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화약고.
2009년 7월 신장위구르자치구 수도 우루무치에서 위구르인들의 분리독립운동이 벌어졌다. 중국 정부는 인민해방군을 보내 이들을 강경 진압했다. 197명이 숨지고 1700여 명이 다쳤다. 그러나 유혈 사태는 끊이지 않았다. 이맘때인 지난해 2월28일에도 무장한 위구르인들과 공안의 충돌로 20명이 숨졌다. 위구르인들의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시위와 테러가 계속되는 이곳을 외신들이 ‘중국의 화약고’라고 명명한 이유다.
여러 민족 각축하며 만들어낸 역사
위구르인들의 분노에는 소수민족을 차별해온 중국 정부에 대한 오랜 불만에 더해 경제성장의 과실이 한족에게만 돌아가는 현실에 따른 상실감도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민족 동화 정책으로 인해 위구르족의 전통문화가 말살될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한 원인이 되었다.
사실 ‘신장’(新疆)이라는 지명 자체에 위구르인들의 슬픈 역사가 서려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신장은 18세기 중반 청의 건륭제가 이 지역을 정복하며 ‘새로운 강역’이라는 뜻으로 처음 사용했다. 중세의 이슬람 작가들은 이 지역을 ‘투르크어를 사용하는 민족들의 땅’이라는 의미에서 투르키스탄(Turkestan)이라고 불렀다. 투르키스탄이 ‘신장’으로 바뀌며 이 지역은 공식적으로 중국 역사에 편입됐다. 중국 영토가 된 이후에도 위구르족과 한족의 민족 갈등과 종교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신장의 오늘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민족·경제·종교 등 역사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한다.
신장위구르의 역사를 다룬 제임스 A. 밀워드의 (사계절 펴냄)는 그 실마리를 푸는 첫걸음에 해당하는 책이다. 고대 시기의 지리적 환경부터 현대에 벌어지는 민족분쟁까지 수천 년에 걸친 신장의 통사를 다룬 흔치 않은 역사서다. 신장 지역은 지금까지 실크로드와 동서 문명 교류사를 다룰 때 부가적으로 언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동서 문명의 가교라는 측면만 강조돼왔고, 그 현장의 ‘역사’는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다.
신장은 중앙 유라시아의 유목민족과 중국 등 주변 강대국의 끊임없는 경쟁이 치러지던 현장이었다. 사카족·월지·흉노·한족·소그드·몽골·위구르·만주족 등 다양한 민족이 신장을 거쳐가며 국가를 세우기도 했고, 자신들의 문화를 흔적으로 남겨놓았다. 신장의 역사는 다양한 민족이 각축하며 만들어낸 역사였던 것이다. 특히 기원전 120년 무렵 한이 처음 이 지역까지 세력을 확장한 이후, 중국의 역대 왕조들은 이 지역을 장악하려고 애썼다.
오늘날 신장의 대다수 주민들은 이슬람교를 믿고 있지만, 원래 이 지역은 다양한 종교가 교차하던 길목이었다. 조로아스터교·불교·마니교·기독교 등이 이 지역을 거쳐 중국으로 전파됐고, 깨달음을 얻으려고 천축으로 불경을 구하러 가던 중국 승려들도 신장을 거쳐 인도로 갔다.
신장의 길, 위태로운 줄타기의 길
이슬람 국가인 카라한조가 9세기부터 서부 타림 분 지 및 중가리아 서부를 완전히 장악하자 이 지역에도 이 슬람교가 전파되기 시작했고, 17세기에 이르러서는 신 장 전 지역의 이슬람화가 완성된다. 이슬람교는 신장 주 민들의 삶에 뿌리내려 현재까지도 그 영향력이 계속되고 있다. “신장 지역의 갈등과 소요 사태들을 이해하기 위해 서도 이슬람교가 신장에 끼친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근현대사 부분에 많은 비중을 할애한 까닭에 이 책 은, 최근 신장에서 벌어지는 민족 갈등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18세기 중반 청의 영토가 된 이후 중국 의 지배자들은 신장을 중국화하려고 노력해왔다. 위구 르족 아이들에게 유교 경전과 중국어를 가르치며 중국 문화에 동화시키려 한 청의 시도는 실패했지만, 이런 시 도는 중화인민공화국 치하의 신장에서도 그대로 반복됐 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서부 대개발 정책을 펼치며 한 족을 대거 신장에 이주시켰는데, 한족의 이주는 위구르 인들의 경제적 기반을 뒤흔들어 이 지역의 사회 분위기 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저자는 신장의 현 상황에 대해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해결책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신장의 영웅적 인물 세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결론을 대신한다. 세 인물은 신장의 현재를 상징할 뿐 아니라 신장의 오랜 역사를 응 축하고 있다. 중국 당국에 저항해 미국 망명의 길을 택 한 ‘모든 위구르인의 어머니’ 레비야 카디르, 한족 출신으 로 신장에서 세계 굴지의 갑부가 된 쑨광신, 그리고 위 구르의 줄타기 전통 곡예인 ‘다와즈’ 예술가로 각종 세계 신기록을 달성해 민족적 영웅으로 떠오른 아딜 호슈르 가 그들이다. 저자는 이들을 대비시키며 여러 민족의 고 향이자 여러 역사의 무대였던 신장의 오늘을 진단하고 내일을 전망한다. 아마 저자는 신장의 길이 동화도 아니 고, 독립도 아닌 위태로운 줄타기의 길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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