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11일 미국 뉴욕에서 <포켓몬 고> 게임을 하는 한 시민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1996년 게임으로 처음 등장한 는 만화와 TV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등으로 확장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로 꼭 스무 살. 청년 포켓몬이 닌텐도를 수렁에서 건져올리고 있다.
닌텐도는 1889년 화투 제조사로 문을 열었다. 가정용 게임기 ‘패미컴’과 ‘슈퍼패미컴’이 잇달아 히트하며 닌텐도는 세계 최고의 가정용 비디오게임기 회사로 우뚝 섰다.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 시리즈에 이어 ‘닌텐도 위’가 발매된 2007년, 닌텐도의 시가총액은 무려 90조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제때 대체하지 못했다. 후속 게임기 모델마저 판매 부진에 빠지며 닌텐도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11년부터는 순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비디오게임 업계의 전설 닌텐도는 그렇게 사라지는가 싶었다.
2016년 7월6일, 반전이 일어났다. 닌텐도는 를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미국 지역에 출시했다. 는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즐기는 증강현실(AR) 방식의 스마트폰 게임이다. 규칙은 간단하다. 응용프로그램(앱)을 켜고 화면을 보며 거리를 돌아다니며 근처에 있는 포켓몬을 잡으면 된다. 부지런히 돌아다닐수록 포켓몬은 빨리 성장한다. 포켓몬끼리 싸움을 붙일 수도 있다. 닌텐도는 근처에 포켓몬이 나타나면 불빛과 진동으로 알려주는 팔찌 ‘포켓몬 고 플러스’도 내놓았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5일 만에 다운로드 수는 750만 건을 넘어섰다. 닌텐도 주가도 더불어 고공행진 중이다. 가 출시되기 하루 전인 7월6일, 뉴욕증시에서 17.5달러에 거래되던 닌텐도 주가는 다음날부터 급상승해 7월11일에는 28달러에 육박했다. 닌텐도의 기업 가치도 일주일여 만에 10조원이나 늘었다.
를 둘러싸고 진풍경이 벌어졌다. 미국에선 포켓몬을 찾아 밤새 스마트폰을 켜고 으슥한 곳을 어슬렁거리다 수상한 사람으로 신고당하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 포켓몬을 찾겠다며 하늘에 드론을 띄운 열혈팬도 나왔다. 근처 이용자끼리 대화할 수 있는 ‘챗 포 포켓몬 고’ 앱은 출시 이틀 만에 100만 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관련 사건·사고도 줄을 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포켓몬을 사냥하던 이용자가 쇄골이 부러졌다. 포켓몬을 사냥하던 19살 여성이 변사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미국 미주리주에선 게임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포켓스톱’을 인적이 드문 곳에 놓아두고, 이를 찾아온 이용자를 위협해 금품을 빼앗은 무장강도 4명이 체포됐다.
국내에선 아직 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 한국에선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로 구글 지도를 제대로 쓸 수 없기에 를 즐기기 어렵다는 비보가 들린다. 며칠 안에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 정식 출시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기는 했지만 두고 볼 일이다.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보며 게임 캐릭터나 잡으러 돌아다니는 모습이 한심해 보일 수도 있다. 하나, 돌아보면 일상이란 이런 사소함과 잉여의 총체 아니었던가. 우리가 매달리는 게 우주 정복이나 지구 평화가 아닌 다음에야, 누군가에게 거창하고 중요한 일이 다른 이에게 사소하고 하찮아 보일 수 있다. 그게 곧 더불어 사는 사회의 다양성이다. 닌텐도의 디자이너 스기모리 겐은 무려 6년에 걸쳐 300종류의 캐릭터를 그리고 또 그렸다고 한다. 치열함을 먹고 자란 그들의 잉여로움이 오늘날 ‘잘 키운 포켓몬’을 탄생시켰다. 그 포켓몬이 지금 닌텐도를 구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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