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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등 떠밀린 사과도 낙제점

제1395호
등록 : 2021-12-31 04:00 수정 : 2021-12-3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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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021년 12월26일 서울 여의도동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경기장의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도 떨어지는 지지율 앞에선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 선거활동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허위 이력 기재 의혹이 제기된 지 12일 만이었다. 대선 후보 배우자가 대국민 사과로 첫 공개활동을 한 건 초유의 일이다.

김건희씨는 2021년 12월26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을 일부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불찰이다. 용서해달라”고 두루뭉술하게 밝혔을 뿐, 구체적인 해명이나 법적 처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신 사과문 절반 가까이를 윤 후보와 처음 만났을 때의 소회, 결혼 뒤 유산한 일 등 허위 이력과 무관한 개인사로 채워 ‘감정적 호소’에 기댄 사과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과 내용도 부족했지만, 사과의 주체와 대상도 적절치 않았다. 김씨는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남편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사람” “남편 윤석열 앞에 제 허물이 너무나 부끄럽다” 등 13차례나 “남편”을 언급하며 ‘아내’로서의 잘못을 사죄했다. ‘사람 김건희’가 아닌 ‘대선 후보의 아내’가, ‘국민’이 아닌 ‘남편’에게 하는 사과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여러 논란을 의식한 듯 김씨는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만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정치적 동반자인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을 전통적 여성성에 가두는 발언이었다.

김건희씨의 사과는 떠밀린 측면이 크다. 최근 윤 후보의 지지율은 ‘전두환 옹호’ 등 잇단 실언과 김씨의 허위 경력 기재 의혹,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내분까지 겹쳐 하락세가 확연했다. 2021년 12월26일 서던포스트가 CBS의 의뢰로 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은 27.7%로, 36.6%를 얻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뒤졌다. 특히 김씨 의혹은 윤 후보가 내세운 ‘공정’에도 치명타였다.

약 7분 동안 입장문만 읽고 퇴장한 김씨를 대신해 국민의힘 선대위가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선대위는 국민대·수원여대·안양대 등에 제출한 경력 일부가 “부정확한 기재”라고 인정하면서도, 김씨에게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 위조 의혹은 강력하게 부인했다. 사문서 위조, 업무 방해, 사기 등의 혐의로 처벌받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김건희씨를 보호하기 위해 ‘페미니즘’을 방어논리로 내세우는 모양새다.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너무 여성들에게 가혹하다. 국모 선거도 아닌데 왜 대통령 후보 배우자가 논란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녹색당 등에서 ‘여성인권’을 앞장서 말하던 신지예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도 마찬가지다. 김씨의 사과가 ‘감성팔이’라는 지적이 일자, 신 부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여성이 일하고 말하고 앞에 나서는 것에 대해 불신하고 당당한 여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통령 배우자는 청와대 제2부속실에서 보좌를 전담하는데다, 대통령과 함께 공식 행사에도 참여한다. 그 활동엔 세금이 쓰인다. 대통령 후보 배우자의 사생활이 아닌 공적 영역에서 검증은 젠더와 무관할뿐더러, 구체적인 해명을 하라는 지적을 여성혐오와 연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김씨는 허위 이력 기재뿐만 아니라 숙명여대 석사 논문과 국민대 박사 논문 표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코바나컨텐츠 기업 협찬금과 관련한 의혹도 받고 있다.

김건희씨의 직접 사과로 ‘리스크’를 털고 가려던 국민의힘의 계획은 쉽지 않아 보인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전반적으로 메시지가 괜찮았다”고 평가했지만, 김씨의 사과 뒤 화제가 된 건 김씨 발언 일부를 편집한 영상에 가수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I believe)를 배경음악으로 깐 게시물이었다.

장수경 <한겨레>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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