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은 충남지역의 서남쪽 맨 끝자락으로, 금강을 사이에 두고 전북 군산과 마주하고 있다. 삼한시대 마한의 아림국, 백제의 설림현이 있던 곳이다. 세모시로 유명한 한산면은 조선시대에는 한산군이었는데, 현재의 화양면, 마산면, 기산면을 아울렀다. 지금도 서천군을 생활권으로 가를 때는 서천권, 한산권, 비인권으로 나누고, 거기에 1930년대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한 장항항을 중심으로 한 장항권을 덧붙인다.
금강은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긴 물줄기이며, 남한에서는 한강과 낙동강 다음으로 큰 강이다. 전북 장수군 장수읍 수분리 신무산 뜬봉이라는 샘에서 첫 물흐름을 시작해 군산·장항까지 장장 1천리(401km)에 이르며, 명주실처럼 가느다란 수많은 지천이 모여 총유역면적 9885㎢의 광활한 비단폭을 만든다.
백제 무왕의 뒤를 이은 의자왕이 백제를 배신한 신라를 심하게 공략하자, 신라는 외세인 당나라 군사를 불러들여 그들과 함께 백제를 공략했다. 이때 당나라 군대는 지금의 금강 어구인 백강 왼쪽 강기슭에 상륙했다. 금강을 백마강이라고도 하는데,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성을 공격할 때 백마를 미끼 삼아 용을 건져올리고 사비성을 함락시켰다는 데서 유래했다.
백제가 멸망하자 왕족 복신과 승려 도침 등이 지금의 서천군 한산면에 있었던 주류성(지금의 건지산성)- 주류성이 지금의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에 있는 우금산성이라는 주장도 있다- 에 군사를 모아 3년 동안이나 부흥운동을 계속했으나 허사였다.
1894년 갑오년에 전라도에서 동학 농민혁명이 시작되자 충남의 회덕, 진잠, 공주, 은진, 한산, 비인, 연산, 서천, 서산, 홍성, 당진, 면천, 보령, 전의, 연기, 정산 같은 곳에서 남접의 동학교도와 농민이 이에 호응했다. 시인 신동엽은 동학농민혁명을 그린 서사시 ‘금강’ 제21장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비는 멎고/ 하늘은 맑았다// 아침/ 눈부신 태양이/ 동쪽 먼 산마루 위/ 떠 있었다// 저 태양은/ 영원한 걸까// 금강의 부드러운 물굽이가 멀리서 희게 빛난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화로이 흘러가는 강물.
이재성 기자firi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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