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오창익씨…슬프고도 웃긴 한국 사회의 기이한 풍경들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이건 말하자면 ‘뒤통수 후려치기’다. (삼인 펴냄, 1만1천원)은 인권운동가 오창익(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씨가 한국 사회에만 있는 ‘기이한 현상’ 65개를 날카로운 필치로 해부한 책이다. 그 기이한 현상들은 상식이나 습관으로 포장돼 있어 우리에겐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지은이는 “온통 부끄러운 것들”이라고 시비를 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한국이 시행하는 벌금형은 자유형(구금 시설에 가두는 것)의 적절한 대체 수단일까? 2006년 한 해 동안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갇힌 사례가 3만4019건이나 된다. 소득에 상관없이 죗값대로 벌금을 매기는 제도를 ‘총액벌금제’라고 한다. 여러 유럽 나라들은 소득에 따라 차등해서 벌금을 매기는 ‘일수벌금제’를 채택하고 있다. 총액벌금제는 빈곤층에게도, 부유층에게도 벌금으로서 형벌 부과의 의미가 없는 제도다.
교도소에 가게 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담배를 끊어야 한다. 그러나 행형법에는 재소자의 흡연을 금지한다는 어떤 조문도 없다. 담배의 해로움을 떠나 무조건 금연을 강요하는 행위는 행복추구권을 뺏는 것이다. 왜 군부대는 부대장 1호차, 참모 2호차 하는 식으로 서열에 따라 자동차 번호판을 다는 걸까? 관공서 구내전화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번호뿐 아니라 이름도 좋아한다. ‘이명박 라운지’니 ‘승연관’이니 하는 건물이 대학 내에 버젓이 들어서 있는 풍경은 관광 대상이다.
언론 보도라는 창을 통해 본 한국 사회는 온갖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보다 살인 사건이 2.7배나 많이 발생하고, 영국은 강도 사건이 12.6배나 많이 발생한다. 엄살을 떠는 언론과 달리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가장 안전한 나라다. 대형 마트 계산원들이 몇 시간씩 서서 바코드를 찍는 것도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잔인한 풍경이다. 프랑스나 영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볼 수 없다. 앉아서 하거나, 서서 일할 경우 시간이 짧다. 모든 운전자를 예비 범죄자로 간주하고 음주 측정을 하는 것도 문제다.
이런 우울한 풍경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읽는 사람을 자꾸 낄낄거리게 만든다. 위트가 묻어 있는 비수다. 수도권의 검문소들은 “혹시 자신의 뒤를 따르는 후배가 있을까 전전긍긍”했던 박정희가 “자신을 벤치마킹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의심을 품는다. “검문소를 통과하다가 순순히 잡혀줄 간첩이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이렇게 웃기고도 슬픈 책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지은이에게 물었다.
엄숙주의를 끝내자
“젊은이들과 대화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글을 짧게 나누고 위트를 가미하고 삽화를 넣었다. “386 친구들은 자꾸 자기들에게 맞추라고, 그게 진보라고 ‘뻥’을 쳐왔는데, 그게 아니죠. 이번 촛불집회를 보세요.” 감동 없는 집회와 헛주먹질 같은 구호를 끝내자는 얘기다. 엄숙주의를 버리는 것이 인권을 이야기하는 새롭고도 적절한 방법이다. 지은이는 여세를 몰아 도 낼 예정이다. 인권 선진국들의 복지정책 등을 담는다.
마지막으로 드는 의문 한 가지. 정말 책에 나오는 문제들이 한국에만 있는 걸까? “글쎄요…. 목욕탕 때밀이는 터키에도 있다고 하는데, 확인할 도리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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