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 찍은 인도네시아의 바다 모습. 김울프
“살려주세요.” 2009년 인도네시아 발리의 구늉파융 해변, 물속에서 사진을 찍다가 돌아올 수 없을 만큼 먼바다로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평화롭고 잔잔해 보이는 바다의 조류에는 자비가 없었다.
‘이안류를 벗어나는 방법처럼 조류에 몸을 맡기고 힘이 약해지는 지점에서 방향을 꺾어 다시 해변으로 돌아가면 될 것이다.’ 믿음을 가지고 생각나는 경우의 수를 모두 대입해 할 수 있는 시도를 모두 해봤지만 나는 더 먼 곳으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나를 구하러 온 친구의 숏보드로 나를 끌고 돌아가기에 역부족이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작별 인사를 하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다른 사람에게 구조를 요청하겠다고 떠난 지 몇 시간이 지났다.
처음 입수한 해변은 보이지 않고, 곶을 돌아 새로운 풍경이 나타났다. 해안선은 온통 절벽이었고 다음 해변은 보이지 않았다. 얼굴은 햇볕에 익어버렸고, 입고 있던 면티셔츠는 무거워 벗어서 바다에 버리고 난 뒤 저체온증이 오면서 후회하고 있었다. 점심 먹고 입수했는데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오리발도 없이 몇 시간을 수영해서 다리에 쥐가 나고 탈수·탈진 증세가 나타나며 몸이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다.
먼바다 위에 떠내려가는 작은 점, 그들이 나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무엇을 믿고 그토록 용감했는가?’ 하늘을 보고 한참을 울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살고 싶었다. 모두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운 좋게도 나는 해가 지기 전 극적으로 다음 해변을 찾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살아 나왔다. 이후에도 몇 번 바다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으며 바닷사람의 도움을 받았고, 내게도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겨 바다에서 몇몇 사람을 구하기도 했다.
사람은 사람을 필요로 한다. 바다 위 한가운데에서 혼자서는 해결해나갈 수 없는 어려움을 겪을 때,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사람밖에 없다. 물속에서 사진을 찍다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조그마한 돛단배가 그물에 걸려 꼼짝달싹 못하게 되었을 때도 나를 구해준 것은 결국 나 자신이 아닌 바닷사람들이었다.
바닷사람의 기술, 자격을 나타내는 시맨쉽(Seamanship)에는 바다에서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을 구하는 것도 포함된다. 항해 중인 모든 선박은 VHF(초단파무선통신) 16번 채널(전화로 따지자면 119 같은 것)을 켜놓고, 주위 선박의 요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돕고, 서퍼들이 많은 익수자를 자발적으로 구조하는 일 또한 ‘사고는 자신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라는 연대(連帶)의식에서 비롯된다. 바다는 무심하지만, 바다를 따뜻하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다.
1년 중 수온이 가장 차가운 봄 바다, 물살이 가장 거센 곳에서 사고를 당한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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