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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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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가카를 축복할지라도


우박을 동반한 비바람에도 진흙탕을 구르며 우정을 나눈 두물머리스탁…
권력을 탐하지 않고 해체하는 우리의 혁명은 즐거워
등록 2011-10-26 17:14 수정 2020-05-03 04:26

‘즐거운 혁명’은 촛불광장 이후 등장한 예술, 혹은 그 비스무리한 것들을 생산해서, 조용히 이끼처럼 살고 싶은 사람들도 사건에 휘말리게 하는 신통한 재주를 지닌 새로운 운동 주체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은 두리반, 희망버스, 두물머리, 4대강 현장, 명동 재개발구역에서 번쩍번쩍 나타나 장소의 성격을 바꿔놓았다. 그리고 이들의 혁명은 ‘망하더라도’ 별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진정성 시대의 혁명이 권력을 쟁취하는 것이라면, 이 새로운 주체들의 혁명은 권력을 해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권력을 얻는 결과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즐거울 수밖에 없다.

경기도 팔당 두물머리 진흙을 구리며 나눈 애정은 4대강 자전거 동호회에 뿌린 식대보다 끈끈할 것이다. 두물머리 강변가요제는 가수와 관객의 구분이 따로 없는 ‘에코토피아’였다. 두물머리스탁 제공

경기도 팔당 두물머리 진흙을 구리며 나눈 애정은 4대강 자전거 동호회에 뿌린 식대보다 끈끈할 것이다. 두물머리 강변가요제는 가수와 관객의 구분이 따로 없는 ‘에코토피아’였다. 두물머리스탁 제공

진짜 불복종 유기농 뮤직 페스티벌, 두물머리스탁 ‘우리는 강이다’가 지난 10월15일 경기도 팔당 두멀머리에서 열렸다. “거짓말투성이 4대강 그랜드 오픈에 맞불을 놔주마! 재밌게 놀고 이기자! 팔당 유기농부들은 우리가 지킨다!”가 두물머리 강변가요제 슬로건이었다. 강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4대강 공사 그랜드 오픈한다고 난리법석을 떠는 정부에 짜증이 난 여러 사람들은 이에 맞서 잔치를 하기로 했다. 그 핵심 세력은 풀·흙·강·바람을 좋아하고 농사도 짓는 이상한 젊은이들 ‘에코토피아’였다. 다양한 재주를 가진 이들은 팔당 농민들과 1년 넘게 같이 농사도 짓고 노래도 부르고 밥도 해먹어가며 함께 두물머리를 지켜왔다. 자전거를 주로 이용하는 이들이지만 요즘은 자전거의 바퀴 비슷한 것만 봐도 경기를 일으킨다. 바로 두물머리가 자전거도로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에코토피아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은 사랑하는 두물머리를 지키기 위해, 농부 아저씨들이 계속 유기농사를 지을 수 있게, 며칠 밤을 새워가며 두물머리스탁을 준비했고, 재미있게 놀 생각에 흥분에 휩싸였다.

그런데 콘서트가 있던 토요일은 한마디로 ‘재난 블록버스터’였다. 가을 내내 평화롭던 높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고 우박까지 동반한 심한 비바람이 몰아쳤다. 부드러운 두물머리의 흙은 진흙탕이 되었다. 온갖 멋진 인디밴드들을 어렵사리 섭외했는데 비바람을 동원한 폭우로 공연을 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다. 바로 그 전주 토요일엔 4대강 공사 핵심인 남한강 ‘자전거길’ 행사를 위해 ‘가카’께서 양평에 나타나셨는데, 그때는 하늘이 마치 그림같이 파랬다. 중요 집회나 문화제를 할 때 대부분 날씨가 궂었던 것을 보면 가카는 운이 짱 좋은 사람임은 틀림없다고 다들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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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4시를 넘어서야 날씨는 조금 진정됐고, 빗속을 뚫고 온 밴드들은 공연을 시작했다. 음악이 시작되자 자리를 뜨지 않고 공연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젖은 신발을 벗고 맨발로 진흙밭 위에서 춤을 추었다. 이런 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구나! 공연은 마치 디오니소스의 향연처럼 신났다. 멋쟁이 남녀들이 좋아라 하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도 신이 나서 관객에게 강강술래를 하라 했고, 말 잘 듣는 관객은 진흙 바닥에서 신나게 빙글빙글 돌았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보컬 조브라웅은 “강 좀 내비둬! 아 죽인다! 좋아 좋아! 다 같이 빙글빙글 돌아서 두물머리를 구하자!”라고 외쳤다. 같이 춤추는 동안 두물머리는 진정 ‘에코토피아’가 되었다.

신기하게도 이런 ‘연대’는 강한 중독성이 있어서 에코토피아와 잉여친구들은 지독한 고생의 여독이 풀리지도 않은 지금 벌써 추수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돈 들여 4대강 콘크리트 둑 과대포장 광고를 아무리 해봐도 아무 소용 없다. 강물이 다시 흐를 때까지 우리는 계속 즐겁게 강의 진실을 사람들과 나눌 것이고, 진흙에서 나눈 우정은 누군가 자전거 동호회에 뿌린 식대보다 끈끈하기 때문이다. 두물머리스탁이 궁금하신 분들은 홈페이지(www.riverun.org/dmf)에서 확인해보시라.

리슨투더시티 아트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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