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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만화가 미덥지 않았던 분들께 권함

전문 연구자들이 만든 <용선생 만화 한국사>
등록 2017-09-15 23:08 수정 2020-05-03 04:28

자식에게 무엇을 가르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역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까지 드나들었지만 10살 아들에게 재미있고 유익하게 역사를 얘기해줄 방도가 많지 않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설명해야 할지, 이렇게 말하면 알아들을지 어렵기만 하다. 말하면서도 너무 단선적이라 되레 편견을 심어주는 건 아닌지, 너무 복잡해서 싫증 내지는 않을지. 무엇보다 나부터 제대로 아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사회평론 펴냄)는 이런 부모들의 오랜 고민에 대안이 될 만한 책이다. 현재 1~9권이 출간됐고 연말에 12권으로 완간되는데, 어린이 역사책의 스테디셀러로 불리는 의 만화 버전이다. 책 속에서 용선생의 역사반 아이들은 마법 연표를 타고 구석기시대부터 현대까지 한국사의 주요 장면에 직접 등장한다. 실제 역사 인물들의 친구가 되기도 하고 역사적 사건에 참여해 흥미를 유발한다. 예컨대 이성계와 함께 위화도회군의 일원이 되고, 정약용과 함께 수원 화성을 건축하거나, 홍경래와 함께 조정에 반기를 드는 식이다. 어린이에게 실제 역사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주도록 한 것이다. 같은 시간여행 콘셉트여도 주인공이 인물과 사건의 주변만 맴도는 일이 많았던 기존 한국사 학습만화들과 다른 점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저자들이 미덥다는 데 있다. 모든 학문이 그러하지만 역사학은 특히 필자의 역사인식이 중요한 학문이다. 기존 한국사 학습만화들은 한국사를 전공하지 않은 만화 스토리 전문 작가들이 글을 쓰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의 집필진인 사회평론 역사연구소(사평연구소) 연구원들은 대학에서 10년 이상 한국사를 배우고 가르친 박사과정 연구자다. 아이들에게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교과서는 물론 등 1차 자료를 꼼꼼히 확인했다고 한다. 이렇게 작성된 원고를 한국사 교수들이 다시 감수했다.

개정 교과서의 내용과 자료를 충실히 반영한 점도 돋보인다. 교과서의 주요 내용은 만화만 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스토리 속에 녹였고, 내레이션을 달아놓았다.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주제는 바로 옆에 ‘정보 박스’를 만들어 보충했다. 모든 에피소드의 말미에는 ‘교과서 핵심 보기’를 두어 교과서 내용을 다시 정리할 수 있게 하는 등 교과 연계를 위해 해당 교과서의 단원을 명시했다.

만화는 글과 달리 아이들에게 시각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사평연구소에서 한국사 학습만화를 제작하며 고심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그림의 고증이었다고 한다. 필자들은 만화 속에 그린 공간과 소품을 시대에 맞도록 고증했다. 갑옷을 그릴 때도 삼국·고려·조선 시대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삼국시대 내에서도 고구려·백제·신라·가야의 차이까지 깐깐하게 따져 그렸다. 전문성과 대중적 글쓰기 역량을 갖춘 필진이 쉽고 재미있는 스토리라는 날줄과 충실한 학습 내용이라는 씨줄을 교직해냈다. 박시백의 이후 이뤄낸 학습만화의 또 다른 가능성이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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