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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 김지호의 ‘클로저’냐, 권해효의 ‘넘버’냐

등록 2006-05-18 00:00 수정 2020-05-03 04:24

소통 없는 사랑과 붕괴되는 가정에 관한 두편의 연극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난 선택한 거고, 당신은 유혹에 넘어간 거예요.”(연극 <클로져>) “널 복제한 거야, 어떤 미치광이 과학자놈이 불법으로….”(연극 <넘버>) 이런 대사가 있는 연극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고를까.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오르는 김지호의 <클로져>가 좋을까, 농익은 연기로 무대의 맛을 느끼게 하는 권해효의 <넘버>가 좋을까. 소통되지 않는 사랑을 넘어 가정의 붕괴를 생각하려 한다면 둘 다 놓치기 아깝다.

악어컴퍼니가 <아트>를 잇는 레퍼토리로 무대에 올리는 <클로져>(7월2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02-764-8760)는 사랑의 실체를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극작가 패트릭 마버의 대표작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져 호평을 받았다. 복잡하게 얽힌 네 남녀의 다른 사랑을 냉소와 회의로 버무린 솜씨는 이전 무대와 다르지 않다. 다만 이번 무대에서는 위트와 유머라는 향신료를 곁들여 재미난 맛을 냈다.

극단 컬티즌의 <넘버>(5월18일~6월4일, 설치극장 정미소 02-765-5475~7)는 진지한 연극에 목말라 하는 관객을 자극한다. 페미니즘 작가 카릴 처칠의 신작으로 한 아버지와 수많은 ‘나’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은 관객에게 질문으로 다가온다. 예술적 상상력의 ‘클론’이라 할 만하다. 공상과학(SF)이라지만 화려한 스펙터클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아버지(이호재)와 아들(권해효)의 긴장감이 무대에 팽팽히 흐를 뿐이다.

연극 <클로져>는 대극장에서 소극장으로 옮겨오면서 ‘Closer’를 ‘관계를 닫은 자’보다는 ‘더 가까운’으로 여기는 듯하다. 관객들은 배우의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다. <클로져>가 극단 차이무 대표로 연출을 맡은 민복기의 색깔이 뚜렷하다면 <넘버>는 대학로의 다양한 색깔을 드러낸다. 지난해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한 이성열이 연출을, ‘빛의 마술사’라는 김창기가 조명을 맡았다. 천재 음악가로 불리는 장영규가 음악을 맡아 듣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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