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부동산에 2억 투자해 10% 수익 기대하는 부부, 당장 주거환경·아이 교육은 어찌하나 </font>
▣ 포도에셋 재무상담사 nari@phodo.com
“상담 애프터서비스 해주세요.” 1년 전에 재무상담을 받은 고객 박철수(41·가명)씨 부부로부터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최근 서울 근교에 있던 아파트를 팔았는데, 그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는 게 좋을지 해법을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그사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재개발 예정 주택을 구입하는 등 변화가 많았다. 소득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1년 사이에 자산은 1억원 넘게 늘었다.
먼저 갖고 있던 아파트가 1년 전에 비해 3천만원 정도 오른 상태에서 팔았다. 물론 아쉬움도 크다. 매매계약을 맺고 중도금을 받은 뒤부터 뉴스에서 날마다 서울 강북지역 아파트값 오르는 소식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서 3천만원을 벌었지만, 더 벌 수 있었던 돈이 눈앞에서 날아가는 걸 보자니 마음이 여간 쓰라린 게 아니었다고 한다.
“그 아파트에 나중에 살기로 하지 않았나요?” 현재 박씨 부부는 남편 직장 근처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에 전세를 산다. 상업지역이 둘러싼 지역이라 전셋값은 비싸지 않지만 아이들 교육상 썩 좋지 않아 걱정이 많았던 터였다. 그런데 몇 달 전 재개발 예정 주택을 매입하는 바람에 1가구 2주택이 되어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아파트를 판 것이었다.
이 재개발 예정 주택도 그사이 무려 4천만원이나 올랐다. 예상대로 재개발이 추진된다면 2∼3년 내로 더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재개발주택조합에서 내부 분란이 생겨 일정이 혼미해졌다. 서울 밖이긴 하지만 몇 년 뒤 제법 안락한 아파트로 이주하는 것을 상상했던 1년 전의 계획이 어지러워졌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부동산을 통해 오른 자산가치는 약 7천만원이 된다. 나머지 3천만원은 1년 동안 저축한 금액과 금융소득이다. 박씨네는 월 200만원 이상을 저축하는데, 이는 소득 대비 35%가 넘는 금액이고 비슷한 조건인 비교고객군의 저축률 23%에 비해 월등히 높다. 1년 전에 있던 빚도 그사이 다 갚아 부채상환액이 전혀 없다. 비교고객군은 부채상환액이 소득의 9%인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박씨 부부는 새로 생긴 여유자금으로 또 다른 부동산 투자를 하고 싶어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박씨 부부가 부동산 시세차익으로 올린 수입은 총 2억4천만원으로 순자산의 50%가 조금 넘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실패도 없었다. 이쯤 되면 누구나 경험주의자가 되기 십상이다. “얼마를 투자하고 싶은 거죠?” 2억원쯤 투자하겠다고 한다.
현재 투자한 재개발 예정 주택도 몇 년 동안 자금이 묶일 건데, 유동성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지적해보았다. “재개발 예정지 물건을 잘 골라 사서 1년쯤 지나 팔려고요.” 그러면 또다시 2주택 문제가 생기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씨는 아버지 명의를 빌리겠다고 했다. 위장전입이나 가짜 경작확인서를 만드는 일부 고위 공무원들의 위법에 비하면 이건 편법이라고도 할 수 없는 정도다. 세금 문제와 유동성까지 생각이 잘 정리돼 있었다.
이번에는 수익성을 물어볼 차례다. “1년에 2천만원만 벌었으면 좋겠어요.” 생각보다 낮은 수익률 목표를 제시했다. 최근 판 아파트의 지난 4년 반 동안 연수익률이 20% 정도인 점이나 재개발 예정 주택의 시세 상승을 생각하면 매우 낮은 목표치다. 그런데 박씨 부부는 2천만원이라는 금액을 생각했고, 나는 수익률을 계산했다. “2억원 투자해서 2천만원 벌면 10% 수익 아닌가요?” 돈으로는 2천만원이 큰돈이지만, 10% 수익률은 그리 높은 수치는 아니다. 투자할 원금이 많아졌기 때문에 10% 수익률로도 큰돈을 버는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자녀 하나씩을 두고 있는, 평범하고 알뜰한 40살 전후 박씨 부부에게 2억원은 함부로 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관성대로 또 부동산 투자를 하려고 하지만 금액이 커질수록 위험도 커지고 유동성도 문제가 된다. 더욱이 10% 수익률이 목표라면 더 안전한 금융투자도 얼마든지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불입하고 있는 적립식 펀드 수익률을 확인해보라고 했다. 연수익률이 하나는 16.58%, 다른 하나는 9.69%였다. “이 정도 수익률이면 되지 않나요?”
자연스럽게 자녀 얘기가 시작됐다. 직장이 멀어 일찍 출근하는 엄마를 놓아주지 않으려는 둘째가 안쓰럽고, 저녁에 집에 오면 어수선한 것도 걱정이라고 한다. 주변 주거환경도 걱정이다. 서울 노원구 아파트 밀집지역 전세를 생각해봤는데, 현재 전세보다 적어도 1억원 이상이 더 든다. 당장 눈에 보이는 더 높은 수익률을 좇을 것인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편안한 집과 좋은 교육 여건을 택할 것인가? 정답이 있을 수 없는 해법을 박씨 부부와 나는 일주일 넘게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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