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부동산값 급등으로 가장 재미본 집단은 금융회사들…무리하면 총이자가 원금에 가까워질 수도</font>
▣ 포도에셋 재무상담사 nari@phodo.com
“두 분 명의의 부동산이 있나 보죠?”
남편 이기용(36·가명)씨와 부인이 각자 청약예금과 청약부금 통장을 갖고 있고, 무주택자만 가입할 수 있는 청약저축 통장이 없어서 물어본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이씨 부부는 현재 서울에서 1억4천만원짜리 전세를 살고 있는데, 4년 내로 4억원쯤 되는 아파트를 마련하고 싶어한다. 이씨는 4년 전에 300만원짜리 청약예금에 가입했다. 부인 역시 비슷한 시기에 청약부금에 월 10만원씩 붓다가 최근에 불입을 중지했고 잔금은 450만원이다.
결혼 뒤 부인은 이씨가 청약예금을 해약하고 청약저축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4년씩이나 유지한 통장을 해약하는 게 아까워 은행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은행 직원은 1순위이니 그냥 유지하라고 말했다. 오히려 더 큰 평수가 가능한 600만원으로 증액하는 것도 고려해보라고 했다.
상품 자체로만 본다면 은행 직원 말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건 이씨에게도 맞고 다른 사람에게도 맞는 말이다. 그렇게 누구에게나 맞는 답을 찾자는 게 아니라, 이씨의 구체적인 상황에 가장 알맞은 답을 찾자는 것이다. 은행 직원은 투자가치를 생각해 그렇게 대답했을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이씨 가정에는 국민주택 규모의 주택이 우선 필요하다. 그리고 부인도 청약통장이 있으므로 본인은 청약저축으로 전환해 주택공사나 지자체가 공급하는 국민주택을 청약하고 부인이 민간 건설 국민주택을 청약하는 게 유리하다. 4년 뒤를 목표로 하므로 시간은 충분하다. 또한 자금 계획 면에서도 가능한 자금이 적게 드는 아파트를 구입하는 게 좋다. 이후 발생할 투자가치를 위해 무리한 대출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금 계획을 보자.
이씨가 4년 뒤에 4억원대 아파트에 청약했다고 하자. 지금 전세가가 1억4천만원이니까 차액은 2억6천만원이다. 저축 여력의 80% 이상인 200만원씩을 매월 연 8% 수익률로 투자하면 4년 뒤에 약 1억1천만원을 모은다. 그래도 1억5천만원이나 모자란다. 모자라는 돈을 연 6% 이자율로 3년 거치 2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대출받는다고 치자. 이씨가 내야 할 총이자는 무려 1억1600만원이 넘는다. 원금에 가까운 금액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돈을 대출해주는 금융사는 아주 쉽게 이자수입을 챙긴다. 은행으로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사면서 최대한 많이 대출해가기를 바란다. 은행 직원 역시 자기가 일하는 은행의 논리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동화된다.
물론 이런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민영 개발 아파트에 청약하는 것이 더 많은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시세차익이 대출이자를 감당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지난 몇 년 동안 부동산값이 많이 올랐다. 대출을 많이 받아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산 사람들도 많았다. 부채도 자산이라며 너도나도 수익률 경쟁에 나섰다. 그래서 정말 각 가정들이 재산을 더 불렸는지를 조사해봤다.
지난해 재무설계 전문업체인 포도에셋에서 재무 상담을 받은 36∼45살 고객들을 부채가 500만원 이하인 고객과 1억원 이상인 고객으로 분류해봤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각각 474만원과 487만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자녀 수도 1.80명과 1.85명으로 비슷하다. 부동산 자산은 부채가 1억원 이상인 가구(3억9435만원)가 부채가 거의 없는 가정(1억7869만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많다. 그런데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반대로 부채가 거의 없는 가정(2억6439만원)이 부채가 1억원 이상인 가구(2억4466만원)보다 더 많다.
부채가 1억원 이상인 가정의 자산(부동산자산+금융자산) 비중을 보면, 부동산 자산이 전체의 92.5%로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 또한 그 부동산 자산의 반 가까운 46%(1억8181만원)가 부채다. 그 빚을 갚기 위한 원리금 상환액이 월 114만원으로 소득의 23%나 된다. 이렇게 부채 상환 부담이 크니 당연히 저축액(월 51만원)은 소득의 10%를 조금 넘을 뿐이다. 반면 부채가 500만원 이하인 가정은 저축액이 월 159만원으로 소득의 33%가 넘는다.
결국 부채가 없는 가정이 많은 가정에 견줘 월 70만원 정도씩 저축을 더 하고, 대출 상환으로 새는 돈도 극히 적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부동산값 급등으로 가장 확실하게 수익을 남긴 집단은 대출 금융회사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너도나도 앞다퉈 부동산 담보대출 경쟁에 나섰던 것이고, 그 결과 이제 한국도 부동산 거품이 꺼질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경제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이런 대출에 따른 손실과 큰 자금이 묶이는 위험을 감안한다면, 가능한 한 대출을 적게 받도록 평수도 다소 적은 것으로 공공분양 아파트에 청약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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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한겨레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