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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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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키우는 우리 먼저 바뀌겠다”

하태식 한돈협회장 인터뷰…

돼지 사육 수 자율관리 가능, 정부는 시설 지원 나서야
등록 2018-09-22 18:07 수정 2020-05-03 04:29

9월1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제2축산회관의 대한한돈협회(옛 대한양돈협회) 사무실에서 하태식(사진) 회장을 만났다. 1985년 경남 창녕에서 농장을 시작해, 5명이 운영하는 1만 마리 규모의 영농조합으로 키운 하 회장은 돼지 분뇨 악취와 밀집 사육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의 최전선에 서 있다. 내부적으론 돼지(한돈) 농가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대외적으론 농가를 대변하고 방어하는 목소리를 낸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동물복지 정책 옳지만</font></font>

그는 “돼지를 키우는 우리 스스로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정부 쪽으로 공격의 포화를 돌렸다. “아파트 들어서면 하수처리장 세워주지 않나. 돼지 분뇨도 하수처럼 정화해 강이나 바다로 방류할 수 있는 환경부의 공공 처리시설을 더 세워달라. 지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체 분뇨의 겨우 13%를 처리한다. 퇴비·액비로 재생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공동자원화시설과 액비유통센터를 포함해도, 총 발생 분뇨의 절반도 처리하지 못한다.” 그는 정부가 도입하려는 동물복지형 축산 정책의 큰 틀에 동의하면서도 “너무 성급하다”고 비판했다. 돼지 사육 수 제한과 양분 총량제 도입에도 반대했다.

사람을 위한 하수처리장처럼 정부에서 축산 분뇨 처리시설을 모두 세워달라는 말인가. 막대한 세금을 돼지농장주들을 위해 쓴다면, 국민이 납득할까.

한꺼번에 다 지을 수 없으니, 한 해 5~10개라도 꾸준히 늘려달라는 거다. 환경부는 고작 한 해 500억원 정도 예산을 책정한다. 그걸로는 하나 지으면 끝이다. 처리비는 수익자인 농장에서 부담하면 된다. 지금도 1t당 2만원 안팎의 비용을 낸다.

농식품부의 경우, 예산을 확보해놓고도 공동자원화시설을 못 짓는다. 축산 분뇨 시설이라면 주민들이 무조건 반대한다. 자업자득 아닌가.

우리 책임도 크지만, 정부 책임이 크다. 지난 40~50년 동안 정부가 악취 잡는 모범 답안을 못 내놨다. 최근엔 축사 내 암모니아 농도를 지금의 35ppm에서 2025년까지 25ppm으로 낮추는 안을 도입하려고 한다. 우리도 하고는 싶지만, 어떻게 단기간에 그렇게 할 수 있나. 정부에서 실질적 방법을 연구해서 일러줘야 할 것 아닌가.

농장에서 1차적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인정한다. 그래서 5천 마리 이상 사육하는 농가에서는 개별적으로 정화 방류시설을 많이 설치하고 있다. 밀폐형 퇴비시설도 세우고 있다. 농가도 민원에 시달려서, 분뇨 악취 해결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3천 마리 분뇨를 처리하는 시설 투자에 5억원이 들어간다. 정부에서 공공시설을 많이 못 짓는다면, 농가에서 자체 시설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일률적 정부 통제는 곤란</font></font>동물복지형 축산을 활성화한다는 정부 방침에도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우리 축산을 동물복지형으로 끌고 간다는 큰 정책 방향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모든 농장에 일률적으로 강제해서는 곤란하다. 현실적으로 따라가기 어려운 소규모 농장이나 고령자 농장이 많다. 스스로 변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당장은 시기상조다. 이번에 유럽의 동물복지 농장 정책을 살펴보고 왔다. 그들은 동물복지형 법 제정에 10년이 걸리고, 실제 법 시행에 또 5년이 걸렸다.

농식품부는 9월18일 동물복지형 축산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축산단체와 동물보호단체의 의견을 들었다. 2025년까지 축사 내 암모니아 농도를 35ppm에서 25ppm으로 낮추고, 임신 스톨(쇠틀로 만든 좁은 공간) 사용을 4주 이내로 제한하고, 임신 돼지 한 마리의 사육 공간을 1.4m2에서 2.25m2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초안을 마련했다. 농식품부는 축종별로 200개 농가에 연말까지 실태조사를 벌인 뒤 다시 한번 의견 수렴을 할 예정이다.

근본적으론 돼지가 너무 많지 않나. 그래서 돼지 사육 총량제를 도입해 돼지를 줄여나가자는 제안이 나온다.

강제로 돼지를 줄이겠다는 것은 잘못이다. 억지로 하면 더 큰 부작용이 생긴다. 정부에서 나서지 않아도, 돼지 사육 수는 자연스럽게 조정될 것이다. 이미 지방자치단체에서 신규 농장 허가를 제한하고, 분뇨 처리시설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농가들도 적지 않다. 한돈협회에 관련 통계가 있고 자체 관리 역량도 있다.

협회에서 돼지 사육 수를 자체 관리한단 말인가. 그게 가능한가.

덴마크의 양돈협동조합인 ‘데니시크라운’이 모델이다. 조합에서 농장별 생산·판매 수를 할당해 관리한다. 어떤 농장에서 1천 마리 출하를 배정받았으면 그 이상을 출하하지 못하게 강제한다. 조합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할당량보다 새끼돼지가 너무 많다고 판단되면, 농장에서 일찌감치 알아서 도태시킨다. 그런 식으로 자율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리 협회도 그 준비를 하고 있다.

1100만 마리인 돼지 수를 600만 마리로 줄이자는 말이 나오는 걸 알고 있다. 모든 돼지농장이 동물복지형으로 가면, 돼지가 그 정도로 줄어든다는 계산인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 돼지고기 자급률이 70%에 못 미친다. 그렇게 되면 30%까지 떨어진다. 가격도 크게 뛸 텐데, 국민에게 그런 부담을 지울 것인가. 국민이 그런 부담을 용인할 것인가.

<font size="4"><font color="#008ABD">사육 수 규제는 퇴비 관리부터</font></font>

유럽의 축산 선진국에서는 농장을 허가할 때 분뇨량을 계산해 그만큼 퇴비·액비로 만들어 살포할 수 있는 농지를 미리 확보하도록 엄격하게 요구한다. 동시에 해당 농경지의 퇴비·액비 살포가 과도하지 않도록 질소·인 등 양분 함유 총량을 조사해 엄격히 관리한다. 그런 식으로 축산 농가의 사육 마릿수를 실질적으로 규제한다.

우리도 체계적으로 양분총량제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농경지의 양분 과다를 초래하는 주범은 화학비료다. 음식물 쓰레기로도 퇴비를 만든다. 그런데 양분총량제를 이야기하면서 왜 축산만 지목하나. 불합리하다. 화학비료를 축산 퇴비로 대체해나가야 할 것 아닌가. 축산 퇴비는 무조건 감축이 능사가 아니다. 건강하게 통제해야 할 대상이다. 퇴비 없는 농업을 생각할 수 있나.

<font color="#008ABD">글·사진</font>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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