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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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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10년, ‘기초생계비’ 논할 시점

네이버 페이지뷰만 월 8억8천 건 넘는 ‘웹툰 왕국’ 한국… 포털업체는 ‘기업 비밀’이라며 밝히지 않는 수익구조에 작가의 생계도 오리무중
등록 2012-06-27 14:06 수정 2020-05-03 04:26
포털 사이트는 인터넷 그 자체다. 불과 10년도 안 되는 사이 포털 만화는 60배의 성장을 이뤘다. 아래는 네이버 만화 섹션.

포털 사이트는 인터넷 그 자체다. 불과 10년도 안 되는 사이 포털 만화는 60배의 성장을 이뤘다. 아래는 네이버 만화 섹션.

20세기 만화는 인쇄매체를 통해 독자들과 만났다. 그리고 21세기, 탄생 100년 만에 ‘만화=출판’이라는 등식을 뒤흔든 새로운 발명 ‘웹툰’이 우리나라에서 나왔다.

네이버·다음 같은 한국형 포털 사이트는 인터넷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인터넷의 세계로 진입하는 관문(portal)이 아니라 인터넷 그 자체가 돼버렸다. 한국인은 인터넷에 접속하면 자연스럽게 포털 사이트에 들어간다. 거기서 전자우편을 읽고, 블로그를 관리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하고, 뉴스를 보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웹툰을 본다.

2012년 3월 기준 네이버 웹툰 코너의 한 달 페이지뷰(PV)는 8억8천 건을 넘었다. 가장 많이 볼 때는 10억 건을 넘는다. 2003년 미디어 다음에서 강풀의 와 청설모의 , 2005년 네이버에서 워니·심윤수의 , 김진태의 , 전세훈의 으로 시작된 두 대형 포털의 웹툰은 2007년 네이버 30편, 다음 15편으로 연재 작품이 늘어나더니, 2009년 네이버 117편, 다음 48편으로 늘어났고, 2011년에는 네이버 190편, 다음 123편으로 늘어났다. 두 대형 포털만 합쳐서 300편이 넘는 작품이 연재되고 있다. 불과 10년도 안 돼 60배의 성장을 이루어냈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웹툰 왕국 한국을 상징하게 되었다.

한국 만화의 새로운 발명 웹툰은 ‘페이지’ 안에서 칸과 칸으로 연결되는 ‘균형’을 추구하는 출판만화의 문법 대신 고정된 모니터에 위에서 아래로 스크롤되는 ‘속도’를 고민하는 문법을 채택했다. 잡지·신문·책은 기본적으로 독자가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해 보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웹툰은 포털 사이트에서 비용을 받아 연재하고 독자는 무료로 소비한다. 대신 독자가 발생시킨 트래픽이 포털의 광고수익으로 연결된다. 출판만화가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골라 비용을 지불하고 보는 영화라면, 웹툰은 공중파나 케이블 TV다.

작가가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도 다르다. 포털은 트래픽이 수익을 만드는 기준을 ‘기업 비밀’이라고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데뷔한 작가들은 포털에서 책정한 비용을 받는데, 주 1회 연재 기준 월 100만~150만원이다. 국세청 기준을 따르면 사업자등록이 없는 개인 용역제공자의 경우 단순율로 계산하면 60% 정도를 경비로 인정한다. 그럼 수익은 40만~60만원. 2012년 보건복지부 1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 55만3354원에 못 미치거나, 아슬하게 넘는다. 대신 작가들은 웹툰 연재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고 나서 캐릭터 라이선싱, 드라마나 영화 판권, 홍보 웹툰 작업과 같은 성공 신화를 꿈꾼다.

여기에 하나 더. 포털에는 만화 서비스이나 비용은 지불하지 않고,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게시판(네이버 ‘나도 만화가’ 코너)들이 있다. 이 게시판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그저 성공을 꿈꾸며, 아무런 소득 없이 콘텐츠를 제공한다. 웹툰 역사 10년이 흘렀다. 이제, 진지하게 웹툰 작가들의 노동과 생계에 대해 논의할 때가 되었다.

박인하 만화평론가·청강문화산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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