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에는 ‘사내 철학자’라는 독특한 직책이 있다. 직책을 맡은 이는 빈센트 스탠리 파타고니아 철학 이사다. 그는 파타고니아 설립 초기부터 이본 쉬나드(슈나드) 창업자와 함께해왔다. 한국에는 <리스판서블 컴퍼니 파타고니아>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2024년 4월 세계 최초로 설립된 ‘파타고니아 언패셔너블 비즈니스 스쿨’(파타고니아스쿨)에서 스탠리 이사는 교장을 맡았다. 파타고니아가 보여준 급진적이고도 희망적인 경영철학이 파타고니아스쿨에 어떻게 뿌리내리길 바라는지 스탠리 교장을 2024년 4월23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젊은 날 유럽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파타고니아에서 일하기 시작했다가 50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고 들었다. 영업, 도매, 마케팅, 철학 이사, 예일대 비즈니스환경센터 연구원 등 회사와 관련한 많은 주요 직책을 맡았는데, 돌아보면 어땠나?
“업무가 계속 바뀌었기 때문에 이만큼 오래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관심사도 계속 바뀌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비즈니스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냥 클라이머와 서퍼들의 문화, 편안한 분위기, 등반 장비의 품질이 좋았다. 그리고 20년 동안 영업 관리자로 일할 때는 그저 아웃도어 업계에서 ‘좋은 문화를 가진 건전하고 윤리적인 기업’을 세우고 싶었다. 또 20년 동안은 회사의 전반적인 메시지를 전하려 노력했다. 스포츠와 환경주의, 행동주의, 기업 문화 같은 것들에 대해서. 최근 10년 동안은 새로 회사에 들어온 직원들, 대학원생들, 젊은 기업가들을 돕는 일을 해왔다. 환경 위기를 인식하고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바꿔나가려는 대기업 경영진도 도왔다.”
—그렇게 대학원, 기업 등에서 소통해온 활동과 이번에 한국에서 시작된 파타고니아스쿨 간에 차이가 있을까?
“(궁극적으론) 차이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많은 사람이 파타고니아를 굉장히 특이하다고 생각하고 우리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시도하고 실수하면서 배운 것은, 다른 사람들도 배울 수 있고, 우리가 한 것보다 적은 실수를 할 수 있단 거다.”
—파타고니아스쿨 개강식에서 본 한국 회사원들은 진지했고, 이런 학교가 전세계에 퍼져나가길 바라는 야심 찬 비전을 갖고 있었다. 사내 철학 이사로서 비슷한 교육 모델을 구상해본 적이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미국에서도 이번 파타고니아스쿨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시작하자는 이야기를 수년 전부터 해왔다. 우리는 벤투라에서 단지 이야기만 하고 있었는데, 파타고니아코리아의 동료들은 그걸 실행에 옮겼더라. 우리는 한국에서의 이런 노력이 매우 자랑스럽다. 그리고 우리가 사업하고 있는 다른 곳들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이번 프로그램에서 교훈을 얻길 바란다.”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하기 마련인데 파타고니아는 유기농 면 사용이란 변화를 꾀하기 위해 직원들을 직접 농장으로 데려가 깨닫게 하고 변화를 만들어냈다. 쓰레기나 공장식 축산 등 현대사회의 기후위기와 관련한 많은 문제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관련돼 있는데,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이 기후위기란 현실을 직시하는 데 도움이 될까?
“공장식 축산 등 변화가 필요한 사안들에 대한 ‘실감나는’ 인식은 언제나 도움이 된다. 혹은 세상에서 더 많이 보고 싶은 것들이 실제로 어떤지 느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장으로 직접 가고, 보고, 듣고, 냄새를 맡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책, 기사, 웹사이트, 매장에서의 대화를 통해서도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강렬한 인식을 전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이 모든 방법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려 하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영혼을 잃지 않고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문화적 자신감이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현재와 다른 방식으로 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는데, 파타고니아는 이를 ‘상상력의 부족’이라고 하더라. 이 자신감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파타고니아가 특별히 높은 수준의 문화적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우리가 내린 모든 결정에서 ‘인간의 행복과 지구의 선을 고려하겠다’는 쉬나드 가문의 꾸준한 노력이 매우 일관됐었다. 하지만 둘째가 중요한데, 파타고니아 대부분 직원이 똑같이 꾸준히 노력했다는 점이다. 인간은 친구나 가족을 대할 땐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공정하려 하고, 연민을 갖는 등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직장에선 사람들이 지지받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수익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면, 이런 가치를 억제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업도 결국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가장 깊은 가치를 집에 남겨둬야 한다고 느끼게 된다면, 결국 직장인들은 회사를 영혼 없는 곳으로 여기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런 점을 발견했다. 직원들이 사적 생활에서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자신의 깊은 가치를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올바른 일을 해야겠다는 긍정적 동기를 얻는다는 사실 말이다. 상사의 처벌에 대한 두려움보다 동료와 고객, 그리고 지구에 대한 애정과 존중에서 행동하게 되는 거다. 이러한 주체성이나 내적 책임감이 결국 직원들이 크고 작은 비즈니스 문제를 숨기거나 떠넘기지 않게 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해준다. 결국 비즈니스 번창에도 도움이 된다. 끝으로 내 생각에는 파타고니아의 모든 직원은 우리가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만약 이런 자부심이 없다면 잘못된 제품을 팔기 위해 옳은 일을 하는 것일 테니 그런 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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