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박미자씨… 한국 교육정책의 비극을 통시적으로 들여다보다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자나 깨나 교육이 문제다. 대한민국은 교육 걱정으로 날이 새고 청소년 걱정으로 날이 저문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제도를 씹어대지만,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박미자 지음, 열린아트 펴냄, 1만4천원)는 교육 문제를 통시적으로 들여다보는 책이다.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책은 근대 교육제도가 들어온 일제시대부터 시장화로 치닫는 지금까지의 정책 변화를 날줄로 하고 교사들의 투쟁을 씨줄로 엮는다. 그 행간에는 한국 사회가 한 세기 동안 쌓아온 비탄과 고통이 있다. 식민지 교육은 학교 교육의 보급으로 나타났다. 이는 민중을 일제에 동화시키는 한편으로 ‘계층화’하려는 의도였다. 대부분의 조선인들에겐 실업교육의 기회만 주되, 소수의 친일 엘리트를 키워 관료화했다.
미군정기의 학제와 교육과정은 60년이 지난 지금도 학교 교육의 골간을 이루고 있다. 1946년 문교부는 온갖 반발을 무릅쓰고 경성대학교와 각종 전문학교를 9개 대학 1개 대학원으로 통합하는 국립서울대학교 설치안을 발표한다. 서울대가 사회의 모든 부문을 지배하게 되는 순간이다. 미군정은 한국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미국 교과과정을 그대로 이식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사지선다형 객관식 평가방법이다. 이 시기 ‘조선교육연합회’라는 관변단체가 출현해 교육관료와 정치권력의 결탁을 완성한다.
5·16 쿠데타 세력은 반공교육과 함께 산업화에 필요한 숙련 노동자의 양성을 위해 교육을 재편한다. 학생이 ‘인적 자원’으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이 시기부터 중학교 무시험 진학과 고등학교 평준화가 확대된다. 광주항쟁을 짓밟고 등장한 신군부는 과외를 금지하는 대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비인간적인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강제했다. 학생은 계속 국가라는 병영의 일꾼이어야 했다.
1995년 5월31일 문민정부는 5·31 교육정책, 혹은 5·31 교육시장화 정책으로 불리는 교육개혁 방안을 발표한다. 교육을 하나의 상품으로 규정하고 시장원리를 적용해 경쟁을 강화시켰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교육의 수월성이 강조되며 일반학교에서의 수준별 이동 수업을 실시했고 자립형 사립고와 특수목적고의 설립이 허용됐다. 사교육과 조기유학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1985년 교사 생활을 시작한 지은이는 전교조 통일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강연한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 책은 교사들의 투쟁에 비해 학생들의 저항과 학교 인권 문제는 많이 다루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에게 이것을 물었다. “그건 다음 책이에요.” 그는 학교 안에서 학생과 교사의 관계, 학생들이 느끼는 문제를 계속 쓰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공부하는 날을 일주일에 하루는 꼭 정해놓는다.
‘구린’ 옷을 걸친 아이들
그는 10대들의 촛불집회 참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10년 전에 가르쳤던 아이들과 지금 아이들은 정말 달라요. 인터넷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그것에 대한 확신이 있어요. 어른들이 판단해주길 바라지 않죠.” 학교가 아이들의 머리 속에 지식과 가치를 주입하는 시대는 이미 가버렸다는 얘기다. 이런 아이들에게 지금의 교육제도는 몸에 안 맞는 옷이다. 이런 ‘구린’ 옷을 걸친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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