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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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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삶은 가능할까요

공공성이 실종된 사회에 공감과 성찰의 시민성을 제안하는 <사회적 영성>
등록 2014-12-13 14:56 수정 2020-05-03 04:27

“우리들 삶의 본원적 가치의 회복을 위해 공동체를 바르게 사랑하는 사회적 영성, 즉 깨어 있는 시민성을 갖춘 영혼이 되자.” 정치학자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칼럼(2011년 6월2일치 ‘세상 읽기’)을 통해 꺼낸 ‘사회적 영성’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세월호 참사, 밀양 송전탑 사건 등에서 영성에 대한 선입견으로 인해 망각해온 공동체적 영성을 찾아내고 그것의 힘을 말한다. 바로,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등 14명의 비평가와 신학자들이 함께 쓴 책 (김진호·엄기호·신윤동욱·황진미 외 지음, 현암사 펴냄) 속 이야기다.

대안적 감정의 정치를 찾아

책은 사회적 공감 행위에 관한 신학적·인문학적 성찰을 ‘사회적 영성’으로 정의한다. 사회적 영성은 “세상 속에서 타자 되기를 향한 감정과 그에 기반을 둔 실천”을 뜻한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사회적 명령이라 할 수 있는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는 반윤리에 정면으로 맞서 ‘남을 돌보려는 마음’이 바로 사회적 영성의 바탕”이라고 강조한다.

〈사회적 영성〉은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공감과 성찰의 새로운 시민성을 제안하는 책이다. 지난 11월10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천주교 연석회의’ 소속 성직자들과 회원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염원하는 천주교 130190인 선언’을 하는 모습. 한겨레 김성광 기자

〈사회적 영성〉은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공감과 성찰의 새로운 시민성을 제안하는 책이다. 지난 11월10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천주교 연석회의’ 소속 성직자들과 회원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염원하는 천주교 130190인 선언’을 하는 모습. 한겨레 김성광 기자

우리 사회에 왜 사회적 영성을 불러오는가.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원장은 “세월호 참사는 우연적 사건이 아니라 제국주의 강점, 분단, 전쟁, 독재, 산업화, 신자유주의로 연속된 사회적 악의 필연적 결과인 것이다. 우리 삶은 언제나 세월호 ‘안’의 삶이었다”라고 비판한다. 이런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선 탐욕에서 생명의 가치로, 이기적 삶의 방식에서 이타적·공동체적 삶의 방식으로 돌아서야 한다고. 결국 공동체적 삶의 전환이 세월호 안의 우리 모두를 구원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책을 기획한 김진호 연구실장도 정치와 이성이 좌초되고 자본의 욕망이 득세하는 오늘날, 계급화한 ‘교회적 영성’ 대신 대안적 감정의 정치를 찾아 ‘사회적 영성’을 모색한다. 그는 책 서론에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오늘 우리 사회, 그것의 배후에는 ‘부자 되기’의 빗나간 선망과 욕구, 그 속에서 형성된 도구적 공감의 문화가 있다. 이런 도구적 공감의 문화에 반대하는 ‘다른 시민성’, 특히 타자화된 이들과 공감하고자 하고, 그들에게 비대칭적으로 가해진 차별에 반대하는 운동과 결합된 시민성을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라고 말한다.

남은 자의 몫을 살아내려면

책은 세월호 참사 이후 얼마나, 왜 아픈지를 생각하고 분석하지 않은 힐링 담론의 무력함과 허구성도 꼬집는다. 백소영 이화여대 기독교윤리학 교수는 감성에 젖은 힐링에 편승하지 말고 ‘사람보다 돈이 우선’인 세상을 향한 분노와 애통을 표현하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제 섣부른 ‘힐링 놀이’ 이전에 ‘킬링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책임 있는 대안적 실천으로 남은 자의 몫을 살아내야 할 것이다.”

김응교 문학평론가는 용산, 평택, 강정, 밀양 등 이 땅 곳곳의 망루와 철탑에 올라간 사람들을 비추고 그 자리에 필요한 ‘공동체의 영성’을 강조한다. 신자유주의 논리가 지배적 위치를 점한 이 사회 속에서 실종된 공공성을 찾아야 한다고.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과 함께 수평적으로 나누는 관계의 품성과 지적·도덕적 성찰이 그 바탕에 깔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던지는, ‘세월호 이후 공동체의 삶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의 답은 그 안에서 나올 것이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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