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청자, 이귀분, 김영실, 리상옥, 심미자, 김대일, 강순애, 황금주…. 하얀색 책 표지에 20명의 이름이 아로새겨져 있다. 그 이름 위에 바치는 일곱 글자는 ‘기억하겠습니다’. 이들은 남북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이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한명 한명 호명하는 책 (이토 다카시 지음, 안해룡·이은 옮김, 알마 펴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취재해온 일본 저널리스트의 기록이다. 남북한 위안부 할머니 20명의 생생한 증언과 사진이 담겨 있다.
지은이 이토 다카시는 1991년 10월 지금은 고인이 된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들은 것을 계기로 일본군 위안부 취재를 시작한다. 남한과 북한뿐 아니라 대만,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을 돌며 90여 명의 할머니를 만났다. 일본 남성인 그에게 위안부 취재는 힘겨운 일이었다. 인터뷰 도중 자신을 일본군으로 착각해 분노를 표출한 할머니, 아무 말도 않고 만나주지도 않으려던 할머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토는 포기하지 않고 할머니들을 찾아갔다. 그들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들은 이토는 “일본군의 잔혹한 행위는 취재 의욕을 순간 잃어버릴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여성이나 타민족에 대한 차별 의식이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보아야 했다”는 인식에 도달하게 된다. 그는 “과거에 일본이 저질렀던 일들을 일본인이 직접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피해자들의 분노와 슬픔을 괴롭더라도 정면에서 마주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책에서 이토는 할머니들의 증언을 통해 일본군에게 짓밟힌 이들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스러운 삶을 보여준다. 이들은 패전을 앞둔 일본군이 군 위안소 여성들을 집단 학살하는 만행을 지켜봤고, 탈출을 시도했다 실패한 뒤 고문당하는 고통을 경험했으며, 아이를 낳을 수 없어 평생 혼자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슬픔을 견뎌냈다. 책은 이들이 겪은 모든 것을 고스란히 활자로 옮겨 담았다. 더불어 함께 실린 흑백사진은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에 참가한 할머니들의 절규, 온몸에 남은 칼에 베인 상처 자국, 사람들 앞에서 피해 증언을 하며 눈물 흘리는 모습 등 할머니들이 겪어야 했던 깊은 아픔과 분노를 전하고 있다. 오랜 침묵을 깨고 세상을 향해 증언하는 할머니들은 한목소리로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촉구한다. 이는 할머니들의 마지막 ‘유언’이다.
지난 4월4일 올해로 100살(1918년생)이 된 이순덕 할머니가 숨져 한국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9명 가운데 생존자는 이제 38명이 됐다. 2015년 12월28일 한-일 정부 합의는 위안부 제도가 일본 정부에 의한 국가 범죄라는 점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할머니들은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기억은 투쟁이다. 우리가 피해자의 이름을 호명하고 기억하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지금의 문제이고 미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토는 말한다.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지배하지 않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피해자들의 경험을 기록해 후세에 남겨야 한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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