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그 많던 음악은 어디로 갔나

<아 유 고잉 위드 미?>
등록 2010-04-16 13:14 수정 2020-05-03 04:26
〈아 유 고잉 위드 미?〉 연합 EPA

〈아 유 고잉 위드 미?〉 연합 EPA

한때는 음악이 중요한 것이던 시절이 있었다. 길거리 노점마다 야매 복제 테이프를 팔았고, 유명 뮤지션의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신문 한 면을 꽉 채우는 특집 기사가 실렸고, 심지어 대통령까지 스리슬쩍 인기 가수들의 후광에 무임승차했다. 어디 대통령뿐이었으랴. 당대를 석권한 음악의 부르심에 응하지 않은 철학·사회과학·심리학·경제학이 없었다. 지금은 애플과 스티브 잡스 정도는 돼야 할 수 있는 일을, 다른 것도 아닌, 음악이 하는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봐야 10년 조금 넘은 정도의 일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 이제 음악은 더 이상 문화의 중심이 아니다. 중심은커녕, 드라마와 영화와 춤과 휴대전화에 얹혀사는 일종의 문화적 벽지에 가까운 신세다. 아주 상냥하게 말하더라도, 음악은 듣는 게 아니라 보는 것이 된 지 오래다.

그렇게 보면 팻 메스니(Pat Metheny)가 유행했던 일은, 아마도 음악이 중요하던 그 시절이 뿜어낸 마지막 광채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땐,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그의 음악을 듣지 않고 길을 걷는 것까진 가능했지만, 차를 사 마시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카페에서 (Beyond the Missouri Sky) 앨범을 틀고 있으면 저 카페에서는 (First Circle) 앨범을 틀었다. 그의 앨범을 공동 구매해 돌리는 공제조합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많던 팻 메스니의 팬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Are you going with me?)를 들을 때마다 드는 궁금증이다.

사실 필자는 팻 메스니의 팬은 아니다. 단지 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과 전율 덕분에 다른 음악도 듣게 됐을 뿐, 딱히 그의 음악을 찾아서 듣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앨범을 얼추 세어봐도 10장 정도 가진 걸 보면 그의 음악, 특히 라는 곡에는 간단히 무시할 수 없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수백 번을 넘게 들은 지금도 여전히 필자를 어딘지 모를 시간과 공간으로 데려다놓으니 말이다. 이럴진대, 진짜 팬들이야 어떻겠는가. 결코 적지 않은 그의 앨범을 전부 모으고, 밴드 멤버들의 앨범까지 수집하고, 가장 먼저 공연 티켓을 예매하고, 공연장에서 그의 연주에 목이 터져라 열광하던 그들의 목소리를, 하지만, 지금은 찾을 길 없다.

이 또한 유행이라는 도도한 강물 위를 떠가는 한 조각 나뭇잎일 뿐이런가. 아아.

물론 모든 것은 유행한다. 이는 뉴턴 물리학보다도 확실한 법칙이다. 하지만 모든 게 유행뿐이라면, 그리고 어떤 음악을 듣는 이유가 단지 그것이 유행하기 때문일 뿐이라면, 유행이 더 이상 우리의 마음을 울리지 못할 때 우리는 무엇을 들어야 할 것인가. 어떤 음악으로 고된 일상을 위로받아야 할까.

오늘도 를 들으며 생각한다. 그 많은 팻 매스니 팬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그들은 누구와 함께 가고 있는 것일까.

한동원 문화 칼럼니스트

*‘한동원의 씽 쌩 썽’은 하나의 노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음악 칼럼입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