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이 생쥐 한 마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겁니다.”
무척이나 겸손한 말이었지만, 그 생쥐 한 마리가 거둬들인 것은 전혀 겸손한 수준이 아니었다. 지금부터 정확히 84년 전 바로 요맘때인 11월18일, 최초의 동시녹음 애니메이션 에 등장한 ‘미키마우스’ 말이다.
이 깜찍한 생쥐는 주인 월트 디즈니(1901~66)를 카네기가 부럽지 않을 부자로 만들어줬다. 월트 디즈니 스스로도 자신의 피조물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다줄지는 몰랐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디즈니는 1950년대 미키마우스 덕분에 회사가 커져 처음으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되었을 때 저 인사말을 남겼다.
84년 전 요맘때 <증기선 윌리>에 처음 등장한 미키마우스. 이후 미키마우스는 미국을 넘어 전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 Disney
미키마우스는 디즈니가 천장 위를 오가는 쥐 소리를 듣고 구상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키는 원래 토끼였다. 디즈니는 ‘오스왈드’란 토끼 캐릭터를 만들어 히트시켰다가 사업 분쟁이 일어나 이 캐릭터를 남에게 넘겨줘야 했다. 절치부심하던 디즈니는 오스왈드의 긴 귀를 동그랗게 바꿔 미키마우스를 만들어 재기에 나섰다.
겨우 귀 모양이 바뀌었을 뿐인데, 그 결과는 어마어마했다. 이 ‘황금알을 낳는 쥐’는 여러 영화에서 주연배우로 맹활약하며 1932년엔 아카데미상을 받았고, 그다음에는 텔레비전으로 넘어가 1950년대 미국 아이들을 사로잡은 뒤 1955년 디즈니랜드의 마스코트가 되며 ‘디즈니 왕국’을 만들어냈다.
이제 미키마우스는 디즈니의 아이콘을 넘어 미국의 상징이 되어 전세계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1944년 2차 대전 중 미국이 연합군 암호로 쓴 단어가 미키마우스였던 것은 애교에 가깝다. 이 생쥐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힘이 점점 더 세지고 있고, 심지어 자신을 위해 법까지 바꿔버렸다.
저작권은 원래 창작자의 사후 50년까지 보호받는다. 미키마우스의 저작권 종료 시점이 다가오자 미국은 이를 70년으로 연장했다. 미국 내에서 ‘미키마우스법’이란 조롱이 나오며 논란이 일었는데, 이게 남의 나라에서 벌어진 웃긴 이야기로 그치지 않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을 앞두고 한국 정부도 70년으로 법을 고친 것이다. 한국인 모두가 미키의 손바닥에서 놀아난 셈이다.
덕분에 미키의 주인 디즈니사는 더욱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고, 그 돈으로 캐릭터들을 수집 중이다. 21세기 들어 디즈니는 8조원을 주고 픽사를 사들였고, 수많은 슈퍼영웅을 거느린 만화 전문 기업 마블코믹스를 4조6천억원에 사들였다.
최근 또 하나의 소식이 전해졌다. 디즈니사가 조지 루커스에게 4조4천억원을 주고 영화 시리즈와 루커스필름을 통째로 인수한 것이다. 지구를 지키는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도, 우주를 정복한 다스베이더도 미키마우스가 지갑을 열자 쇼핑 대상이 돼버렸다.
이 모든 게 생쥐 한 마리에서 비롯된 것은 확실하다. 미키마우스는 분명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쥐다. 그러나 미키, 광선검을 들고 우주로 나가지만은 말아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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