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칸영화제가 폐막됐다. 그런데 관련 뉴스를 들을 때마다 한 단어가 필자의 귓전을 맴돌았으니, ‘칸’이라는 단어가 바로 그것이다. 칸은 몽골 대왕 아니면 유산균 발효유고, 영화제는 ‘깐느’ 아니었나? 대체 언제부터 ‘깐느’가 ‘칸’이 된 거냐 이 말이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Yngwie Malmsteen’이라는 기타리스트가 있다. 이 양반은 헤비메탈의 전성기던 1980년대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무시무시한 속주를 들고 나와 일약 세계를 경악시켰는데, 국내 표절의 소스가 되기도 한 연주곡 (Far Beyond the Sun)을 듣고 다들 느리게 연주한 것을 빨리 돌려 녹음한 거라느니, 기타 치는 로봇이 발명된 거라느니, 사실은 3명이 돌려막기로 친 거라느니 하는 평양 공상과학(SF) 교예단적인 학설을 남발해댈 정도였으니, 그 위세를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 당시 그의 충격적 속주만큼이나 논란이 됐던 건, 그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그의 출신국가가 스웨덴이므로 그쪽 지방스럽게 ‘윙비에 말름스테엔’이라고 해야 한다는 설, 어차피 내가 아는 미국 친구한테 물어봐도 제대로 된 발음을 모르는 마당에 그냥 스펠링대로 ‘잉베이 말름스틴’이라고 해버리자는 자포자기적 이두·향찰 이론까지 각종 이론이 횡행했더랬다. 그리하여 결국 최후의 패권을 장악한 학설은, 가장 먼저 나옴으로써 좋건 싫건 사람들의 입에 냅다 붙어버리고 만 ‘잉위 맘스틴’이라는 족보 불명의 발음이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잉위 맘스틴은 여전히 잉위 맘스틴이다. 물론 인터넷이라는 제도가 존재하는 요즘엔 영어식으로 ‘잉베이 말름스틴’이라 발음된다는 정보 정도야 얻을 수 있지만, 알 게 뭐냐. 영어식이 어떻건, 스웨덴식이 어떻건, 수리남식이 어떻건, 우리나라에서 잉위 맘스틴은 잉위 맘스틴인 것이다.
얼마 전까지 방송·신문·잡지 등에서 ‘청룽’이니 ‘장궈룽’이니 ‘저우룬파’니 하는, 중국집 요리부(部)스러운 표기가 난무했다. 이는 물론 ‘외래어는 최대한 그 나라 본토 발음에 가깝게 표기해야 한다’는 국어학회의 주장 때문이었다.
탁 까놓고 하나만 묻자. 국어학회 회원 여러분께서는 진정 친구나 친지들과 대화를 나눌 때 성룡, 장국영, 주윤발 대신 위의 발음을 쓰고 권장하시는가? 만일 필자가 그러고 다니다가는 한 달도 못 돼 사회적 무인도가 될 것 같은데 말이다. 게다가 그런 건 글로벌스럽지조차 않다. ‘칸’영화제나 ‘깐느’영화제나, 어차피 프랑스 사람들은 둘 다 못 알아듣는다. 짜장면을 아무리 자장면이라 해봤자 어떤 중국 사람도 ‘炸醬麵’을 떠올리지 못하듯.
물론 언어에서 사회적 표준을 만들려는 의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언어는 정답과 오답만이 있는 수능시험이 아니다. 인류 공통의 언어라 일컫는 음악이 그러하듯이, 말 역시 인간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잉위 맘스틴이건 주윤발이건 짜장면이건 깐느건, 제발이지 그냥 좀 내버려둬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큰일 안 난다.
한동원 기타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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