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한 고무나무 때문에, 20세기엔 풍부한 콜탄 때문에 전쟁을 치렀다. 콜탄은 정보통신·전자 제품의 부품 재료로 쓰이는 탄탈럼의 원재료로 60% 이상이 콩고에 있다. 자원은 모자라고 기술은 발달한 나라의 대통령이 관심을 가질 법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콩고에 관심을 가졌다. 2011년 7월 콩고 대통령을 만나 그 나라의 자원과 국내 기술을 접목하는 데 합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콩고는 자원에 눈독 들인 다른 나라들 때문에 만신창이가 되었다.
19세기 말부터 벨기에는 콩고강을 끼고 있는 콩고 이투리 열대림 일대를 식민통치했다. 전세계 고무 공급량이 줄면서 고무 가격이 오르자, 콩고 고무나무로 이윤을 남기려 했다. 마침 자동차에도 고무타이어가 도입됐다. 벨기에는 원주민 각자에게 말린 고무 생산량을 할당하고 이에 미달한 이들을 채찍질했다. 고무 채취에 협력하지 않은 마을은 몰살됐다.
콩고가 1960년대 독립한 뒤에도 다른 나라들은 내정에 간섭했다. 2차 콩고전쟁은 범아프리카 전쟁으로 확대되었다. 1998년부터 10년간 500만 명이 죽었다. 전쟁에 참여한 국가들, 내정에 간섭한 국가들의 진짜 속내는 콩고 동부지역 키부에 매장된 콜탄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갈라파고스 펴냄)의 지은이 박선미·김희순은 이를 “자원의 저주”라고 했다. “콩고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고무나무나 콜탄처럼 산업 발달에 반드시 필요한 원자재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지만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부유한 국가의 착취 대상이나 분쟁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책은 가난한 나라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이유를 역사적으로 돌이켜본다. 16세기 초 스페인군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해 페루와 멕시코 지역의 잉카제국과 아즈텍제국을 정복했다. 그들은 원주민들의 금을 약탈했고 금이 바닥나자, 은을 빼앗았다. 그렇게 약탈한 금과 은을 스페인 왕실은 전쟁과 기념비 건립, 그리고 사치스런 생활을 하는 데 썼다. 영국은 약해져가는 스페인을 보며 약탈하는 것만으론 국가가 부유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식민지에서 낮은 가격에 원료를 사 완제품을 만들어 높은 가격에 팔았다. 아프리카 노예들을 이 무역에 동원했다. 곧 제조업 경쟁력을 갖추자 다른 나라들에 자유무역을 제안했다. 가난한 나라들은 더 가난해졌다.
20세기 들어서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1960년대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르완다는 주요 수출품인 커피와 홍차의 국제거래 가격이 급격히 떨어져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르완다에 무역자유화 정책과 통화평가 절하 정책 등을 제안했다. 농업 보조금을 폐지하고 국영기업을 사유화하도록 했다. 1990년 이를 받아들이자 물가는 오르고 외채는 늘었다. 실질임금은 떨어졌다. 사유화한 의료·교육 서비스는 제 기능을 못했고 전기요금은 올랐다. 지은이들은 1994년 르완다 대량학살과 내전에는 신자유주의 개혁에 따른 빈곤 심화도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한다. “싸워서 가난해진 것이 아니라 가난했기 때문에 싸웠다.”
자원외교는 정당한가저자들은 16세기부터 최근까지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의 여러 나라가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200개가 넘는 국내외 서적·보고서를 검토했다.
이 전 대통령이 추진한 콩고와의 자원외교가 성공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책은 자원외교의 무능함에 대한 지적에서 더 나아가 자원외교의 정당성 자체를 따져 묻는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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