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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얼굴로, 진실을 부르노라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얼굴 ‘종이탈’로 제작… ‘진실 인양’ 바라는 마음과 손끝 모아모아
등록 2016-05-04 20:44 수정 2020-05-03 07:17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억을 되새기며 살아가려는 전국의 손끝이 모였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얼굴을 종이탈로 만들기 위해서다. 종이탈 1개를 만드는 데 약 3시간이 걸린다. 충북 제천 간디학교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탈을 만들고 있다.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억을 되새기며 살아가려는 전국의 손끝이 모였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얼굴을 종이탈로 만들기 위해서다. 종이탈 1개를 만드는 데 약 3시간이 걸린다. 충북 제천 간디학교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탈을 만들고 있다.

‘진실의 얼굴들 304개 종이탈’. 세월호에서 끝내 생환하지 못한 304명의 얼굴을 종이탈로 불러내는 작업이다. 지난 3월2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녘교회. 네댓 명씩 둘러앉은 이들이 탈을 만들고 있다. 돌아간 영혼을 불러들이는 초혼처럼, 손끝에 정성을 꾹꾹 담는다. 행사를 기획한 이효립 나무움직임연구소 소장은 “아이들 마음이 담겨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사납던 게 굉장히 부드럽게 웃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종이탈 만들기 작업은 3월부터 4월 초까지 한 달 남짓 이어졌다. 경기도 광명YMCA 볍씨학교, 인천 강화군 자람도서관, 충북 제천 간디학교, 제주 강정마을 등 전국 곳곳에서 진행됐다. 강화 쪽 행사를 추진한 학부모 전민성씨가 말했다.

“차가운 물속에서 고통받은 분들을 생각하며 탈을 만들었어요. 풀을 붙일 때는 쓰담쓰담 만져주며 온기를 주는 느낌, 그리고 드라이어로 말릴 때는 차가운 몸을 따뜻하게 말려주는 느낌, 그리고 탈이 완성되어갈 때는 점점 얼굴이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4월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 전국에서 만들어진 ‘진실의 얼굴들’ 304개가 모였다. 하늘이 흩뿌린 가랑비가 하얀 종이탈에 떨어졌다. 비와 눈물은 구분되지 않았다. 커다란 인형과 종이탈, 푸른 바다에 꽃을 띄운 꽃만장 행렬은 정부합동분향소를 출발해 화정천과 단원고를 거쳐 되돌아왔다. 5km 거리를 추모 시민 3천여 명이 함께 걸었다. ‘진실을 인양하라’ ‘온전한 인양’ ‘미수습자 9명을 가족 품으로’…. 시민들이 적은 손팻말은 여전히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있었다.

추모문화제에서 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호소했다. “다시 봄이 왔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2014년) 4월16일이다. 사람들은 아직도 세월호냐고 말하지만, 아이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밝혀내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2주기였던 지난 4월16일, 희생자를 의미하는 대형 종이탈과 꽃만장을 들고 추모객들이 경기도 안산 단원고 앞길을 걷고 있다.

세월호 참사 2주기였던 지난 4월16일, 희생자를 의미하는 대형 종이탈과 꽃만장을 들고 추모객들이 경기도 안산 단원고 앞길을 걷고 있다.

경기도 안산의 이효립 나무움직임연구소 작업장에서 한 학생이 완성된 종이탈을 안아보고 있다.

경기도 안산의 이효립 나무움직임연구소 작업장에서 한 학생이 완성된 종이탈을 안아보고 있다.

종이탈을 들지 않은 시민들은 “진실을 인양하라” “미수습자 9명을 가족 품으로”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안산 단원고 앞을 행진했다.

종이탈을 들지 않은 시민들은 “진실을 인양하라” “미수습자 9명을 가족 품으로”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안산 단원고 앞을 행진했다.

경기도 일산 동녘교회에서 한 아이가 헤어드라이어의 따뜻한 바람으로 종이탈을 말리고 있다.

경기도 일산 동녘교회에서 한 아이가 헤어드라이어의 따뜻한 바람으로 종이탈을 말리고 있다.

안산=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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