의원 선거가 변질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포항시와 선거구가 통합될 울릉군의 경우 다시는 울릉군 출신 도의원이 못 나올지도 모른다.

중선거구제, 권역별 정당명부제 도입해야

기존 소선거구제를 폐기하는 것이 훨씬 슬기로운 해결법이 되리라고 본다. 이번 위헌적 선거구획정도 여야가 기존 극단적인 소선거구제를 고수하려는 것에서 연유한다고 할 수 있다.

대안적으로 기초의회처럼 2~5명 수준의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는 경우나, 아예 권역별 정당명부제를 실시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2~3명 수준의 중선거구제를 실시할 경우, 여전히 인구소멸지역의 대표성은 보장받기 어려워질 것이다. 선거구 안에서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지역 출신이 대거 당선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권역별 정당명부제를 실시하면, 각 정당은 자연스럽게 권역 내 각 지역 출신 후보를 모두 공천할 수밖에 없고, 인구소멸지역의 목소리가 안정적으로 반영될 여지가 생긴다. 그동안 시·도의회 선거가 극단적인 소선거구제를 채택하는 바람에 정당지지율과 의석점유율 간의 차이가 심각한 선거였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권역별 정당명부제 도입이 확실히 더 매력적이다.

물론 필자가 생각하지 못한 다른 현명한 해결 방안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가 계속 평등선거 원칙을 무시한 위헌적 선거구획정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우리 사회가 이를 묵인할 것이 아니라면 시·도의회 선거제도 개혁의 필연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국회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평등선거 원칙과 표의 비례성, 그리고 인구소멸지역의 대표성까지 고려한 선거제도 개혁 방안을 진지하게 다룰 때다. 근본적 선거제도 개혁은 회피하고 땜질식 처방으로 위헌적인 시·도의회 선거구획정을 한 국회의 반성과 성찰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김준우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