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의 돈이 아니라 부 모의 시간이다.”
재독 건축가 임혜지씨가 는 책에 서 한 이 말은, 자식을 위한다며 밤늦게까지 아이를 학 원으로 돌리는 우리 시대 부모들에게 던지는 일침인 것 만 같다. 이 말에 빗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 넷’이 지은 (비아북 펴냄)의 주제를 말 한다면,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학원강사가 아니 라 부모의 관심과 격려” 정도가 될 듯하다.
사교육 탈출하는 구체적 학습법 제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아이들과 학 부모의 불안을 조장하는 사교육으로부터 아이들을 지 키기 위해 2008년 탄생한 대중운동 단체다. 2010년 사 교육의 ‘불편한 진실’을 밝힌 를 펴내 학 부모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의 불 안감이 여전한 것도 사실. 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에 사교육걱정은 ‘노 워리 상담넷’을 시작했다. 학부모들의 근심을 나누고 구 체적인 실천 방안을 공유하기 위해 ‘대한민국 최초의 사 교육 관련 온라인 상담소’를 연 것이다. 상담소의 성과를 묶은 이 책 속에는 영어·수학의 공부법부터 독서교육까 지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는 학습법과 더불어 스마트폰 중독과 ‘왕따’ 같은 일상생활의 문제에 대한 조언까지 광 범위한 상담 사례가 담겨 있다. 전·현직 학원강사나 원 장, 학습법 전문가, 교수, 교사,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상 담위원들의 전문성과 현장 감각이 현실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조언을 낳았다.
예컨대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까닭에 더욱 선행학습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수학 과목의 공부법은 이렇다. “수학을 잘하려면 현재 배우고 있는 수학을 잘 해야 한다. 현재 배우는 수학을 잘하게 되면 다음 학년 에도 무난히 잘할 수 있다. 따라서 수학을 잘하려면 현 재 배우는 진도를 충실히 따라가는 것이 정도이다. …상 위 3%의 아이들만 선행학습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문 제는 97%에 속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상위 3%의 학 습을 흉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선행학습 때문에 현재 배우는 수학이 부실해진다.” 내 아이가 상위 3%가 아니라면 선행학습을 끊으라는 말이다.
사교육 없이 스스로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무조건 학원에 안 보내는 것을 최선의 방법이라 고 말하진 않는다. “아이의 특성과 여건을 고려해 학원 에 간다면 가려는 이유를, 가지 않으려 한다면 가지 않으 려는 이유를 정확히 알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려면 아이가 학습동기를 가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부모와의 관계 회복이 선 행돼야 한다고 책은 말한다. 아이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 는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다는 사실, 중요한 것은 대화 이지 학원 자체가 아니라는 지적은 ‘가장 훌륭한 스승은 결국 부모’라는 오래된 말을 떠올리게 한다.
부모 능력은 경제력 아닌 공감력이 책은 우리에게 부모 역할의 핵심은 경제력과 정보력 이 아니라, 아이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공감과 소통이 심리, 생활뿐만 아니라 학습에 까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부모가 아이와 더 많은 대화 를 하고 소통을 통해 아이에게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고, 더 나아가 공부를 넘어 자신의 꿈을 위해 스스로 걸어나가게 도와줘야 한다. 힘들지만 다른 방도는 없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