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학원보다 중요한 건 ‘소통’

영어·수학 공부법부터 독서교육까지 사교육에 의존 않는 자녀교육의 모든 것,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학원 없이 살기>
등록 2013-04-19 18:15 수정 2020-05-03 04:27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의 돈이 아니라 부 모의 시간이다.”
재독 건축가 임혜지씨가 는 책에 서 한 이 말은, 자식을 위한다며 밤늦게까지 아이를 학 원으로 돌리는 우리 시대 부모들에게 던지는 일침인 것 만 같다. 이 말에 빗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 넷’이 지은 (비아북 펴냄)의 주제를 말 한다면,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학원강사가 아니 라 부모의 관심과 격려” 정도가 될 듯하다.

‘학원 없이 살기‘는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부모와의 소통과 대화 속에서만 자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밤늦은 시각 학생들이 학원가에 세워진 전세버스에 오르고 있는 모습. 한겨레 진명선 기자

‘학원 없이 살기‘는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부모와의 소통과 대화 속에서만 자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밤늦은 시각 학생들이 학원가에 세워진 전세버스에 오르고 있는 모습. 한겨레 진명선 기자

사교육 탈출하는 구체적 학습법 제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아이들과 학 부모의 불안을 조장하는 사교육으로부터 아이들을 지 키기 위해 2008년 탄생한 대중운동 단체다. 2010년 사 교육의 ‘불편한 진실’을 밝힌 를 펴내 학 부모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의 불 안감이 여전한 것도 사실. 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에 사교육걱정은 ‘노 워리 상담넷’을 시작했다. 학부모들의 근심을 나누고 구 체적인 실천 방안을 공유하기 위해 ‘대한민국 최초의 사 교육 관련 온라인 상담소’를 연 것이다. 상담소의 성과를 묶은 이 책 속에는 영어·수학의 공부법부터 독서교육까 지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는 학습법과 더불어 스마트폰 중독과 ‘왕따’ 같은 일상생활의 문제에 대한 조언까지 광 범위한 상담 사례가 담겨 있다. 전·현직 학원강사나 원 장, 학습법 전문가, 교수, 교사,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상 담위원들의 전문성과 현장 감각이 현실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조언을 낳았다.

예컨대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까닭에 더욱 선행학습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수학 과목의 공부법은 이렇다. “수학을 잘하려면 현재 배우고 있는 수학을 잘 해야 한다. 현재 배우는 수학을 잘하게 되면 다음 학년 에도 무난히 잘할 수 있다. 따라서 수학을 잘하려면 현 재 배우는 진도를 충실히 따라가는 것이 정도이다. …상 위 3%의 아이들만 선행학습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문 제는 97%에 속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상위 3%의 학 습을 흉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선행학습 때문에 현재 배우는 수학이 부실해진다.” 내 아이가 상위 3%가 아니라면 선행학습을 끊으라는 말이다.

사교육 없이 스스로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무조건 학원에 안 보내는 것을 최선의 방법이라 고 말하진 않는다. “아이의 특성과 여건을 고려해 학원 에 간다면 가려는 이유를, 가지 않으려 한다면 가지 않으 려는 이유를 정확히 알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려면 아이가 학습동기를 가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부모와의 관계 회복이 선 행돼야 한다고 책은 말한다. 아이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 는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다는 사실, 중요한 것은 대화 이지 학원 자체가 아니라는 지적은 ‘가장 훌륭한 스승은 결국 부모’라는 오래된 말을 떠올리게 한다.

부모 능력은 경제력 아닌 공감력

이 책은 우리에게 부모 역할의 핵심은 경제력과 정보력 이 아니라, 아이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공감과 소통이 심리, 생활뿐만 아니라 학습에 까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부모가 아이와 더 많은 대화 를 하고 소통을 통해 아이에게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고, 더 나아가 공부를 넘어 자신의 꿈을 위해 스스로 걸어나가게 도와줘야 한다. 힘들지만 다른 방도는 없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