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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반대자의 초상〉외

등록 2010-08-18 16:18 수정 2020-05-03 04:26
〈반대자의 초상〉
테리 이글턴 지음, 김지선 옮김, 이매진(02-3141-1917) 펴냄, 1만7천원
〈반대자의 초상〉

〈반대자의 초상〉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문학이론가인 테리 이글턴이 매체에 기고한 칼럼들을 묶었다. 수많은 작가와 사상가들에 대한 통찰이 들어 있다.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반대자’는 영국에 살면서 영국에 속하지 않은, 혹은 주류이면서 비주류의 감성을 품은 사람들을 상징한다.

이글턴은 지식인에 대한 날카롭고 솔직한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탈식민주의 이론의 선구자인 스피박에 관해서는 그의 이론이 그 대상인 토착민들을 따돌릴 정도로 난해하다고 비판한다. 스피박은 미국의 상품화된 언어(영어)를 폄하하려고 시도했지만, 스피박의 문체 자체가 그런 언어의 산물이며 미국 엘리트주의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고 이글턴은 말한다.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이글턴의 비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타자’ ‘주변’ ‘소수’를 연구하는 것이 학계에서 대유행했다. 그런데 이글턴에 따르면 ‘타자성’이라는 개념이야말로 가장 미국적인 토산품이다. 이글턴은 제3세계의 ‘타자’ 지식인들조차 미국적인 개념의 타자 연구에 매진하는 어색한 현실을 꼬집는다.

연구서가 아니라 칼럼 모음인 만큼 이글턴의 재치 있고 유쾌한 표현들을 맛볼 수 있다. 이글턴이 지젝을 꼬집는 대목을 보자. “다음은 지젝의 지적 스타일의 특징을 포착해본 것이다. ‘언뜻 보면 핫도그 속에 든 소시지는 빵의 두 쪽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빵 그 자체는 소시지가 노니는 공간이자 환영적 틀일 따름이고, 이것이 없다면 소시지는 의미를 잃고 마는 배경이다.’ 이것은 지젝이 직접 한 말이 아니라 내가 지젝을 패러디해본 것이다. 그렇지만 지젝의 글에는 이 글보다 더 괴상한 구절이 수두룩하다.”

〈타타의 강〉

〈타타의 강〉

〈타타의 강〉
마쓰우라 히사키 지음, 박화 옮김, 살림(031-955-1363) 펴냄, 1만2천원

줄거리는 간단하다. 강가의 낡은 나무 다리 옆 조그만 굴에 한 가족이 살았다. 타타와 동생 칫치, 그리고 이 둘을 홀로 키우는 아빠 곰쥐. 그런데 그들의 보금자리가 파헤쳐지고 더렵혀져 더는 살 수 없게 됐다. 새로운 터전을 찾아 전전하던 이들은 결국 자신들이 살 곳은 강이었다며 다시 강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폭력적인 시궁쥐, 끔찍한 기계 소리 등이 이들의 여정을 방해한다.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을 마구 긁어대는 한국의 지금과 겹쳐 읽힌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막스 베버 지음, 김덕영 옮김, 길(02-595-3153) 펴냄, 4만원

베버는 금욕적 프로테스탄티즘이라는 종교적 이념 체계가 근대 서구 시민 계층의 인격과 행위 유형 및 생활양식의 형성과 발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문화사적으로 추적한다. 신학·미술·철학·미학·문학·경제학 등 방대한 분야가 교차하며 근대 자본주의 정신을 설명한다. 번역에 2년, 편집에 1년이 걸렸을 정도로 여러 분야에 대한 입체적 이해를 요하는 책이다. 그래서 출판사는 원서 번역과 더불어 상세한 해제를 싣고 개념, 인물, 종교 집단, 역사적 사건 등에 대한 설명도 달았다.

〈지방자치 가이드북〉

〈지방자치 가이드북〉

〈지방자치 가이드북〉
생활정치연구소 지음, 모티브북(02-3141-6921) 펴냄, 1만5천원

말 그대로 지방자치의 ABC를 담은 가이드북이다. 생활정치연구소는 6·2 지방선거 직후 수도권에서 당선된 지방의원들을 면접 조사해 그들이 가장 절실하게 알고 싶어하는 조례 제정, 예산 심의·결산, 행정사무감사, 시정질문 등 지방의회 운용 노하우를 정리했다. 막상 당선이 됐는데 무얼 해야 할지 막막하거나 유능하게 일하고 싶은 의원을 위한 실용서이자 풀뿌리 정치의 실제를 이해하려는 시민을 위한 안내서다.

〈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

〈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

〈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
오세정·조현우 지음, 이숲(02-2235-5580) 펴냄, 1만4천원

12편의 고전을 현대적 시각으로 해석했다. 지루하지 않게, 조금은 까칠하게. 두 인문학자는 영화·드라마·만화·게임 등 대중문화가 고전 콘텐츠와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를 살핀다. 오직 하나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에서 을 읽는 식이다. 한 줄기로만 읽히던 고전을 뒤집어보기도 한다. 에서 심청의 효성만 칭송하지 않고 딸을 죽음으로 내몬 아버지 심학규가 사실 원흉은 아닐지 의문을 던지거나, 책임감 없이 춘향과 ‘사랑의 불장난’을 한 이 도령을 악당으로 해석해본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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